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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과 동작B 선거구

갑을병을 ABC로 바꾸는 게 혁신인가

어느 정권이건 최고 통치자 못지않게 집권세력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인물이 존재하는 법이다. 이승만 정권의 이기붕, 박정희 정권의 차지철, 전두환 정권의 장영자, 노태우 정권의 박철언, 김영삼 정권의 김현철, 김대중 정권의 권노갑처럼. 노무현 정권의 경우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애당초 유시민이 유력했는데 요즘에는 김성호한테 무게중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부산경남의 저력이랄까.

이명박 정권은 출범한 지 한 달조차 되지 않아 주인공이 정해졌다. 최단 기간에 레임덕에 빠진 기록에 버금갈 또 다른 대기록을 수립한 셈이다. 기록의 사나이 청계 이명박 선생의 계속되는 신기록 행진이 기대되는 바이다.

만약 이명박이 5년의 대통령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청와대를 떠난다면 이명박 정권을 표상할 후보자들은 현재 이후로도 줄줄이 탄생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요거 하나만은 모두들 만장일치로 동의할 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맹활약한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이 발휘한 임팩트에는 그 누구도 절대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오랜 세월 오렌지 또는 오렌지주스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따봉’으로 인식되었다. 광고업계나 마케팅업무 종사자들은 잘 알리라.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영원불변할 줄로만 알았던 ‘따봉’을 ‘어륀쥐’ 한마디로 단박에 적출해버린 가공할 펀치력. 독재권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민중의 언어생활을 통째로 고치려 시도한 소설 ‘1984년’ 속의 Big Brother마저 이총장 앞에만 서면 인순이 곁의 현영처럼 왠지 초라해지는 느낌이다.

국민원로가 이경숙 총장에게 관심을 쏟는 이유는 그가 특별히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내가 순전히 개인적 용무로 청파동 일대를 만으로 2년 가까이 주유할 무렵 숙대 관계자들이 이총장에 관해 험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어본 기억이 없다. 다들 그러더라. 유능하고 후덕하다고.

하여 촉구하겠다. 정부여당은 이경숙 숙대총장에게 비례대표 1번을 허하라! 그런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꼼수를 부리는 모양이다. 당초 1번을 배정하려던 이총장을 후순위에 배치할 방침이란다. 그러면 안 된다. 이경숙 총장은 2MB 정권의 생태환경을 측정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지표생물이다. 그는 한나라당을 광적으로 지지하는, 이명박을 무조건 밀어주는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평균적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바로 강남아줌마.

대한민국의 평범한 서민대중이 강남아줌마들을 만나기는 의외로 쉽지 않은 노릇이다. 평균적 호남인이나 전형적 경상도민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서민들 중에서 강남아줌마와 실제로 대면한 비율이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노사모를 모르면 노무현을 이해할 수가 없듯이, 이명박 정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강남아줌마를 모른다면 현 정권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라도 한나라당은 이경숙 총장에게 당의 간판인 전국구 1번 자리를 배려해야 마땅하다.

동작 을 선거구에서 정동영과 정몽준이 정면 대결한다. 정동영은 마지못해 나오는 인상이다. 한데 정몽준은 속된 말로 똥 씹은 표정으로 지역구를 옮긴다. 노량진 옆에서 치러지는 선거인지라 나 또한 흥미진진하게 판세를 분석하는 중이다. 지금쯤 강남아줌마들은 사당동의 대혈투를 어떻게 풀이하고 있을까? 오렌지를 어륀지라 불러야 국가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소신과 세계관을 지닌 그네들은. 어륀쥐 철학의 관점에서 조망하면 정동영이 이기든, 정몽준이 승리하든 한국정치의 선진화에 전혀 이바지하지 못한다. 한국정치의 진정한 발전을 이룩하려면 선거구의 호칭만 변경하면 된다. 동작 을에서 동작 B로.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다. 갑은 A로, 을은 B로, 병은 C로.

우리 같으면 갑을 가로, 을을 나로, 병을 다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많이 배우고, 좋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견해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촌스럽고 후지게 가나다가 뭐냐? 우아하고 세련되게 ABC지….

당장은 총선에서의 득표에 불리할까봐 하위순번으로 잠시 밀려나겠지만 이경숙 총장은 향후 집권여당에서 중책을 맡을 게 확실하다. 이명박 정권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친위세력들이 더욱더 득세할 테고, 따라서 이경숙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확률이 매우 높다. 대한민국 집권당의 수장이 정치개혁의 실현을 앞당기자며 제안할 내용이 갑을병을 ABC로 바꾸자는 거라니.

국민스낵으로 사랑받는 새우깡에서 생쥐머리가 발견되고, 참혹하고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이 빈발하는 흉흉한 세상이다. 이런 시점에서 많이 배우고, 좋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가치와 노선을 반영하는 이경숙 총장 같은 양반이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음 총선에서 나는 동작 갑 유권자에서 동작 A 유권자가 되겠지. 여러분들께서는 무슨 선거구 유권자가 될지를 각자 알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상상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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