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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문가 포장된 촛불스타 이여영 발탁

KBS 이병순사장 “이여영 발탁 엄격히 조사해 조치취할 것”

지난해 촛불파동 당시 자신의 블로그에 촛불 찬양 글을 올려 화제가 된 프리랜서 기자 이여영이 KBS 보도국 인터넷 뉴스팀의 인터넷 전용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10월6일 첫 방송된 ‘이여영의 아지트’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먹고, 마시고, 즐기는 트렌드를 솔직하고 당돌하게 접근하는 토크 프로그램’이라 소개돼 있다. ‘아지트’는 ‘아름답고 지적인 트렌드 리포트’의 줄임말이다. ‘이여영의 아지트’는 첫회에서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SBS 드라마 ‘스타일’ 등을 통해 대중의 호기심을 산 패션지 기자들의 진실한 삶을 다뤘다. 이 같은 기획 자체에 대해서는 고무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젊은 세대들이 동경하는 직업군의 이면을 다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진행을 맡은 이여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여영의 전문성 문제이며, 그녀가 KBS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된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여영의 아지트’가 시작되며 이여영을 설명한 몇몇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그 소개가 다소 장황하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슈퍼모델 대회 출전 경력이 있으며, 유명 일간지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로 활약했고, 현재도 프리랜서 기자로 다양한 매체에 ‘라이프 스타일’ 관련으로 칼럼을 쓰고 있다. 그리고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생활을 다룬 20대 자기계발서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여영의 ‘액면 그대로의 경력’은 보도된 것과는 크게 다르다. 이여영은 지난 2006년 중앙일보 인터넷뉴스룸 연봉계약직 기자로 입사해 중앙일보 ‘J-Style’ 섹션에 기사를 싣다가, 2008년 퇴사했다. 2년여 간 계약직 기자 활동을 한, 애초 ‘라이프 스타일 전문기자’라는 호칭을 붙이기 어색한 경력이다. 신참 기자가 더 적합하다.

특히 각 언론사에서 전문기자 제도를 도입한 현 상황에서는 일정부분 사칭의 소지까지 있다. 전문기자는 일반적으로 해당 분야에서 최소 10여년 이상 활동한 기자들 중에서 심사, 각 언론사 측에서 선정한다. 현재 미디어전문기자, 대중문화전문기자, 군사전문기자, 의학전문기자 등 특화된 분야에 전문기자가 존재한다. 종이일간지 섹션의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는 전문기자가 아예 없다.

이여영 상품성은 ‘촛불 시위’ 화제성 외 없어

이여영이 미디어계와 대중 사이에서 처음 거론된 것은 촛불파동 당시 블로그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이후에도 다양한 매체에 라이프 스타일 관련 칼럼들을 꾸준히 게재해 왔다고 홍보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촛불파동 당시의 인지도를 통해 미디어스 등 진보좌파 성향 매체에 시사칼럼 등을 게재하는 양이 많았다. 이여영과 프리랜스 기사 게재 계약을 한 서울신문NTN 측은 “애초 와인에 대해 잘 안다고 해 와인 관련 기사 게재로 계약했지만, 이후 각종 문화 분야를 다 쓰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NTN에서 이여영은 ‘조혜련 파문으로 본 연예인의 해외진출 문제는?’ ‘‘서울대 얼짱’ 출신 탤런트, 동기들 질시에 눈물’ ‘[TV돋보기] 왜 예능 프로그램은 다 똑같아지고 있을까?’ 등 라이프 스타일 관련 기사보다 연예 관련 분석기사에 더 열성을 쏟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녀가 펴낸 책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역시 20대의 자기계발서라기보다 중앙일보 재직 당시 사내 분위기와 내부고발성 내용을 상당부분 다루고 있다. 이여영은 ‘촛불파동’과 뗄려야 뗄 수 없으며, 그를 통해 자기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

미디어비평가 오창석은 KBS 보도국 인터넷 뉴스팀의 이여영 발탁에 대해 “촛불 파동 당시 인지도와 상품성 외에 다른 근거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오 비평가는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 정도가 되려면 두 가지 중 하나는 조건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 하나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며, 다른 하나는 스타성”이라면서, “이여영의 경우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해당분야에 종사한 경력이나 그 성취도가 상당히 일천하므로, 결국 스타성 탓으로 봐야 옳다. 그러나 그 스타성은 곧 촛불 파동 당시 화제성이며, 촛불 시위에 대해 쓴 편파적 추측 글로 인해 얻어진 스타성을 공영방송이 인정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KBS 측, 이여영 발탁에 대해 엄격한 조사 약속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본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이문원 KBS 시청자위원은 지난 10월15일 KBS 시청자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이여영의 KBS 프로그램 진행자 발탁 이유에 대해 의견서를 제시, KBS 측이 직접 답변에 나섰다.

KBS 고대영 보도국장은 이여영의 발탁 경위에 대해 “이여영씨는 이전에 KBS 라디오에서 섹션을 맡은 일도 있고, KBS 인터넷 '차정인의 세상읽기‘에 게스트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면서 “그런 관계로 해당 팀에서 이여영씨를 발굴해 프로그램을 맡긴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여영씨의 배경에 대해선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고 보도국장은 또 “‘이여영의 아지트’는 라이프 스타일 관련 프로그램이므로 이여영씨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이 나오기 힘들다”면서, “인터넷 프로그램의 경비가 적어 외부에서 인력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년 예산이 더 많이 잡히면 외부 인력을 쓰지 않고 본사 기자들로 대체하겠다”는, 논점에서 벗어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에 이병순 KBS 사장이 “충분한 답변이 아니었던 것 같다. 발탁 경위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적절한 답이 아니었다”며 제지, 보도국장에게 이여영이 절차적으로 합당한 과정을 거쳐 발탁된 것인지 묻고, “만약 KBS에 적합지 못한 경력을 지닌 인물이 발탁됐다면, 이를 엄격히 조사해서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보도국장에 지시했다. 이여영에 대한 KBS 측 답변은 11월 시청자위원회 정례회의 때 재보고되기로 했다.

“전문성 살리느니 다음 아고라에 정치 글이나”

한편 이여영의 ‘승승장구’에 대해서는 라이프 스타일 관련 전문지 기자들의 시선도 따갑다. 경력 9년차의 한 여성․패션지 기자는 “기자가 뜨는 데는 전문성보다도 화제성이 더 중요하다는 건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여영씨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아이콘이 돼 전문분야 전문가로 인식됐다는 점에서 한숨이 나온다”면서, “2년 일한 계약직 기자가 전문기자로 포장돼 잘 풀릴 수 있다면, 웬만한 여성․패션지 기자들 모두 전문성을 기르기보다 다음 아고라에 어떻게 하면 쇼킹한 정치 글 올리나 고심해봐야 할 때”라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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