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다음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의 본거지
미디어다음을 중심으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광고주들 대상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결국 조선일보 측에서 광고주들의 리스트를 올려 스팸성 전화로 업무를 방해하는 글을 방치하는 사이트를 대상으로 경고문을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조선일보가 어느 사이트 경고문을 보내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지고 있지는 않다. 내가 조선일보 담당자라면 다른 사이트는 놔두고, 미디어다음 사장 앞으로 공문을 보냈을 것이다. 미디어다음은 여타의 사이트와 달리, 블로거뉴스 아고라 베스트 글을 통해 사실 상 고의적으로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의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디어다음의 문제를 떠나서 최소한 언론개혁을 외치는 진보좌파들은 지금의 광고주 대상 불매운동의 비윤리성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러한 문제를 논할 수 있는 기본적 자격을 갖추었다 생각한다. 나 역시 98년부터 2003년까지 전북대 신방과의 강준만 교수가 이론적 틀을 만들었던 안티조선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나는 2003년 이후 노무현 정권의 어용 지식인들이 기존의 개혁정신을 타락시키며, 정권 어용운동에 나서면서부터 일체의 조선일보 비판을 포기했다. 그리고 2006년부터 조선일보에 고정 필진으로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는 조중동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언론권력을 누리는 포털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2006년 당시 포털에 대한 비판글을 받아주었던 유일한 언론사가 조선일보였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포털에 대한 비판에 침묵을 지켰고, 현재 한겨레는 네이버에만 데이터와 전문칼럼을 독점 계약하는 등, 역사와 영혼까지 팔아넘기고 있다. 그러나 설사 포털 문제가 아니더라도, 2006년 상황에서 조선일보에 얼마든지 기고를 했을 것이다. 이는 98년과 2002년의 안티조선의 정신에 단 한 치도 위배되지 않는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티조선 운동은 바로 98년과 2002년까지 강준만이 주도한 방식과,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는 이른바 노무현 정권 어용지식인들, 대표적으로 명계남 등이 주도한 방식으로 나누어야 한다. 나는 강준만의 방식을 동의했을 뿐, 명계남의 방식에는 반대했다. 지금의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은 명계남의 방식의 극대화이다.
강준만식 안티조선운동은 지식인 개혁 운동
98년의 강준만식 안티조선은 대중운동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지식인 개혁운동이었다. 그래서 조선일보의 정치성에 동의하지 않는 지식인들에 한해서 인터뷰와 기고거부 운동까지만 그쳤을 뿐이다. 그 역시 매우 제한적이었다. 실례로, 고려대 경영학과 장하성 교수의 삼성 비판 칼럼에 대해서, 그 당시 안티조선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비판하지 않았다. 삼성 비판 칼럼은 좌우에 관계없이 누구나 상식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강준만 교수 등이 지적한 조선일보 기고의 부당성은 주로 진보 좌파 지식인들이 현실개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추상적 진보좌파 이념을 조선일보의 지면을 통해 널리 알리겠다는 발상에 대한 것이었다. 대표적인 지식인이 백낙청 등이었다. 그런 백낙청이 노무현 정권 이후, 가장 강경한 안티조선 운동가가 되었으니, 이 역시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안티조선 운동이 가져올 효과 역시, 조선일보를 죽이겠다는 것보다는 한겨레 등 취약한 진보매체를 살려보겠다는 뜻이 더 강했다. 진보좌파 지식인이 조선일보에 기고하지 말고, 한겨레 등 진보매체를 살리는데 주력하여, 조선일보를 보수신문으로서의 위치를 잡게 하여, 진보 매체의 시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운동의 목적을 정확히 ‘조선일보 제 몫찾아주기’라 표현하기도 했다.
선량한 기업을 괴롭히는 건 개혁운동이 될 수 없다
지금의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과 한번 비교해보자. 지금의 공격 목표는 조선일보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선량한 기업들이다. 개중 대기업도 있겠지만, 신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여, 지금 당장 홍보에 나서야하는 절박한 기업들도 있다. 이런 기업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경제영역을 정치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타격을 받는 것보다, 기업들이 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조중동 이외에 한겨레나 경향에 광고하면 되지 않느냐고? 바로 그 이야기이다. 기업들이 신문의 논조까지 분석해서 광고를 게재하자는 말인가? 왜 상품과 독자의 분석 결과 조선일보에 광고해야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을, 논조 때문에 다른 신문에 광고를 해야하냐는 것이다. 기업과 상품에 따라서, 조선일보에 광고해야할 것이 있고, 한겨레에 광고할 것이 있다. 어떠한 운동이라도 이런 선을 넘어섰을 때 그 부작용은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이 전혀 예상치 못하는 곳으로 흘러갈 수 있다.
당장 대기업들이 광고 게재를 머뭇거리면서, 조중동 뿐 아니라 전체 언론사의 광고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자본을 축적한 조중동은 얼마든지 버텨낸다. 오히려 마이너 신문들의 타격이 더 크다. 더구나 이런 난동에 까까운 폭력적 운동에 광고주들 중 단 한 명도 동의할 사람이 없다. 이런 운동을 뒤에서 지원하는 듯보이는, 한겨레, 경향, 미디어오늘 등의 광고주들 대상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신문의 논조를 놓고 광고주들에게 판단하라고 요구하는 순간, 광고주들은 암묵적으로 단결하여 이런 폭력적 운동의 수혜자로 보이는 신문사들에 얼마든지 보복을 가할 수 있다. 또한 보수단체에서도, MBC, 한겨레, 경향 등의 광고주 불매운동을 시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먼저 죽는 것은 한겨레와 경향이다.
나는 전화번호 올려놓고 스팸전화거는 철없는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이번 광고주 불매운동의 부작용을 충분히 알 법한, 미디어오늘, 민언련, 한겨레, 경향신문 등의 제 정신 박힌 기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단순히 조중동이 당황한다고 해서, 이번의 사실 상의 폭력 사태를 즐기고 있다가, 그 칼은 그대로 당신들에게 돌아간다. 어차피 정치적 목적으로 언론시장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고 있는 미디어오늘이나 민언련 등은 제외하자. 한겨레나 경향신문 기자들은 촛불이 탈 때까지만 언론하고 그만둘 건가? 특히 앞으로 10년 20년 이상 언론생활을 해야할 후배기자들을 위해 언론시장을 부활시키는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가?
한겨레와 경향신문, 언론죽이기 음모에 가담하지 마라
나는 노무현 정권 당시 언론시장 전체를 파괴시켜, 조중동의 영향력을 줄이고, 방송과 포털을 장악하려는 음모와 맞서 싸웠다. 이런 음모에 미디어오늘과 민언련은 적극적으로 가담하였고, 지금도 이를 이어가고 있다. 나는 최소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런 음모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본다. 최소한 상식을 아는 지식인이나 언론인들이 하는 안티조선은 명계남식 안티조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의 방식은 이미 언론사로서의 경쟁력을 갖춰 조중동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다 포기한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냥 너 죽고 나 죽고 다 같이 죽자고 선동하는 격이다. 다시 말하지만 어차피 신문사와는 함께 할 필요가 없는 방송사 386 정치꾼들, 그리고 미디어오늘, 민언련 등의 노무현 추종자들은 신문시장을 죽이는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런 음모에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가담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당신들이 후배 기자들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 점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선배 언론인들은, 조중동 광고주 탄압운동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알리는 사설을 게재하기 바란다. 한겨레와 경향이 나서줘야지, 일이 빨리 해결될 수 있다. 어차피 지금 탄압당하는 광고주들은 대부분 한겨레와 경향의 광고주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신문시장 죽이기를 경영전략으로 삼고 있는 미디어다음을 집중 비판하라. 그러면서 좌우를 떠나 모두 함께 노무현 정권 이후 정략적 목적으로 서로 죽이기 싸움을 벌인 신문시장 부활에 힘을 모아야 한다.
나 역시, 좌우를 망론하고, 신문시장을 죽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있는 세력과는 목숨을 걸고 싸워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자신들 개인만의 특정 정치적 방향성을 공중파에 그대로 싣고 있는 일부 방송사 기자와 PD들에게 공개적으로 경고한다. 그토록 개인의 신념이 중요하다면, 나처럼 나와서 자신있게 인터넷매체를 만들어라.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사적인 정치쇼는 그만하라.
또한 언론시장을 파괴하여, 언론권력을 얻으려는 미디어다음의 사장과 종업원들에게 경고한다. 당신들의 장난은 선을 넘어도 보통 넘어선 게 아니다. 앞으로는 더 이상 뒤에 숨어서 편집 장난을 칠 수 없을 것이다. 미디어다음을 제외한 포털사들은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미디어다음을 자제시키기 바란다. 미디어다음의 장난으로 인한 피해는 포털사 전체가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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