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17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회의에서 석패율제 도입에 잠정 합의함에 따라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하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취약지역에서 서로 도움이 된 반면, 다른 군소야당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패율제' 도입은 정치권의 이런 잇속과는 달리 ‘동서화합’ 이라는 시대적 엄중함이 담겨져 있는 제도로 정치권의 유불리를 떠나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국가적 과제이며,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추어 민주통합당은 진작부터 취약지역인 부산 낙동강에 대여전선을 구축하고 친노인사를 전면 배치했다. 동진(東進)전략기지를 낙동강일대에 구축한 것이다.
이른바 '문성길'이라는 불리우는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민주통합당 서열 2위의 문성근 최고위원, 호남과 영남을 오가며 공을 들여왔던 김정길 전 의원이 이미 그곳에 버팀목을 구축했으며, 여기에 노무현을 따랐던 친노인사들이 주위에 대거 포진했다.
이들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세확산에 나서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西進전략' 을 통해 전라도 그중에서도 섬진강권에 교두보를 확보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섬진강권 최대도시인 전남 순천 순천대학교에서 문재인 노무현 재단이사장을 비롯한 호남내 친노인사들이 대거 모여 노무현 재단 전남위원회를 출범시켜며 세집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동영 의원도 최근 부산지역에 출마하겠다며 전주 지역구를 포기했다. 김부겸 의원은 진작부터 대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당안팎으로부터 지지를 받아 최고위원에 올랐다.
이런 분위기 탓에 18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정권교체의 출발지를 부산으로 선택하고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의 영전에 이런 전략을 보고까지 마쳤다.
적진 깊숙히 파고들어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반면 전쟁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은 '오합지졸'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전남권에서 그마나 당선가능성이 엿보였던 한나라당 정용화 광주전남발전위원장은 최근 한나라당이 호남을 버렸다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민주통합당의 장수들은 낙동강에 투입돼 결사항전을 선언하고 있는 마당에 이곳 호남에선 선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수급인 정 위원장의 의지가 내부 반발에 부딪혀 투항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지금 한나라당은 현역의원 누구하나 호남에 출전하겠다고 나선 인사조차도 없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너도 나도 낙동강 전선에 자원해 장렬히 죽겠다며 자살특공대를 조직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지도부는 몸사리기 바쁘다.'돈봉투'로 인해 공멸할 상황에 처해 있을뿐 이를 타개할 전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나라당 당협위원장도 눈에 보이질 않는다. 전쟁에 나설 지역의 호남의 야전장수들이 전쟁하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다.
총선에 출마하려면 지역에서 대외홍보나 지역구활동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역량을 홍보해야 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전라도에선 그런 기자회견조차 갖는 위원장이 없는 실정이다.
이게 바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처참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가 일단 석패율도입에 합의했다고 하니, 한나라당의 쇄신책은 바로 호남에서 시작되는 것이 여러모로 합당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더 이상 낙동강세력이 섬진강권을 넘어 전라도를 장악하는 일을 막기 위해선 박근혜 본인이 솔선수범해 출마결심을 해야 하며, 아울러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로 이뤄진 '자살특공대'를 조직해 전선에 투입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표는 본인 스스로가 섬진강권의 핵심거점인 전남 광양에 출마해 한나라당의 교두보를 이곳 전라도에 확보해야 한다.
전라도와 경상도 접경지역에 위치한 광양은 광양만권의 중심도시이자 영호남통합의 상징성이 있는 도시로 한때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에 버금갔던 지역이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비롯해 주요 공장들이 입주한 탓에 외지인구가 70%를 넘고 인근 남해-하동과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어 호남에서 한나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지역이다.
게다가 국회 남해안발전포럼의 대표인 정의화 부의장이 진작부터 영호남화합을 위한 '섬진강특별시' 를 제안한 상징성이 매우 큰 지역이며, 남해안선벨트 남중권 거점도시이기도 하다.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얼이 살아 숨쉬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최근 고인이 된 박태준 회장의 땀과 혼이 담긴 지역이기도 하다.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당한 뒤 백의종군의 길을 걸었던 곳도 바로 이곳 섬진강권역이다. 지금 한나라당도 이순신 장군의 뒤를 이어 '백의종군' 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박근혜 대표가 먼저 이곳 광양에 출마해 '백의종군의 길' 을 가라.
그리고 서울수도권의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도 대거 호남에 출사표를 던져 장렬히 전사하라. 더 이상 방황하지 말고 이곳 호남에 뼈를 묻을 각오로 출마해 백의종군의 길을 가기 바란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석패율' 을 통해 반드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표의 당선여부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석패율제도를 통해 비례대표 1위로 등극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인 광양에 출마하는 것은 박근혜 본인만이 아닌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그리고 호남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역사는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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