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바꾸는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재계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삼성이 여러 가지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고 특히 삼성전자는 국제적으로 상당히 높게 평가받는 기업인데 삼성이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모범적인 지배구조로 바꾸는 사례를 보여줬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그러나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잘 모르겠고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을 만나볼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지주회사와 관련해 현재 손자회사까지 허용하는데 증손까지 해달라, 요건을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지주회사는 아직 우리에게 정착된 제도가 아니어서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신뢰가 형성되면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위원장은 작년 11월에 가진 한 강연에서도 "삼성과 현대자동차 그룹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등 몇 개의 지주회사체제로 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과 현대차는 권 위원장이 지난해 출총제 개편과정에서 규제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환상형 순환출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왔다.

최근 지주회사 요건완화와 맞물려 SK, 금호아시아나 등 재계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그룹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재벌정책을 책임지는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을 지목해 지배구조 전환을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권 위원장은 이어 최근 현장조사에 착수한 인터넷 포털업체에 대해 "포털업체들이 담합한 것도 있고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측면도 보인다"면서 "그런 것들이 포착이 돼 지금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하는 중이며 6월 말까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토플 대란'을 빚은 미국 교육평가원(ETS)에 대한 조사는 "현재 기초자료 조사가 끝났고 심층조사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권 위원장은 대부업체의 광고에 대한 조사와 관련, "허위라고 보기 어려운 점은 있지만, 다소 공격적인 광고들이 문제가 된다"면서 "일부 지나친 점들은 자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는 "이미 출총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에 대기업집단들은 현 제도에서도 큰 불편이 없다"면서 "대안없이 출총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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