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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의 포털 옹호는 노무현과 코드 맞추기?

연예인X파일부터 검색사업자법까지, 안티포털의 희한한 광경


감춰진 진실, 연예인X파일 유포의 주범은 포털

2005년 1월, 인터넷과 연예계가 한꺼번에 발칵 뒤집어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 최고의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에서 작성한 연예인 100여명에 대한 사생활 보고서가 인터넷에 유출된 것이다. 당시 한 인터넷매체가 연예인X파일이라는 명으로 보도를 했고,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 뉴스면 헤드라인에 기사가 배치되었다. 그뒤 각 포털의 뉴스 댓글을 통해 연예인X파일은 실시간으로 유포되고 있었고, 단 1주일만에 3천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이 파일을 받아본 것으로 파악되었다.

필자는 연예인X파일이 유출된 당일 한 선배 문화평론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연예기획사와 제일기획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필자는 간단하게 답했다.

“현재 X파일은 포털의 뉴스 댓글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으므로, 연예기획사와 제일기획에서 포털에 공문을 보내 댓글을 일시적으로 차단할 것을 요청하십시오”

그러나 당일 저녁이 넘어서도, 파일은 댓글을 통해 계속 유포되고 있었다. 필자는 할 수 없이 직접 포털사에 연락을 취했다. “대체 왜 파일 유포를 차단하지 않습니까?” 포털사 측은 놀랍게도,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라는 답을 되풀이했다.

사건이 대충 마무리된 후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에서는 당시 포털사가 연예인X파일 유포로 정상클릭수의 30% 이상의 추가클릭을 얻었다는 결과를 보도했다. 포털사가 적극적으로 파일 유포를 막지 않으면서, 그들은 추가클릭과 이에 따른 광고수입 등 사실 상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전혀 지지 않았다.

포털에 면죄부를 준 진보개혁시민단체

이러한 연예인X파일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놀라운 경험들을 여러차례 겪게 되었다. 우선 연예인X파일 유포에 대해 포털 책임을 묻는 칼럼을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기고했지만, 이 칼럼이 포털로 송고되었을 때, 핫이슈는 물론 주요면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는 문화평론가 김지룡씨의 동아일보 기고 칼럼, 경원대 오미영 교수의 경향신문 기고 칼럼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포털사는 연예인x파일의 유포책임에 대해 네티즌 설문조사에 나섰으나, 연예기획사, 제일기획 등만 항목에 올려놓았고, 정작 가장 큰 책임이 있고, 가장 큰 수익을 얻은 포털사는 아예 배제시켜놓았다.

또한 한 문화평론가는 인터넷신문에 역시 포털 책임을 거론하는 칼럼을 기고했으나, 담당 편집자로부터 “포털과 거래하는 우리 매체 입장에서 포털을 비판하는 글은 부담스럽다”는 통보를 받고 삭제를 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즉 연예인x파일 사건에서 포털 책임이 빗겨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포털사가 뉴스 편집권력을 동원해 비판 여론을 차단시켰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상한 일은 이 뿐이 아니었다. 포털사가 비판여론을 막고 있어, 정상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없다고 느낀 필자는 대표적인 언론개혁단체인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에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에 늘 대자본의 언론장악 문제를 비판했던 이들이었기에 당연히 협조가 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민언련은 연예인x파일 토론회 주 발제문에서 포털 책임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를 취재한 미디어오늘은 포털을 비판한 문화평론가 이문원씨의 발언과 실명을 누락시켰다. 심지어 토론회 사진에서조차 포털 비판자의 모습을 삭제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민언련과 미디어오늘은 현재까지도 포털에 대한 규제 입법을 반대하고 있으며,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들이 신문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규제를 다 동원한 것에 비한다면 논리적으로 전혀 성립될 수 없는 행태였다.

연예인x파일 사건에서 연예인들의 법적 대리인이었던 법무법인 한결 역시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여주었다. 한결의 담당 변호사 등은 제일기획의 책임만을 묻고 포털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필자는 한결은 물론 담당 변호사들의 소속단체인 민변(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등에 여러차례 이의를 제기했으나, 결국 그들은 “뉴미디어인 포털에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올드미디어에 피해를 받으면 소송을 하지만 뉴미디어에 피해를 받으면 그냥 넘어가라는 뜻인가? 이렇게 포털의 법적 책임을 무마시켰던 담당 변호사는 현재 네이버 측의 제안을 받고 이용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포털 옹호는 노무현 정권과 코드 맞추기?

2005년 연예인x파일 사건 당시에 민언련, 미디어오늘, 민변 등 이른바 진보개혁진영이 보여준 포털 옹호적 태도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07년 5월 18일 법원은 포털의 뉴스와 댓글, 검색 등으로 명예훼손 피해를 받은 김모씨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포털이 뉴스를 자의적으로 배치하고 있다면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든 신문사와 방송사 등에서는 포털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사만이 이해할 수 없는 사설과 칼럼을 게재했다.

한겨레신문사는 5월 21일자 사설에서 “포털 책임만 강조하다보면 포털이 자유로운 책임과 비판을 가로막는 괴물이 될 것”이라며 강력한 규제를 사실 상 반대하고 나섰다. 필자는 이에 대해 한겨레의 토론지면 ‘왜냐면’에 “자산 가치만 8조원이 넘는 거대 자본 포털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할 것이란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가. 이미 포털은 규제없이도 포털에 불리한 뉴스는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한겨레만 모른단 말인가”라며 반론글을 투고했다. 그러나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되지 않았다. 한겨레의 사설 내용은 민언련의 논평에도 그대로 이어져, 역시 포털 규제에 소극적인 기존의 민언련의 포털관을 반복했다.

한겨레 측에서는 사설로도 만족 못했는지, 그 다음날 민언련 정책위원이자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창발적 속성을 지닌 인터넷 세계에서는 법과 규제가 능사가 아니다”라며, “거대 포털에 기대어 자사의 콘텐츠를 함부로 유통시킨 언론사들”에 대한 책임을 먼저 물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매일같이 거대 신문사가 신문유통시장을 다 장악한다고 비판하던 이들이 어째서 거대포털의 뉴스유통 장악에 대해서는 단순히 언론사 책임만을 묻는단 말인가.

필자가 연예인X파일 사건 이후 2년 반에 걸쳐 포털 문제를 제기하면서 아직까지 풀지 못하고 있는 미스테리는 바로, 왜 그간 거대언론과 자본에 대해 싸움을 제기했던 진보개혁진영이 포털에 대해서만큼은 논리와 근거도 없이 규제를 반대하느냐였다.

필자는 지난 2년 반 동안 포털과 관련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물론 개중에는 진보매체의 언론인이나 언론운동가들도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왜 진보개혁진영에서 포털을 옹호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제대로 된 답을 들은 바가 없다. 필자가 사석에서 다그쳐서 물어보면 대개 꿀먹은 벙어리들마냥 침묵을 지킨다. 할 수 없이 필자가 유추해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노무현 정권과의 유착이다. 포털은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의 통제를 받는다. 시행령 몇 가지만 개정해주어도 포털은 사업적 치명타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덩치에 비해 약점이 많은 사업체이다. 이런 거대기업이 공정한 언론행위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은 유가신문은 죽이고, 포털과 지하철 무료신문에 대해서는 단 한 가지의 언론행위도 규제하지 않는 이중적 정책을 펴왔다. 포털과 지하철 무료신문 시장이 득세한다면, 얼마든지 대선에서 여론장악이 가능하다는 판단들을 하고 있는 듯하다. 진보개혁진영이 이러한 노무현 정권의 대선전략과 코드를 맞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아직까지도 인터넷이 자본과 권력이 개입할 수 없는 순수한 공간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정권과의 유착이 전혀 없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진보네트워크라는 단체가 그렇다. 이들은 포털에 대해서 규제를 하면 이것이 마치 네티즌의 자유로운 소통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포털은 존재 자체가 상업적이라는 점을 이들은 잊고 있다. 포털에서 블로그 하나 만들어 글을 써도 클릭수가 돈으로 환산된다. 그래서 포털에서 명예훼손성 글을 쓴 네티즌들은 바로 포털과 경찰의 협조로 처벌받고 있다. 포털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매체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빙자하여, 네티즌들에 과격한 글을 유도하여 클릭수로 돈을 버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포털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겠다는 발상은 대기업 본관에서 집회의 자유를 누리겠다는 것과 똑같은 발상이다.

일반적으로 보수적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우선 규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포털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보수적 자유주의의 관점으로는 포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사람이 단국대 영상학부의 손태규 교수이다. 손교수는 여의도연구소 주초 토론회에서 포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다 짚으면서도 “신문법 등 법으로 포털을 규제하는 것은 악법으로 악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나는 범시민사회의 힘으로 포털을 자정시키는데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손교수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포털이든 법으로 매체를 규제하는 것은 모두 반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다시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온다. 포털 문제는 거대자본을 규제해온 진보의 원칙과 논리로 첫 단추를 꿰어야 하고, 이에 대해서 보수적 자유주의자들이 언론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동의해주면서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문과 대기업에 대해서는 묻지마 규제를 주장하면서 포털 만큼은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일련의 이상한 진보세력들과 공론장에서 어떻게 합의할 수 있겠는가?

인터넷판 좌우합작 인터넷경제정의연대 가능할까?

법원의 포털 패소 판결 직후인 5월 21일, 인터넷언론계에서는 의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진보와 개혁적 방향성을 제시해온 인터넷기자협회(회장 이준희)와 중도 및 보수매체들이 주축이 된 인터넷미디어협회(회장 지민호)가 포털 관련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이들 협회는 “포털이 언론의 책임을 다할 생각이 없다면 뉴스의 편집 및 배치 등 언론기능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포털 문제 해결을 위해 범시민적 사회운동에 나설 것도 천명했다. 가칭 인터넷경제정의연대를 출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들 두 협회는 신문법 개정안과 검색서비스사업자법 등 입법안을 준비하면서, 참여 단체를 점차 늘려가는 등 포털 대응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우선 양 진영의 이념적 정치적 대립의 골이 너무나 크다. 현재까지 포털 관련 입법을 활발히 추진하는 쪽은 한나라당이다. 양 협회가 추진하는 법안 역시 한나라당의 김영선 의원이 협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언론정책을 비판해온 진보단체들이 한나라당과 함께 입법안을 추진하기란 어색한 일이다. 또한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도 깊다. 과연 한나라당이 강력한 포털 규제법안을 입법화할 의지가 있냐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한나라당의 움직임에서 포털을 비판하면서 오히려 포털로부터 당근이라도 얻어내겠다는 자세가 자주 엿보이고 있다. 포털 개혁이 원칙대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등이 포털 문제 해결에 협조해주고 있지도 않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진보논객으로 분류되다, 포털을 비판하면서 어느새 보수논객으로 분류되고 있다. 필자의 소속 협회 역시 인터넷기자협회가 아니라 인터넷미디어협회이다. 역시 이상한 일이다. 거대 자본 포털을 비판한다는 이유 하나로 왜 나의 이념적 성향까지 바뀌었단 말인가.

원칙만으로 따지자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그간 진보 측이 주장한 대로, 거대자본의 언론권력 장악이라는 관점만 취해준다면 포털에 대한 규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자는 보수의 관점이라 하더라도 타협의 여지는 충분하다. 언론도 아니라는 포털이 언론권력을 누리는 이 상황이야말로 언론의 자유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의 합의없이는 실질적으로 포털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자면,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여 갈등을 키워나가도록 유인한 노무현 정권의 언론정책에 언론계 전체가 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틈을 포털이 치고 들어와 언론을 장악해버렸다.

진보와 보수의 원칙을 지키는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손을 잡고 포털 문제를 해결하여 인터넷시장과 언론시장을 회복시키겠다는 인터넷경제정의연대의 출범, 바로 포털 개혁 이상의 의미를 지닌 움직임이다.

*월간 신동아 7월호에 기고한 글을 수정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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