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워치 23호 기사입니다.
광우병 선동을 이끌었던 김민선이 결국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에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이에 대해 배우 정진영이 “대체 김민선이 무슨 허위사실을 유포했냐”며 김민선을 응원했고, 시사논객 진중권도 “이번 사건은 쇠고기가 안 팔리는 데에 대한 한풀이, 둘째는 일반적으로 교양과 재수가 부재한다고 여겨지는 어느 여성의원이 때맞춰 몸소 입증해주신 것처럼 비판적인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보수진영의 분위기"라 거들었다. 과연 김민선의 주장이 법적인 선을 넘어섰느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민선이 자신의 미니홈페이 올린 원문은 다음과 같다.
“지금 매스미디어가 광우병에 대해 이렇게 잠잠하단 것이 난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장 살고 죽는 이야긴데. 남 얘기가 아닌 바로 나, 내 자식, 나의 부모님, 내 친구들의 이야긴데. 어디 일본도 아닌 바로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말이다. 도대체 그 많고 많던 매스미디어는 왜 이 문제에 대해선 쉬쉬하고 있는 걸까.
이제 곧 세계가 피하는 자국민들조차 피하는 미국산 소가 뼈채로 우리나라에 들어온다고 한다.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L.A에서조차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채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 광우병은 700도로 가열해도 살아남고 사용된 칼이나 도마 절삭기를 통해서도 감염이 되며 한번 사용된 기구는 버리고 또 소각해도 살아남는다. 스치거나 백만분의 일만 유입이되어도 바로 치명타인 광우병. 닭이나 돼지고기 생선류 역시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광우병 보균자는 타액으로도 전염이 되고 음식은 아무리 가공을 할지라도 우리는 별 수 없이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단지 소고기만 안먹는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식자재, 과자류,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화장품까지도 사용된다는 걸 아시리라 믿어 의심치않는다. 병원 역시 여러 번 의료기구들을 소독을 하지만 그걸론 어림도 없다”
청산가리 발언보다 더 위험한 김민선의 사실 적시
이 당시 김민선 뿐 아니라 이준기, 박용하, 김혜수, 김장훈, 김희철, 하리수, 세븐, 이동욱, 윤도현, 이승환 등등 수많은 연예인이 미국소의 위험성에 대해 발언했다. 개중 김민선이 주목받은 이유는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는 너무나 선정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법정으로 가게 된다면 오히려 청산가리 발언보다는 김민선이 적시한 사실이 더 위험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의 의견이다. 김민선의 발언 중 “세계가 피하고 자국민들조차 피하는 미국산 소가 뼈채로 우리나라에 들어온다고 한다”와 “LA에서조차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자기 의견이 아니라 사실 적시라는 것이다.
김민선이 법적으로 대응할 때 미국산 쇠고기를 세계가 피하고 자국민들조차 피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LA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발언은 마치 한국에 수입되는 쇠고기가 LA에서는 유통조차 될 수 없는 저급이라는 사실 적시로 이해될 수 있다. 역시 김민선은 LA의 쇠고기 유통체계를 검증하여 이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미국 농수산부(USDA)의 2006년도 발표 결과 미국 내 자국 쇠고기 점유율은 약 80%이다. 나머지 20%를 수입육이 점유하는데 호주산, 캐나다산, 뉴질랜드산, 브라질산 순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자국민이 기피한다는 김민선의 주장은 통계로 볼 때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LA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발언은 김민선 측이 법정에서 입증하기 거의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이 발언은 어떻게 보면 실언이기 때문에 검증할 필요없이 법원에서 인정될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다.
김민선 발언으로 15%의 국민이 움직였다면 엄청난 영향력
법정에서 가장 쟁점을 다툴 논점은 과연 김민선의 발언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업입체가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었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에 대한 입증은 쉽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다. 시민을위한변호사들의 이헌 공동대표는 “간단하지는 않지만 최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김민선의 발언으로 쇠고기 소비를 줄였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15%에 달해 깜짝 놀랐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이번 소송과 관련해 김민선씨의 발언이 쇠고기 소비에 미친 영향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김씨의 발언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덜 먹게 되었다는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15.8%에 달한 것. 전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의 소비대상으로 본다면 4900만명 중, 약 750만명이 김민선 발언에 영향을 받아 쇠고기 소비를 줄인 셈이다.
이헌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3% 정도면 의미있는 통계수치로 보는데, 15%라는 것은, 그 어떤 지식인이나 정치인의 영향력을 김민선의 발언이 넘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대중 연예인들의 영향력을 전면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선의 발언에서 또 다른 문제점은 그의 일관성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지난해 김민선이 발언한 '청산가리'가 논란이 되며 김민선이 미국에서 쇠고기가 든 햄버거를 먹는 사진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진은 김민선이 지난해 초 케이블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미국LA 등지를 돌며 쇼핑을 하다가 한 유명 햄버거 매장에 들어가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캡처한 것이다. 당시 김민선은 "XXXX 햄버거다"라고 감탄을 했고 동행한 일행은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나 교포들이 꼭 얘기하던 그 햄버거"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이중적 태도"라며 김민선을 질타했으나 소속사는 이에 대해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것은 광우병에 대해 알기 전"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청산가리 발언과 비교해보면, 이렇게 해명하고 넘어가는 건 어불성설이란 비판이 주를 이룬다. 김민선은 “당장 살고 죽는 이야긴데. 남 얘기가 아닌 바로 나, 내 자식, 나의 부모님, 내 친구들의 이야긴데. 어디 일본도 아닌 바로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말이다”라고 처절할 정도로 선정적인 발언을 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김민선이라면 지금 정도면 죽음의 공포 앞에서 벌벌 떨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김민선은 그 이후에도 영화 ‘미인도’를 흥행에 성공시키고 ‘오감도’에도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김민선이 과거에 인터넷의 부정확한 정보로 피해를 입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한 일도, 이율배반적이란 비판을 받는다. 김민선은 2005년 1월 연예인X파일 사건 당시 안재욱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연예인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아 자신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주었다는 것이다. 김민선은 “연기자로서 기본적인 인권마저 박탈당했다”며 분개했다. 또한 연기자 정다빈이 악성 댓글로 자살하였을 때 "정다빈 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간다"면서 "분명 죄는 아닐 텐데 왜들 그리 못잡아먹어서 난리냐"며 인터넷여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부정확한 발언이 인터넷으로 유포되어 멀쩡한 기업들이 막대한 손해를 봤음에도 배우 정진영을 통해 “뭐 어쩌겠어요”라는 무책임한 말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홍보하는 연예기획서 정리해야
김민선에 대해서는 현재 한나라당의 전여옥 의원이 비판을 했고, 배우 정진영이 김민선을 옹호하면서 논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본지 변희재 대표 역시 “김민선과 정진영은 사회적 파장을 일이킬 만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지적 수준이 안 되어있다”며 비판했다. 변대표는 “김민선의 경우 미국인이 자국 쇠고기를 기피하고 LA의 상황에 대해 사실 관계를 입증할 지적 능력이 안 되고, 정진영의 경우는 김민선의 글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등, 정상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책임감도 지적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연예인들의 공적 발언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잡고, 연예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을 인터넷에 유포시켜 마케팅을 하는 김민선의 소속사 TN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부도덕한 연예기획사들을 정리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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