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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 을 비판하는 민주통합당의 의원의‘트집’

타국 원수에 대한 공식호칭과 이중잣대

지난 10월9일 김태년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사교과서에 나와 있는‘을사늑약’ ‘일왕’이란 표기를 각각‘을사조약’ ‘천황’이란 표기로 바꿀 것을 국사편찬위원회가 권고했다며, 국회에 출석한 국사편찬위원장에게“왜 이렇게 일본에 친절하시죠? 국사편찬위원회인가요, 일본사편찬위원회인가요?”라고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동조하듯 국사편찬위원회의 수정안이‘일본 편향적’이라고 보도했고,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국사편찬위원회의 수정 권고가 비애국적인 듯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실 외교적 명칭에 있어선 감정을 배제하고 공식명칭을 불러주는 것이 옳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의 의미뿐 아니라 스스로가 존중을 받기 위한 기본적인 예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은 호칭에 있어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바른 호칭의 사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김대중 대통령의‘천황’발언엔 침묵했던 민주당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을 공식 방문하기에 앞서‘천황’이란 명칭을 사용할 것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이는 대통령이란 국가원수로서의 입장과 외교관례를 고려하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여당에 비판적인 이들은 이를 꼬투리 삼아 친일파라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일본’이 싫어서라기보다 아마‘김대중’이 싫어서 그랬을 것이다.

한편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에선 그에 대해 아무런 비판의견이 없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나 새천년민주당 후신인 민주통합당의 의원이 이번엔‘천황’이라 부르는 것을 문제 삼고 나선다. 10여 년 전 민주당의 수장이‘천황’이라 한데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다가도, 다른 사람이‘천황’이라고 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며 달려드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 기준에 의한 반응일까?

‘천황’ 에 대한 저항감은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이‘일왕’이란 호칭을 사용한 것은 1989년 쇼와천황(昭和天皇)의 사망 당시부터다. 그전까지 한국의 대부분 언론은‘천황’이란 표현을 사용했고, 국민들 중에서도 그를 보고 지금처럼 화병을 일으키는 사람은 없었다. 일본을 싫어하고 일본에 비판적인 학자, 언론들도‘천황’이란 단어를 함께 사용했다.‘천황’이란 그저 호칭일 뿐 그 존재의미에 동의하는 단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사회는 1945년 해방 이후 40여 년 동안‘천황’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다가 갑자기‘천황’이란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됐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알레르기 반응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것이다. 그런데 그 후전적 알레르기 반응은 누군가에 의해 한국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가, 지금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천황’이란 단어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됐다.

한국에선 북한의 김정일에 대해 공식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백주 대낮에 민간인 지역에 포격을 가해 한국 국민을 살해한 사건 등을 생각하면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되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좌파언론이나 지식인들은‘김정일 국방위원장’이란 공식직함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감정을 배제하고 공식관례를 존중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북한의 수장에 대해‘국방위원장’이나‘총비서’란 표현을 공식직함으로 고집하는 언론이나 사람들도 대부분 일본에 대해선‘일왕’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감정을 배제하고 공식적인 관례만을 따진다면 분명‘천황’인데도 말이다.

‘호칭’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유치한 행동이다

한국이‘일왕’이란 표현을 사용한다고 일본이 한국대통령을‘소통령’혹은‘한국왕’같은, 외교적으로 결례가 되는 표현을 사용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이 한국대통령에 대해 공식직함을 사용하는 것은 한국대통령을 좋아하거나 한국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국제사회에서 존중과 신뢰를 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 상식을 지키지 않고 무조건 악담과 저주만을 퍼부은 나라는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북한이란 예를 직접 눈앞에서 보고 있지 않은가?

북한은 한국의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리명박 역적패당’ ‘리명박 쥐새끼무리’란 표현을 사용하고, 과거에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도‘김대중 역도’ ‘인간 추물’ ‘비열한 돈벌레’란 표현을 사용하는 등 상식 밖의 저열한 언어구사 능력을 보여줬다. 그 결과 북한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과 비난, 잘해야 동정뿐이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적이 있던가? 한국이 북한의 전철을 밟아 호칭으로 화풀이를 하려는 것은 그래서 지극히 유감스런 모습이다.

정치가들은 인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호칭을 트집 잡아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으로 박수를 받으려는 행동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비판한다 하더라도‘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란 시각을 버리고, 보편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김태년 민주통합당 의원이‘천황’이란 호칭을 비판하고자 한다면, 먼저‘천황’을 공식호칭으로 못을 박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판해야 옳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 선거를 생각하면‘김대중 비판’은 자살행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천황’호칭 비판이‘트집’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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