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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명문팀 유도 감독이 간판 선수들 갈취 충격



소속팀 선수들로부터 억대의 돈을 뜯어낸 혐의(갈취)로 22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모(46)씨가 구 한국마사회(현 KRA) 유도부 감독 자리에 앉은 것은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도선수 경력조차 없던 이씨는 1986년부터 정당 당료로 일하다가 1998년 10월 한국 유도계의 최고 명문팀인 한국마사회 감독으로 취임했다.

국제오픈대회까지 자체 주최하는 한국마사회의 유도부 감독직은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 입상 경력을 가진 국가대표선수 출신 지도자들조차 오르기 어려운 자리였지만 이씨는 `낙하산 광풍'을 틈타 감독직을 거머쥐었다.

스카우트, 재계약결정, 제명권, 대회출전 관리, 훈련지도 등 선수들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쥐게 된 이씨는 취임 직후인 1999년 초부터 선수들로부터 `팀 운영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이씨는 전용숙소인 서울 시내의 한 빌라에 소속 선수들을 전원 집합시킨 뒤 위압적인 말투로 "너희들이 받는 포상금의 20%를 운영비로 내놓으라"고 말했다.

지도자 몫의 포상금과 격려금을 마사회로부터 따로 받으면서도 선수들로부터 또 돈을 뜯어내기로 한 것이다.

이씨는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선수들로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수백만∼수천만원씩의 훈련비를 거의 전액 뺏아가기도 했고 새로 입단하는 선수들로부터도 수백만∼수천만원씩을 받아 챙겼다.

경기출전과 재계약에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한 선수들은 이씨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 선수가 용기있게 "우리가 왜 돈을 내야 하느냐"고 항변했으나 이씨의 잔혹한 보복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1천300여만원을 내놓아야 했다.

당시 심한 부상에 시달리던 이 선수는 "쉬면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으나 이씨는 무리한 훈련 참가를 강요했고 그 결과 이 선수는 선수 생활을 일찍 접어야 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이씨는 선수들의 생활을 철저히 통제ㆍ감시하며 말이 새 나가지 못하도록 했으나 2004년 일본 전지훈련 기간 국내에 남아 있던 전ㆍ현직 선수들이 마사회 감사실 등에 갈취 사실을 알리고 폭로한 것을 계기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씨가 5년간 150차례에 걸쳐 뜯어낸 금품은 2억2천만원에 이르며 은행거래 자료가 없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고 경찰은 추산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관행에 따라 금품을 받아 회식비나 로비 자금으로 썼다"고 주장했으나 조사 결과 거의 전액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사 관계자는 "피해 선수들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이씨 재직 시절뿐이었다'라고 말하는 점을 보면 유도계의 관행이 아니라 `낙하산 인사'의 탐욕에서 비롯한 전무후무한 갈취사건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선수 중 이종격투기로 종목을 전환해 일본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라며 "종목 전환 동기는 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직접 묻지는 않았으나 이씨에게 갈취를 당하면서 유도계의 풍토에 환멸을 느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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