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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은 삼성이 아닌 노무현 정권이 죽였다"

"노정권의 일관된 신문 죽이기 정책의 결과일 뿐"


“굿바이, 시사저널“

지난해 6월 경영진이 삼성 관련 기사를 일방적으로 삭제한 데 항의하며 파업에 들어갔던 <시사저널> 기자들이 끝내 시사저널과 안녕을 고했다. 시사저널 노조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측과 벌여온 모든 협상을 접고, 결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파업기자 22명 전원은 이 주 내로 사표를 제출하고, 새 매체 창간을 준비할 예정이다. 노사가 첨예한 대립으로 맞서던 시사저널 사태는 374일 만에 이렇게 파국으로 끝나고 말았다.

행복해 보이는 시사저널의 외침

시사저널 기자들이 1년 넘게 파업을 벌인 이유는 너무나 단순했다. 삼성 이학수 부사장의 인사권 남용 의혹에 대해 문제제기한 기사를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이 인쇄소에서 삭제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기자들은 “명백한 편집권 침해”라며 파업에 돌입했고, 금 사장은 “편집권은 경영권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며 노조와 팽팽히 맞섰다.

이 사태와 관련해 가장 많은 기사를 쏟아낸 곳은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이었다. 시사저널 노조의 한 간부는 인터뷰를 통해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기사의 양도 양이지만,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은 시사저널 사건에 대해 ‘삼성 VS 시사저널‘, ’자본권력 VS 언론‘의 구도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나아가 시사저널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 타 언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까지 쏟아내며 열을 올렸다.

문제는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이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편집권이 절대 사수될 수 없고, 독립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데 있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앉을 것을 각오하며 투쟁을 벌여온 시사저널 기자 당사자들에겐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편집권을 결연히 사수할 수 있는 언론이 과연 있을까. 적어도 종이신문, 주간지, 월간지 중에는 없어 보인다. 그동안 모은 돈이 많을 뿐이지, 경영진에 의해 간섭받고 광고주에 압박받는 것은 조중동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언론의 편집권이 절대 독립되고, 사수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유가로 잘 팔려나가면 된다. 경영진의 부당한 간섭이나 광고주의 입김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기 위해선 펜 끝의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광고로도 버틸 수 있는 수익모델 또한 필요하다. 물론 시사저널이 잘 안 팔려나가고, 수익모델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순수하게 편집권 독립을 부르짖기엔 경영진과 광고주에 기대는 것 외엔 마땅한 수익조차 없이 망해버린 우리나라 언론계도, 삼성만큼 비판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언론계 주위엔 자금사정이 열악해 광고주의 압박에 넘어가고, 심지어 광고 하나 얻으러 찾아가는 마이너언론, 인터넷언론 대표들이 수두룩하다. 그나마 광고라도 하나 구하면 다행이고, 몇 달은 더 버틸 수 있다. 아니면 바로 폐업신고로 가는 것이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편집권 독립과 사수를 외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아야 한다.



시사저널은 노무현 정권이 죽였다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은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 주로 삼성을 비판하고, 자본권력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논조로 기사를 다뤘다. 물론 그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사저널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권력과 자본으로 편집권을 침해하는 일이 언제 어디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당장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부터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 묻고 싶다. 새 매체를 창간준비중인 시사저널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자본으로부터 최소한 독립될 수 있는 수익구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제2의 금창태 사장, 제3의 위기는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다.

노무현 정권 들어 우리나라 언론계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되었다. 노 정권은 종이신문 말살 정책을 통해 신문을 보지 말라고 매일 같이 주문을 걸고 있고, 연합뉴스가 대부분인 포털뉴스와 무가지를 국민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국민들은 아침엔 무가지, 오후엔 포털뉴스에 중독 되어 더 이상 돈을 주고 종이신문을 사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은 신문법을 통해 신문의 발목을 잡아놓은 반면, 지금 이 시간에도 공짜로 뉴스를 뿌려대는 거대 포털뉴스와 지하철 무료신문에 대해서는 단 한가지의 조치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을 그렇게 아낀다는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은 오히려 시사저널을 죽인 노무현 정권과 공범에 가깝다.

이렇게 포털뉴스와 지하철 무료신문에 대해서 노무현 정권 및 언론개혁진영이 밀어주다보니, 글은 공짜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씨네21을 보는 대학생도 없고, 소설을 읽는 직장인도 없다. 여성지, 패션지 할 것 없이 출판시장은 모조리 망하기 직전이다.

수많은 언론사들은 언론사닷컴 시절 판단미스로 인해 찾아온 종이신문 시장의 위기를 해결하기도 전에 노 정권의 포털뉴스와 무가지 공격으로 넉다운 되고 말았다. 차마 유가부수를 공개할 수도 없을 만큼 신문시장과 출판시장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으며, 이는 인터넷언론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포털에 들어가지 못하는 언론사는 죽는 형국이고, 편집권은 고사하고 광고주와 경영진눈치보기에 급급한 언론사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회사와 결별하자, 청와대는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논평을 내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 “언론사가 어려울 때 기댈 곳은 삼성밖에 없다”고 말한 금창태 사장 말대로, 언론사를 어렵게 만들고 삼성밖에 기댈 곳을 없게 만든 노무현 정권이 바로 시사저널을 죽였으니 말이다. 차라리 삼성이라도 기대서 자금을 구하겠다는 금창태 사장의 말이 더 가슴에 와닿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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