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박근혜 당선인이 18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 결정적 승리 요인으로 무엇보다 중도층 공략에 성공한 점을 꼽는다.
아무래도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기존의 강경하고 비타협적 보수 이미지에만 안주하기보다는 중도·무당파층까지 파고들 수 있는 이슈들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 내세웠던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맹목적인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았던 이른바 합리적 보수 인사들의 맹활약이 박 후보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찬양 일변도의 일방 지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지지와 함께 원칙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합리적인 면모로 유권자 국민과 호흡함으로써 박 당선인이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의 결정적 승리 요인으로 꼽히는 외연 확대에 기여한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에는 누가 있을까?
보수진영 뿐 아니라 중장년층과 20대 젊은 세대에까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전원책 자유경제원장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전 원장은 지난 2007년 군가산점 폐지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각종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20대 젊은 세대와 자식을 둔 부모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폭발적 반응을 얻은 바 있는 대표적 보수인사다.
전 원장은 또한 각종 TV, 라디오 토론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보수의 가치를 설파하면서 정통보수주의자로서 원칙론자 다운 모습과 함께 보수이념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거성’이란 별칭이 보여주듯 대중과 소통하는 합리적 보수의 면모는 보수의 이념지형을 크게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좌파가 독점하다시피 한 서점가에서 전 원장이 쓴 좌파비판 서적 ‘자유의 적들’은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로 대중적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측의 논리적 약점을 적극 파헤치고 확산시키는 데 앞장섰던 젊은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에서도 전 원장의 인기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2030세대로부터 예상외의 높은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전 원장과 같이 대중성과 합리성을 지닌 보수인사들의 활약이 컸다는 점도 하나의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보수진영 시민사회의 한 인사는 “전원책 변호사는 확고한 안보관을 가진 정통보수인사이면서도 구태에 젖어 자기반성이 약한 보수 진영에 애정 어린 쓴 소리를 하는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 합리적 인물”이라며 “경제민주화만 해도 성장이 빠진 점, 보편적 복지의 문제, 재벌해체의 허구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가 현실성 있게 정리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흔들렸던 집토끼 표심을 다지는데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합리적 보수인사 양영태 자유언론인협회장의 ‘우물 밖’ 종편 맹활약 보수승리에 크게 기여
합리적 태도로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하면서 박 당선인의 승리에 기여한 또 다른 인물로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도 손꼽힌다.
양 회장은 대선 기간 활발한 종편 출연을 통해 진보성향의 정치평론가들과 현장에서 치열한 논리대결을 벌이는 등 실질적인 ‘검투사’ 역할을 해왔다.
특히 보수성향의 인물과 평론가들이 안 그래도 보수색채가 강한 일부 종편채널 ‘안방’에서 기존 지지층을 상대한 측면이 컸다면, 양 회장은 진보 진영측 평론가들이 다수를 차지했던 MBN에 집중 출연해 진보와 중도층 시청자에게도 어필했다는 평가다.
양 회장은 이정희 후보 TV토론 논란에서 보듯 진보측 평론가들이 칭찬일색으로 여론을 호도할 기미가 보이자 날카로운 논리로 이 후보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등 보수진영의 시각을 적극 대변하기도 했다.
또한 ‘안철수 현상’의 본질과 야권단일화의 문제점을 치밀한 논리로 분석·비판하는 가운데 타 평론가들이 조심스러워하는 박 후보의 승리를 일찍부터 점치는 등 정치분석가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신혜식 자유언론인협회 부회장의 컴백도 빼놓을 수 없다. 신 부회장 역시 종편 MBN 각종 토론 방송에 출연해 진보성향의 패널과 맞짱 토론을 하며 막판 보수결집에 힘을 실었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의 역할도 크게 두드러졌다. 박 사무총장은 MBN 종편 출연을 통해 젊은 보수의 열린 사고와 상식적 논리를 선보인 한편, 대선을 앞둔 MBC 노조의 불법정치파업의 문제를 적극 제기하기도 했다. 박 사무총장은 노조의 거짓과 왜곡, 선동을 파헤치는 데 집중하면서 노조의 대선개입을 최소한으로 막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유언론인협회 운영위원장인 푸른한국 닷컴의 전영준 대표 역시 민생에 민감한 4050세대의 이슈를 적극 발굴해 소개하면서, 보수의 한축인 친이계 성향의 지지자들을 다독이며 보수대연합을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보수진영 내 손꼽히는 뉴미디어부문 실력가인 김승근 뉴스파인더 뉴미디어팀장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으로 꼽힌다. 자유언론인협회 홍보위원장 역할 뿐만 아니라 뉴스파인더 매체운영과 트위터 등 SNS에서의 보수진영 이슈파이팅을 선도하며 박 당선인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이 외에도 한국디지털뉴스 이정근 대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정통보수 인사로서 합리적 보수진영과의 가교 역할을 해오고 있는 고영주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법무법인 케이씨엘 대표변호사, 현 방문진 감사)의 활약도 빼놓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고 위원장은 현 방문진 감사로서 MBC 개혁문제에 관심을 쏟았고, 물밑에서 보이지 않는 다양한 활동과 지원을 통해 종북주의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서정갑 본부장 역시 아스팔트 우파운동의 상징적 존재로서 합리적 보수인사들의 활약과 더불어 박 당선인의 승리에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민병돈 전 육군사관학교 교장의 지원과 친박 성향의 지지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렸던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의 활약도 손꼽힌다.
이런 가운데 박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을 내세운 만큼 향후 이와 같은 합리적 보수 인사들의 활동과 비중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진영논리에 충실하기보다는 유연한 태도와 합리적 사고로 진보진영 및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보수의 외연확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보수시민사회의 한 관계자는 “국민대통합을 하기 위해선 진영논리에 매몰된 좌우 양 극단의 주장과 이상돈식 기회주의를 배제한 합리적 보수와 진보, 중도층을 아우르는 정책적 이념적 대탕평이 필수”라고 말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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