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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공판' 무게중심 변화 예고

모의 재판 배심원 설득 `진땀'…말하기 교육 강화



내년부터 시행되는 배심제를 앞두고 검찰의 무게 중심이 수사에거 공판으로 옮겨가고 있다.

16일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살인교사 모의 배심 재판은 대검찰청이 공판 능력을 높이려고 공판검사 48명을 대상으로 마련한 2박3일 교육과정의 종합 평가시간이었다.

교육에 참가한 1~3년차의 젊은 검사들은 이 기간에 말하기, 의견 진술ㆍ이의 제기 기법, 공판 기술과 연극기법 등 재판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말'로써 효율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법을 익혔다.

모의 재판에서는 여비서와 불륜관계였던 피고인 박정훈씨가 조카인 운전기사 박근배씨를 시켜 골프연습장 강사와 맞바람을 피운 부인 고경숙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다뤄졌다.

물론 피고인은 살인교사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고 모의 법정에서는 변호인과 검사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2005년 8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시행한 모의 배심 재판 시나리오를 각색한 것으로, 당시에도 유ㆍ무죄를 놓고 배심원들 사이에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 "배심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 재판이 시작되자 시선은 일제히 변호인에게 쏠렸다.

변호인 역할을 맡은 최재아 검사(여ㆍ34기)는 모두 진술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시기 위해 나와 주신 배심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께서는 억울한 피고인의 절규를 들으셨습니다"며 배심원들에게 피고인의 무죄를 호소했다.

배심원에게 정서적으로 호소하는 최 검사의 대사는 대본에도 없는 이른바 애드립(즉흥대사)으로,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변호인은 적절한 몸동작을 섞어가며 살인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박근배를 신문하면서 박근배와 피해자의 불륜 관계를 추궁, 초반 분위기를 유리하게 잡아갔다.

변호인은 형부와 피해자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피해자 여동생의 진술도 `언니에게 전해들은 말'임을 강조하면서 배심원들을 설득했다.

검사는 구형 전 배심원들에게 합리적인 판단을 호소하는 최후 진술(논고)로 반전에 성공했다.

검사 역을 맡은 홍성원 검사(31기)는 "여러분은 진실을 밝히려고 여기 앉아 있다. 여러분들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다"고 정서적으로 접근한 뒤 "조카와 불륜이라는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식에 맞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공판 교육 과정을 계획한 이완규 검사는 "사건 자체의 유ㆍ무죄보다는 검사와 변호사가 심리 과정에서 어떻게 배심원을 설득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한 중견 검사는 "앞으로 수사를 잘하는 검사보다 공판을 잘하는 검사가 능력있는 검사라는 말을 듣게 될 것같다. 설득력 있게 호소하는 방법을 익히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자칫 언변으로 인해 진실이 흐려지는 부작용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잘 정리한 최후진술 영향력 커져 = 모의 재판을 지켜본 경희대 이영란 교수(연극영화학부)는 "(배심 재판을 다룬) 영화를 많이 봤지만 방청객으로 앉아 있으니 사태 파악이 무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심원들은 결국 최후진술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데 충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변호사가 얘기할 때는 변호사 얘기가 맞는 것 같고, 검사가 얘기할 때는 검사 얘기가 맞는 것처럼 배심원들이 끌려다니는데, 연기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성 있는 최후진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판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가깝다고 느낄 거리와 신문 대상과의 각도 등 중요한 부분이 많다"고 조언했다.

모의 재판을 지켜본 검사들 사이에서도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한 검사는 "증인 신문 과정에서 발음이 부정확했던 부분이 있었다.신문하면서 읽는 듯한 느낌. 적절한 몸동작 없이 서서 증인에게 얘기하는 것 등은 고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은 2005년 8월 때처럼 무죄를 선고받았다.

평결은 만장일치가 원칙이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법관과 함께 토의를 한 후 다수결로 평결할 수도 있다.

배심원 평결에 초점이 맞춰진 모의 재판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9명의 배심원은 10분만에 5대4로 무죄 결정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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