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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딸들에게 '텔미'

진짜 선거와 진짜 정치부터 배워라

유치한 질문을 던져보겠다. 지금의 원더걸스와 우리세대가 원더걸스 멤버들 나이었을 당시의 마이클 잭슨 중에서 어느 쪽이 더욱 인기가 있었다고 대중문화 역사에 기록될까? 나는 후자가 훨씬 인기가 있었으리라고 믿는다.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는 인터넷도,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마이클 잭슨 따라하기는 전염병처럼 번졌다. 쉬는 시간마다 책걸상을 구석으로 밀어 넣고 모두들 ‘Billy Jean’에 나오는 Moon Walk를 흉내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교실바닥은 마를 날이 없었다. 미끄러지기 쉬우라고 온갖 종류의 액체들을 흥건하게 뿌려놨기 때문이다.

Moon Walk는 착시효과의 산물이었다. 실제로는 걸으면서도 마치 얼음 위를 저절로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을 줬다. 붐붐과 현진영이 크게 유행시킨 토끼춤 또한 비슷한 착시현상에서 비롯됐다. 마침 ‘불후의 명곡’ 박진영 편에서 토끼춤 추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더라. 나도 방에서 따라해 봤는데 의욕만큼은 발놀림이 매끄럽지 않았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Moon Walk를 어설프게 시도하다가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딸네미들 소박하게 꾸며서 방송에 출연시킬 때부터 뭔가 대형사고가 터질 것 같았는데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평범한 비정규직 노동자로 언론에 보도된 두 딸 명의의 자산합계가 5억 8천만 원이라나. 1인당 거의 3억인 셈이다. 20대 중후반에 예금과 주식으로 그 정도 자산을 보유했으면 아등바등 노력해 정규직으로 취직할 이유가 없다. 그냥 인생 Enjoy하는 거다. 하도 놀아서 몸에 녹이 슬은 것 같으면 두세 달 아르바이트 뛰며 관절에 기름칠 좀 하고.

문국현 후보를 사기꾼이라 비판하거나, 부도덕하다고 성토하는 건 그를 노빠의 방주로 규정한 내가 생각하기에도 매우 부당한 처사다. 결벽증의 소산이거나, 지나치게 청교도적인 발상이다. 문후보 가족의 재산내역은 대한민국의 성공한 자본가 가정의 평균적 자화상일 뿐이다. 것도 대단히 양심적 범주에 속하는. 문국현을 이명박으로 치환할 경우 어떤 기기묘묘한 형태와 방식을 동원해 자식들한테 재산을 물려줬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상상에 맡길 수 있을 따름이다.

굳이 문국현의 잘못을 찾자면 정치를, 선거를 너무 띄엄띄엄 봤다는 점이다. 본인과 직계가족에 더하여 사돈의 팔촌까지 발가벗겨지는 것이 정치고 선거다. 조용히 살기를 바란다면 정치권 근처에는 얼씬도 말아야 옳다. 저토록 부실한 준비상태로 감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문국현의 용기가 그저 놀랍기만 하다. 500원짜리 야구연습장에서 공 몇 개 친 후에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대결하겠다는 모양새다.

되치기와 뒤집기가 횡행하는 곳이 선거판이다. 문국현은 서민이미지를 부주의하게 남발했다. 다른 후보자들이 문국현보다 다만 덜 검소한 탓에 서민이미지를 팔지 않는 게 아니다. 서민들도 가끔씩은 과소비를 한다. 하물며 한국사회의 내로라하는 출세한 엘리트들인 대권주자들의 평소 생활수준이 얼마나 높겠는가? 평상시 삶의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된다면 그동안 팔아먹은 서민이미지를 얌전히 반납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사치와 위선의 대명사로 단숨에 낙인찍히기 마련이다.

국민원로도 알고 보면 착한 일을 많이 한다. 하지만 어디 가서 나 착한 놈이라고 절대 자랑하지 않는다. 나쁜 짓도 자주 하므로. 착하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수수한 인상을 유지하는 게 상책이다.

문국현은 진짜 경제를 논하기에 앞서 진짜 선거와 진짜 정치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보기에는 쉬운 것 같아도 엄청난 양의 연습과 훈련을 요구하는 고난도 동작이 Moon Walk다. 문국현은 흔해 빠진 뒷걸음질을 치면서도 이를 Moon Walk라 우긴다. 다음은 정말로 미끄러질 순서일 터. 그래놓고선 다시 억지를 부리겠지. 이것 역시 Moon Walk의 구성요소라고. 문국현 후보에게 제안하는 바이다. 나와 문후보가 손잡고 한국의 댄스음악을 평정하자. 국민원로의 토끼춤과 문국현의 Moon Walk를 창조적으로 결합한 ‘달나라 토끼춤’을 개발하자.

농담이다. 농담 하나를 더 보태겠다. 딸들에게 결자해지의 미덕을 발휘해달라고 부탁해보시라. 두 딸이 원더걸스의 텔미춤을 추는 광경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띄워라. 문국현 지지자들 상당수가 Keyboard Warrior이므로 사이버공간서 금방 확산될 게다. 해프닝은 해프닝으로 잠재우는 것이 상책이다. ‘문국현딸 텔미’가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등에 오르면 침체에 빠진 선거운동에 활력소를 제공하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위기가 곧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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