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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독재자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북한의 절대 독재자 김정일이 지난 12월 17일 사망했다. 북한 왕조(王朝)를 창건한 김일성의 장남으로 태어난 까닭에 큰 어려움 없이 권력을 세습했던 1974년 2월 이후 37년 만에 그의 철권지배체제는 종말을 고했다.

그러나 그의 악정(惡政)이 남긴 흔적은 너무나 크고 깊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대남 대외관계 그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는 현실이다.

첫째로 김정일은 자신과 자기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의 절대복종과 무한 충성을 강요하기 위해 정치 사상적 무제한 통제의 사회규범으로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이라는 것을 집권 초기인 1974년에 제시했다. 흔히 10대원칙이라 불리는 이 독재정치의 규범에 묶여 얼마나 많은 북한주민과 지식인 심지어 충성스러운 당 간부들이 반당분자, 반충성분자로 몰려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지 알 수 없다.

둘째로 옥수수 100만 톤만 들여왔어도 300만이라는 무고한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지 않았을 것인데, 김정일은 끝내 이들을 외면했다. 1990년대 후반 전대미문의 대홍수로 극심한 농작물이 피해를 입어 ‘고난의 행군’이라는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당시 김정일의 사금고(私金庫)에 쌓여있던 수십억 달러의 10분지 1만 사용했어도 옥수수 100만 톤은 충분히 도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김정일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평양 시외로 빠져나가는 평양 시민의 대열을 보면서 “수령님(김일성)께서는 평시 나에게 정치지도자는 무엇보다 먼저 혁명무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교시하였다. 그러니 경제문제나 식량문제는 내각에서 책임지고 해결하시오!”라고 말한바 있다.

과연 이런 김정일의 태도가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자기 생명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체 정치지도자’가 위할 자세였는가? 무고한 노동자, 유약한 노인과 어린이가 수없이 굶어 죽는 현실을 빤히 보면서 이보다 더 중차대한 정치문제가 어디 있기에 ‘수령의 교시’ 운운하면서 그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는 통치자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정치 도덕적 윤리의식조차 갖추지 못한 자기중심의 독재자에 불과했음을 입증했다.

셋째로 10여 년간 ‘선군정치’를 실시했다는 사실이다. ‘선군정치’에 대한 그의 사상의식은 지극히 단순하고 명료했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은 오직 총대뿐! 총대는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의 ‘선군정치’는 단순히 ‘군사우선’의 정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대남전략, 대외정치 등등 모든 부문에서 군대식 사고, 군대식 수행방법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선군정치 사상이 온 사회를 지배하고 정치원칙으로 제시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인간적인 관계, 인도적인 사고가 허용될 수 있었겠는가? 선군정치 하에서의 북한 주민의 생활과 역할은 오직 ‘수령을 위해 살고, 수령을 위해 죽으며, 수령을 수호하는 방패역할’을 하다가 죽는 길 밖에 없었다. 이런 사회를 어찌 인간이 사는 사회라 할 수 있겠는가?

넷째로 이른바 ‘남조선 혁명’을 명분으로 자행한 수많은 테러와 남침 행위였다. 17명의 우리정부의 각료를 몰살시킨 ‘아웅산 묘소 폭발테러’ 중동파견 115명의 근로자를 희생시킨 ‘KAL폭발테러’를 비롯하여 작년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가지가지의 폭탄테러와 무력도발을 자행한 장본인이 바로 김정일이었다. 그뿐인가? 남한, 일본, 중동국가, EU 세계 곳곳에서 수도 없는 외국인들을 납치하여 대남공작원으로, 대남공작기관의 교관으로, 또는 대남 선전선동기관의 근무자로 사용했다.

이러한 국가범죄의 지령자가 바로 자신임을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씨 앞에서 자랑스럽게 떠들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이야말로 국제형사재판소가 인도적 범죄자로 재판에 회부해야 할 사건이 아니고 무엇인가!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지적해두자. 그것은 바로 핵 미사일 개발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들여 핵 미사일을 개발하는가? 김정일의 주장인 즉은 ‘미제국주의자들의 공화국 적대시정책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런가? 만약 미국이 북한의 핵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의 핵시설을 그대로 놔둘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는가? 필자는 결코 미국이 그대로 묵과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최첨단 현대무기는 충분히 북한의 핵시설을 사전에 파괴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 김정일이 계속 핵미사일 개발에 전념하는 이유는 ‘우리, 즉 남한을 인질로 삼아 대결해보겠다’는 것이 아닐까? 필요하다면 같은 혈육인 남한을 핵공격의 목표로 선정하고 있음을 과시하면서 대미투쟁을 기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야말로 반민족적 자해행위라 아니 할 수 없다.

필자는 이상 몇 가지 사실을 지적하면서 김정일의 37년간의 독재정치가 남긴 흔적이 너무 크고 깊은 것임을 절감한다.

과연 새로 등장한 3대 세습자 김정은이 선대가 저지른 이 엄혹한 후과를 어떻게 메꾸어 나갈 수 있을까? 김정은이 할 우선적 과제는 ‘아버지 대에 잃어버린 북한 인민의 정권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가?’하는 것이다.

필자는 우선 먹는 문제 해결부터 시작하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서 체제 개혁개방 이외 딴 방법이 없다. 과연 체제위협을 자초할지도 모를 개혁개방에 나설만한 용기와 결단이 후계자 김정은에게 있을까? 지극히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강인덕 본사 고문<전 통일부 장관, 현 일본 성학원대학 종합연구소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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