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막장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대통령 후보자 선출은 고사하고 남은 일정이나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 오늘 블로그에 통합신당 국민참여 선거인단 모집하는 배너광고 달았다. 누가 뽑히든 상관없으니 부디 판만 깨지 말아다오.
누가 뽑히든 상관없다는 얘기는 사실은 거짓말이다. 국민원로는 정동영이 이기기를 바란다. 손학규나 이해찬이 신당의 대선주자가 되는 국민모독의 꼬락서니를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기에는 쥐약보다야 쉰밥이 낫지 않은가? 배탈은 나되 죽지는 않으므로.
손학규는 일단 논외로 치부하자. 될 가능성도 없거니와 배후에서 모종의 꿍꿍이수작을 벌일 역량과 자원마저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이해찬이다. 그의 진정한 출마이유가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은 자폭이 목적이었다. 정동영을 끌어안고 함께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출사표를 던진 동기였다. 한명숙이 추미애와 나란히 경기장 바깥으로 들것에 실려나간 것처럼, 유시민이 천정배와의 동반퇴장을 획책했듯이, 이해찬은 정동영을 낙마시키는 데 필요한 사석이었다.
평소 영남친노들은 열린우리당의 울타리를 지키다가 전원 옥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들이 갑자기 방침을 변경해 신당에 합류할 때부터 열린당 사수를 포기한 의도가 몹시 미심쩍었다. 더욱이 저들 전부가 통합신당에 동참한 것도 아니었다. 신당에 들어오지 않은 나머지는 대거 영남으로 낙향해 뭔가를 부지런히 도모하는 분위기였다. 그 결과물이 최근 급속히 가시화되고 있는 “우리가 남이가?” 정신의 영남신당이다. 노무현 정권의 브레인을 자처하는 김병준이 기획을 담당하고, 경남도지사를 역임한 김혁규가 조직을 책임진다. 마당발로 널리 알려준 이수성은 경상도의 퇴물정치인들을 규합하는 일에 치중하고 있다.
어쩌면 이해찬조차 영남친노의 꼬임에 깜박 속아 넘어간 애꿎은 희생양인지도 모른다. 그는 부산경남에서의 압승을 철석같이 믿는 기색이었다. 당연한 노릇이었다. 노무현 정권 수뇌부는 PK지역을 자신들의 텃밭으로 일구고자 임기 내내 줄기차게 영남 퍼주기를 감행했다. 쓸데없이 월급만 듬뿍 챙긴다고 욕을 먹는 공기업 감사들의 고향을 살펴보시라. 거의가 부산경남 태생이다. 금융기관 고위직은 부산상고 동문회가 싹쓸이하고, 경제부처 핵심요직은 변양균을 위시한 부산고 졸업생들이 독차지했다. 김영삼 집권 시절에 못지않은 부산인맥의 전성시대다. 따라서 이해찬 역시 기대가 무척 컸을 터. 노정권 계승을 주장하는데다가 처가까지 부산인 자기를 영남친노세력이 확고하고 전폭적으로 밀어주리라고.
도박이건 골프건 모든 중독은 해롭다. 그놈의 골프가 원수다. 총명하기로 소문났던 이해찬이 기본적인 사리분별과 초보적 정세분석조차 못할 지경으로 어리석어진 원인을 과도한 라운딩을 빼면 달리 찾기 어렵다. 경상도 노빠들은 정동영더러 조직동원에 의존한다고 비난한다. 소가 웃을 소리다. 현직 대통령은 정동영이 아닌 노무현이다. 정동영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과 인력은 노무현의 발가락의 때에도 미치지 못한다. 부산경남에서 정동영이 이해찬에게 승리한 것은 친노세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탓이다. 그들은 겉으로만 이해찬을 돕는 척했을 뿐, 영남신당 창당작업이 이해찬 선거운동보다 우선이었다.
영남신당의 골조가 번듯하게 세워진 지금, 영남친노들에게 대통합민주신당은 더는 효용가치가 없다. 이쯤에서 통합신당이 망하는 게 저들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다. 정동영은 분명 선거과정에서 여러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정동영 캠프가 범한 실수는 선관위와 검찰이 알아서 처리하면 된다. 한데 영남친노세력은 판 자체를 뒤엎으려 시도한다. 신당을 혼수상태에 빠뜨리려는 불순한 목표를 품었다. 통합신당이 계속 살아있으면 영남신당의 세력확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에서다. 영남친노의 주특기는 호남협박이다. 호남민심을 효과적으로 포박하려면 범여권에서 영남신당만이 생존하는 구도가 경상도 노빠들한테는 단연 유리하다. 이름하여 완벽한 대안부재론!
영남친노는 정동영을 괴롭힐 정도로만 이해찬을 지지한다. 그가 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기에 충분할 만큼은 지원하지 않는다. 노무현이 고집스럽게 애지중지하는 ‘닥치고 영남후보’ 카드에 혹여 이해찬이 장애물로 등장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사람 속은 알 수 없는 거다. 이해찬이라고 딴마음 가지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정동영을 잡든 못 잡든 그를 기다릴 운명은 토사구팽이다. 대통령 선거에는 무조건 경상도 후보자만 출전해야 한다는 비뚤어진 영남패권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다.
한나라당은 영남 B급 인재인 이명박을 이미 대표선수로 선발했다. 민주노동당 또한 경상도 출신 권영길이 대권후보다. 영남친노는 단순히 경선불복만을 노리지 않는다. 영남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절멸과 몰살을 꾀한다.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에 비견될 정치적 홀로코스트(Holocaust)인 셈이다. 비영남 주자들을 교묘한 자폭작전으로 차례로 모조리 주저앉힌 다음, 경상도서 태어난 친노후보를 범여권 단일후보로 띄우려는 꽃뱀정권 부산정권의 더러운 정치공작은 국민의 치를 떨게 만든다.
영남친노의 음모와 협잡질을 더 이상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권력욕에 혈안이 된 저들을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는 신성한 과제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야 옳다. 나는 통합신당의 휴대전화 국민경선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유권자 개인의 주먹은 약하다. 허나 수많은 유권자들이 뭉치고 단결하면 영남친노세력을 확실히 박살낼 초강력 해머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국민 개개인이 영남잔노를 일망타진할 커다란 그물의 작지만 촘촘한 그물코가 되는 거야말로 진보개혁진영을 재건하는 첩경이다. 이는 친노도당과 재수 없게 엮이는 바람에 도매금으로 단죄될 위기에 직면한 영남의 진짜 민주화세력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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