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7월 사내 총파업을 주도했던 ‘KBS 새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조합원 60명을 징계하겠다고 통보했다. 새 노조는 기존 집행부와 노선 갈등을 빚던 일부 노조원들이 노조를 탈퇴하고 새로 만든 복수노조다. 회사 측이 징계 통보를 한 대상에는 정세진, 김윤지, 이광용, 이재후 등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 12명도 포함됐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민중의소리 등 친노좌파 매체는 징계대상자 60명 중 유독 정세진과 김윤지 등 젊은 여성 아나운서만을 강조하며 여론선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인지도를 활용해보겠다는 전략이다.
젊은 여성 아나운서를 정치투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일은 MBC노조가 처음 시작했다. 지난해 7월
특히 손정은 아나운서는 과거에 MBC노조의 정치적 성향과는 정반대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2006년 3월, 부산에서 허남식 부산시장을 지지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게시, 화제에 오른 것. 손정은 아나운서가 한나라당 허남식 부산시장을 지지하며 흑암세력을 무너뜨리겠다는 공개 글을 게시한 것을 감안한다면 손 앵커는 촛불세력과 사상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던 셈이다. MBC 노조는 이런 손정은 아나운서를 광우병 난동의 마스코트로 활용했던 것이다.
박혜진, 정치적 발언 방통심의위로부터 징계받고도, 김재철 사장 바로 복귀시켜
박혜진 <뉴스데스크> 앵커도 MBC 1차 파업에 참여하며 자신도 파업에 참여한다는 클로징멘트를 하여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런 박혜진 아나운서에 대해 전임 엄기영 MBC 사장은 <뉴스데스크> 앵커직에서 하차시켰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 부임 이후 박혜진 아나운서는 MBC의 야심찬 기획인 ‘위대한 탄생’의 MC로 전격 발탁되었다. 심지어 MBC 라디오 ‘박혜진이 만난 사람’이라는 독자 프로그램까지 안겨주었다.
이런 박혜진 아나운서는 KTX 여성무원 문제 관련 “뉴스를 통해서 접했을 때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기운을 내셨으면”, “정당한 요구, 용기 있게 끝까지 맞서시길 응원하겠다” 등등 정략적 발언을 하여 방통심의위로부터 또 다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박혜진 아나운서가 연속적으로 징계를 받아도 MBC 내의 위치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MBC 노조의 정치투쟁의 마스코트로서 노조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혜진, 손정은, 문지애, 김주하 등 MBC 간판 여성 아나운서들은 2008년 광우병 선동 당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한 박혜진 아나운서의 사례에서 보듯이 노조에서는 이들에게 투쟁의 대가를 톡톡히 안겼다. 문지애 아나운서는 ‘PD수첩’의 고정 MC로 섭외되기도 했다.
KBS 새노조는 바로 이러한 MBC의 여성 여성아나운서 정치 투쟁 도구화 전략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이는 비단 KBS 노조 뿐 아니라 친노세력 전체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7월 KBS 새노조의 파업 당시 전규찬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수백여명의 파업참여 인사 중 유독 김윤지 아나운서에 주목하여, ‘KBS 김윤지 아나운서는 짱’이라는 공개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김윤지. 아나운서. 아 맞다. 참 감동적이다. 잠시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본다. 아니 행사 내내 그녀 뒷모습을 주시한다. 왜? 대체 나는 왜 그녀에게 이렇게 정신을 빼앗겼을까? 그래서 왜 이렇게 그녀에게 ‘짱’이라는 헌사를 바치게 되었을까? 고마워서다. 아름다워서다”
전규찬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 “김윤지 아나운서 짱” 팬클럽 수준의 천박한 글 남겨
전규찬 이사장은 "나는 당신이 참 예쁘고 고맙다. 나와 함께 해줘서 동지라고 불러본다. 비록 말 못 붙이고 조용히 등만 바라보지만 당신의 생각과 고민 다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해 주는 것으로 당신은 지금부터 우리의 짱, 나의 짱이시다"라는 10대 팬클럽 수준의 천박한 글까지 남겼다. 이에 해당 기사를 읽은 미디어스 독자는 “예쁜 젊은 여자 아나운서가 나타나서 감격했나 보지. 전규찬의 시각이야말로 전형적인 여성차별적인 거지. 이런 짓 좀 그만해라. 파업 참여한 사람은 그냥 다 같은 파업 동지일 뿐이고. 여기에 예쁘고 아나운서고 뭐고 어디 있나”라며 전규찬 이사장의 추태를 지적했다.
이러한 친노세력의 정략은 60여명의 징계자 중에서 유독 정세진과 김윤지 아나운서만을 부각시키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대표적인 친노매체 미디어오늘은 ‘KBS, 정세진·김윤지 등 아나 무더기 징계통보’라는 제목으로 첫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이 선동을 시작하자 기타 모든 매체들도 정세진과 김윤지 아나운서를 제목으로 뽑기 시작했다. 민중의소리와 경향신문은 물론 조선일보까지도 마찬가지였다.
MBC노조와 KBS 새노조 등 친노세력이 젊은 여성 아나운서를 집중 부각시키는 이유는 이들의 인지도와 감성적 전략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정확히 따지기 보다는 젊은 여성 아나운서들이 탄압받는 이미지를 대중들에 보여주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정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남성 아나운서 이광용의 글은 여성 아나운서 고민정의 글에 묻혀
정세진, 김윤지 아나운서로 대중적 효과를 봤다고 판단했는지 1979년생인 고민정 아나운서까지 대열에 합류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트위터에 "매서운 칼바람은 바깥에 불고 있는 바람이 아니라 매정하게 제식구를 자르려는 KBS 안에 있었다"고 선동을 시작했다. 고민정 아나운서 뿐 아니라 이광용 남성 아나운서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지만, 미디어오늘 등 친노매체는 역시 고민정 아나운서만을 집중 부각시켰다.
이에 이광용 아나운서는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며 "정세진, 김윤지 아나운서는 검색어 상위에 올라갔는데 왜 제 이름은 없는건지, 옐로우카드의 영향력이 이정도였단 말인가요? 더 노력해야겠군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젊은 여성 아나운서만을 부각시키려는 친노세력의 전략이 수정되지 않는 한, 이광용 아나운서의 트위터글은 고민정 아나운서의 묻혀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아나운서 직종 특히 젊은 여성 아나운서들은 대중에게 알려진 바와는 크게 다르게 방송계 내에서 최약자 계층이다. 뉴스 앵커직은 더욱 그렇다. 조직화되어있는 기라성 같은 보도국 기자들 틈에서 혈혈단신으로 파견되어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미국식 앵커들과 같이 자신의 주관적 의견을 내세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잦은 정치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박혜진 아나운서의 경우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MBC 노조의 생각을 그대로 멘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KBS 새노조, 희생양 된 젊은 여성 아나운서, 또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
사 측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파업을 하더라도 간판 프로그램의 MC를 맡고 있는 아나운서의 파업이 대중적으로 훨씬 더 큰 파급력을 지녔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기자 직종에서 한 명이 빠지는 것과 프로그램 MC가 빠지는 것은 비교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징계 대상자 중 아나운서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KBS 새노조 역시 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KBS 새노조 파업 당시 파업 선언을 하고도 상당 기간 프로그램 진행을 해왔다. 그러다 이 문제가 비판을 받자 파업 말기에 아나운서들이 가장 늦게 프로그램에서 빠져나왔다. 인터넷미디어협회의 강길모 회장은 “아나운서, 특히 젊은 여성 아나운서는 가장 약한 지위에 있는 방송직종이고, 직종 특성 상 징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 KBS새노조에서 무리하게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 결국 희생양이 되었다”, “노조의 여성 차별, 여성 도구화 의식을 반성하기는커녕, 희생양이 된 여성 아나운서를 또 다시 선동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보면, KBS 친노 노조의 도덕성과 윤리의식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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