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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결과로 본 경찰 `늑장수사' 전모

말단 지구대부터 수뇌부까지 `의혹' 점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말단 지구대부터 수뇌부에 이르기까지 지휘고하를 막론한 경찰관들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던 것으로 경찰청 감찰 결과 밝혀졌다.

하지만 이번 감찰 결과만 갖고는 경찰관들이 왜 이 같은 비위를 저질렀는지 정확한 동기를 파악알 길이 없어 향후 검찰 수사 단계까지 가서야 `외압 의혹'이 명쾌하게 해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지구대, 알아서 `눈 감고 사건 묻었나' = 25일 경찰청이 발표한 자체 감사결과에 따르면 보복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 9일 오전 0시7분 북창동 S크럽 종업원이 112신고센터에 "한화그룹 둘째 아들 측에서 종업원을 데리고 가 쇠파이프로 때리고 지금 서울크럽으로 데리고 왔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2명은 S크럽 관계자들의 말만 듣고 현장 확인을 소홀히 해 `사소한 시비, 계도(했음)'이란 내용만을 상부에 보고한 채 0시37분에 현장에서 떠나 버렸다.

신고 단계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실명이 거론되는 `요주의 사건'이었지만 남대문서 상황실장은 지구대 경찰관들의 말만 믿고 일반적인 폭행사건이라고 여기고 다음날 남대문경찰서 장희곤 서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3월 13일, 김 회장 사건에 대해 다른 경로로 전해들은 태평로 지구대장은 사건 당일 출동했던 부하 직원들에게 다시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볼 것을 지시했다.

3월 16일 부하 직원으로부터 김승연 회장이 술집에 있었다는 보고를 받은 지구대장은 직접 S크럽 조모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직속상관인 남대문경찰서 생활안전과장과 서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사실을 숨겼다.

말단 경찰관부터 재벌 총수가 연루된 부담스런 사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눈을 감고 사건을 `묻어버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전직 경찰청장 경찰 수뇌부에 전방위 로비 = 감찰 결과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 말고도 홍영기 청장, 김학배 수사부장, 한기민 형사과장 등 서울경찰청 수뇌부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로비를 벌인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최 전 청장은 3월 12일 고교 후배인 남대문서장에게 전화를 건 데 이어 3월 15일에는 한기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에게 `사건이 접수되면 잘 처리해 달라'는 전화를 걸었다.

최 전청장은 이런 식으로 3월 12일부터 4월24일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경찰 수뇌부에 수차례씩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사실을 알 길이 없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오모 경위가 자체적으로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의욕을 갖고 수사를 진행해 나간 뒤 3월 23일 정식으로 첩보보고서를 올리자 김 부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형사과장의 전결로 사건을 남대문경찰서로 내려 보냈다.

범죄지가 3개 경찰서 관할에 걸쳐 있는 중대 사건은 광역수사대에서 맡아야 한다는 `광역수사대 운영규칙 4조'는 무시됐다.

김 부장은 첩보를 입수해 피해진술을 받는 등 의욕적으로 사건에 매달렸던 광역수사대 직원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한 과장의 조언마저 무시한 채 사건의 남대문서 이첩을 강행했다.

그는 심지어 오 경위가 첩보보고서를 정식으로 제출한 3월 23일 전인 3월 17∼18일께 한 과장에게 "김 회장 사건을 남대문서로 하달해 수사했으면 하는데 광수대를 잘 설득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사건을 남대문경찰서로 하달할 마음을 굳혔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김 부장은 감찰 조사에서 "본인의 판단 실수다"라고 해명하고 입을 닫은 상황이다.

◇ 뒤늦게 수사 착수한 남대문서도 `미적미적' = 3월 28일 뒤늦게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를 `떠맡은' 남대문경찰서 또한 수사 핵심 책임자가 사건 관련자와 부적절한 접촉을 하는 등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직서를 낸 강대원 수사과장은 4월 중순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보복폭행 당일 현장에 있었던 맘보파 두목 오모씨와 함께 술을 마셨고 이 자리에서 "김승연 회장이 소환되면 조사시 예의를 갖춰 내 체면을 세워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강 과장은 또 김 회장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하지 않았으면서도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서울경찰청에 허위보고를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은 수사가 더디다는 김학배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의 재촉 전화를 받고도 별도로 수사지휘를 하지 않고 강대원 과장에게 수사를 일임해 지휘책임을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지구대-경찰서-지방경찰청으로 이어지는 이 같은 총체적인 수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학배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한기민 형사과장,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 김환수 태평로지구대장 등 4명을 직위해제하는 한편 다른 경찰관 6명을 징계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setuz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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