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김정일이 사망한 사실을 북한 당국이 공식발표할 때까지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정원이 언론과 정치권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회 국방위에서 국가정보원을 ‘동네정보원’이라며 비아냥거리며 국정원장의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고립된 폐쇄국가로 미국이나 러시아 등도 쉽게 그 내부를 파악하기 힘든 나라이다. 또한 김정일의 사망은 북한에서도 기밀 사안인지라 극소수 측근을 제외하고는 내부에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에도 정부가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당시 김일성 사망에 대해서도 북한은 34시간이 지난 후에 발표 했으며 그전까지는 외부사람 그 누구도 몰랐었다.
또한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김정일 사망에 대한 발표를 정치적 계산이 끝난 후 최대한 신중하고 확실하게 발표하기 위해 보안에 있어 최고의 노력을 기울였을 만큼 아무리 첩보능력이 뛰어난 미국의 정보국이라도 김정일 사망을 즉각 알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CIA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실은 것만 보아도 우리 정보당국인 국정원을 조롱하고 질책만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
특히 김정일 사망과 같은 일급기밀정보는 인공위성이나 첨단장비보다는 인적인 정보가 중요하다. 북한 권력층에 닿을 수 있는 정보원이 필요한 것이다. 과거에는 안기부가 북한 권부를 대상으로 그런 공작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대북공작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전면 중단됐다. 대북 공작의 중요한 인적 요소가 배제된 것이다. 심지어는 임동원씨가 국정원장으로 있을 때 북한 권부 내 우리 간첩들의 명단을 북한에 넘겨줬으리라는 설도 있다. 사실상 우리 국가정보원의 손발을 묶고 눈을 가려놓는 작업을 해왔던 정치권이 국정원의 현재 정보능력 부재를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에 가깝다. 현 국정원의 모습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이 바로 정치권이다.
정치권이 위축시켜놓은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활동의 제약은 그동안 국가보안법의 위상 하락과 더불어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국론 분열은 일상화됐고, '전문시위꾼'이라는 직업이 존재할 정도로 국가정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반국가적 단체가 거침없이 활보하고 있다. 또한 인권이니 정보유출이니 하며 정보기관의 활동범위를 울타리 안으로 밀어 넣어 버리는 지경에까지 왔다. 지난 10년 좌파 정권에 의한 국가보안법 무력화로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의 대공(對共)수사 기능과 권위는 말할 수 없이 허약해진 게 현실이다.
국정원의 역할은 국가의 안위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우리나라를 안정적이고 혼란으로부터 보호함에 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올바른 외교 및 안보를 이끌어 가는데 국정원의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국가정보원의 활동에 대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하며, 그 지원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정보능력에 대한 지적과 평가도 국정원 정상화가 이루어진 뒤에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작 본인들의 행위로 인한 참담한 결과는 생각지도 않고 여론을 올라타 국정원을 향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비난 행태는 국민들도 전혀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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