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겨듣던 음악의 작곡가 방시혁씨가 일간스포츠에 직접 '변희재가 내 후배인 것이 부끄럽다'라는 칼럼으로 저에 대해 의견을 주셔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방시혁씨의 글을 보고 든 느낌은 역시 작곡가는 음악으로 승부를 해야지, 쓸데없이 사회적 논쟁에 승부를 걸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방시혁씨는 일류 작곡가라고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학력차별 및 학력 패거리주의에 빠져있는 듯합니다.
“혹 변희재씨가 저보고도 같은 말씀을 하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저는 인문대를 차석으로 졸업했습니다. 변희재씨도 대학 졸업 이후의 학력이 따로 없는 걸로 알고 있으니 저에게 지적 수준 운운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하하, 이것 웃어야 합니까, 울어야 합니까. 평소 학력 차별 철폐를 위한 다양한 아이템을 구상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방시혁씨야말로 타도 대상 1호로 올려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서울대 차석 명함장 내놓고, 지적으로 비판하지 말라니요
서울대 인문대를 차석으로 졸업했으니, 지적 수준 운운하지 말라구요? 동아일보에 실은 제 칼럼 보셨습니까? 저는 그 칼럼에서 연예인 김민선이나, 카이스트에 하버드대 출신인 고려대 박경신 교수가 거기서 거기라고 주장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그까짓 서울대 인문대 차석이라는 명함장 하나 내놓고 자신의 지적 수준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마라?
방시혁씨는 학벌주의를 넘어 학력 패거리주의 경향이 농후한 것이, 한번도 본 적도 없는 저에게 “변희재가 내 후배인 것이 부끄럽다”는 말씀을 하십니까? 같은 서울대 미학과를 나왔으니까, 그냥 무조건 공개 지면에다 후배라고 칭해도 된다는 건가요? 그런 서울대 패거리들의 학벌주의 때문에, 방시혁씨의 선배들이자 바로 서울대 미학과 출신들인 황지우, 진중권, 심광현 등이 한예종에서 국민세금 가지고 돈잔치 벌이다 감사에 걸려 다들 징계받은 것 아닙니까.
더구나 저에게는 관심사도 아닌 연예인 정진영이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고 알려주시는군요. 사람을 평가할 때 무조건 대학부터 알아보는 게 서울대 출신들의 특성이긴 합니다만, 예술가라는 사람이 더 그러는지 놀랐습니다. 진중권도 이 정도는 아니지요. 남의 출신학교 따져볼 시간에 음악 자료나 하나 더 모으시지요.
방시혁씨의 구태의연한 학력패거리주의를 제외하고는 저는 방시혁씨의 본론, 즉 주장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사실 본론은 짧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이니까요. 프로에게는 모두 프로로서 합당한 윤리가 있으며 프로페셔널로서의 삶의 방식을 항상 지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본을 어겼을 때는 지탄받아 마땅할뿐더러 프로라고 얘기할 수도 없겠죠.
예를들어 작사·작곡가인 저라면 감각이 녹슬지 않도록 항상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공부하며 동시에 대중의 요구를 예측하여 본인들도 모르지만 갈망하고 있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 잠을 아끼고 건강을 다쳐가면서도 작업에 몰두해야 할 때도 있고 대중에게 외면 받아 실패할지도 모르는 모험을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럼 프로 지식인의 기본 윤리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어떠한 탄압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회의 부조리와 악에 대해서 소신껏 비판하는 것입니다 “
바로 그 이야기이지요. 음악가로서 방시혁씨가 평소 최선의 노력을 다하듯이 논객이자, 주간 미디어 전문매체 운영자이자 인터넷신문 운영자인 저도 최선을 다합니다. 남들 보다 더 많은 글을 읽고, 남들보다 더 시간을 투자하여 정책연구하고, 남들보다 더 좋은 매체를 만들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냅니다. 더불어 사회적인 논쟁을 벌일 때는 단 한 문장의 실수로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합니다. 이게 프로페셔널 논객이자, 언론사 운영자의 자세입니다.
그런데 방시혁씨는 당신의 글에서 대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저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변희재씨의 이번 발언은 사실관계를 왜곡했을 뿐더러 추측으로 일관하고 있는 불건전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며 그렇기에 이 주장에 근거한 모든 비판 전체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할 수 있겠죠.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런 프로로서의 기본 윤리조차 안 지키는 분이 버젓이 논객이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프로는 아름답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프로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프로로 살아가는 것은 더 어렵기에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기본적인 책무를 감내할 때 프로로서 아름다운 겁니다. 변희재 같은 분들이 더 이상 프로인 양 활동하지 않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김민선과 똑같이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작곡가 방시혁
심각한 수준의 왜곡이자 모욕이네요. 제 글에서 사실관계를 왜곡한 게 있단 말인가요? 어떻게 공적 지면에 글을 쓰면서, 어떤 부분이 사실관계를 왜곡했는지 짚어주지도 않고 단정을 내리고, 저를 겨냥해서 기본 윤리조차 안 지키는 사람이라 공격을 합니까. 조금이라도 근거를 대야지 제가 반박할 것 아닙니까.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해명하기 바랍니다.
제가 논점을 정확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이 논점을 놓고 사회적 공개토론을 할 자신없다면 가급적 이 논쟁에서 빠지시기 바랍니다.
첫재, 김민선의 글은 사실적시와 의견이 모두 포함되어있는데, 객관적 정황으로 볼 때 김민선은 사실적시에 대해 해명할 지적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 하기 전에 김민선이 적시한 사실을 입증할 능력이 있다는 것만 입증하면 됩니다. 그럼 제가 틀린 셈입니다..
둘째, 정진영은 김민선의 글에 허위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김민선의 글은 사실적시가 있기 때문에 법정에서 허위사실 여부를 따지게 됩니다. 그럼 김민선의 글에서 사실 적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십시오. 그럼 정진영에 대한 제 판단은 틀린 셈입니다.
저는 이걸 지적한 것이므로, 방시혁씨가 저에게 프로페셔널하지 않다는 이유로 활동하지 않도록 하려면 제가 정리한 그 논점에 대해서 해명해야 합니다. 방시혁씨의 글이 너무나 악의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존경하는 작곡가로서 너그럽게 봐드리려 해도 그렇게 안 될 것 같습니다. 명백한 명예훼손이지요. 한 논객이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가 없다? 사실왜곡한 부분을 지적할 수 없지만 무조건 사실을 왜곡했다?
제가 그래서 함부로 남을 비판하는 글을 쓰지 말라는 겁니다. 저는 방시혁씨의 선배 진중권의 글을 매체에서 인용하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분명히 밝히지요. 진중권의 글은 상당수가 허위사실이고, 진중권의 글의 거의 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진중권의 글의 절대 상당수가 인신공격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데이터는 얼마든지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한 겁니다. 똑같이 남을 비판한다 해서 다 같은 글이 아니라는 겁니다. 근거없이 남을 비판했을 때,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번 기회에 한번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방시혁씨에게 분명히 요구합니다
첫째, 자신이 서울대 인문대 차석을 했다는 점이 자신의 지적 수준을 보장한다고 정말 굳게 믿고 있습니까?
둘째, 제가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고, 기본윤리가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십시오.
셋째, 김민선과 정진영 관련 제가 정리한 논점에 대해서 해명하십시오.
마지막으로 덧붙여서 방시혁씨는 지식인의 기본 의무를 설명하면서 “어떠한 탄압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회의 부조리와 악에 대해서 소신껏 비판하는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대중문화 개혁론을 이끌어오면서, 대한민국 대중문화 영역처럼 부조리와 비리가 판을 치는 곳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번의 논쟁을 보면서 이에 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회개혁하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더러운 판을 개혁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한 명도 없더군요. 방시혁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어떠한 탄압이 들어와도 부당한 연예권력들이 판치는 대중문화판 개혁의 칼을 들겠습니다. 방시혁씨도 본인의 말에 책임을 지는 자세로 연예판 개혁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단지 학교와 과가 같다는 이유로 선후배가 되는 악습에 늘 반대해왔기 때문에 방시혁씨의 후배가 되는 것은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그러니 부끄러워하실 필요도 없을 듯합니다. 오히려 작곡가마저 이토록 중증 수준의 학력차별주의에 빠져있는 것을 보니, 역시 이 부분도 어떠한 탄압이 들어와도 개혁을 해내야겠다는 의지가 솟구칩니다.
앞으로 프로페셔널 작곡가답게, 음악에 더 신경쓰시고 글쓰기 영역에 함부로 들어오지 마십시오. 저도 작곡의 영역에는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함부로 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알아주시구요. 그럼 여전히 좋은 음악 부탁드립니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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