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가 21일 임시 이사회에서 MBC 새 이사들을 선임했다. 안우정 MBC플러스미디어 사장과 이장석 워싱턴지사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안 이사는 부사장, 이 이사는 경영기획본부장의 보직을 받았다.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은 유임됐다. 이렇게 해서 MBC는 김종국 사장을 비롯해 4명의 이사진으로 새롭게 구성됐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 대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적법성 시비에 휘말렸던 10일 이사회에서 확정지은 안건을 통해 MBC 이사 선임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특히 김용철 이사 등이 강행한 그날 회의는 기존 관례를 깨고 이사 수를 축소했고, 이 과정에서 이진숙 본부장등 MBC 정상화를 위해 뛰었던 인물들은 제거 당했다. 아무런 명분도 없이 이루어진 이번 방문진의 변칙 인사는 누가 봐도 MBC 개혁 인사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목적을 띤 것이었다.
이번 MBC 이사 선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정상이었다. 절차와 방식의 문제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김종국 사장에 대한 김용철 이사의 노골적인 해임 협박이 있었다. 일부 이사들이 김문환 이사장의 정당한 권한 사용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방문진 위계질서가 무너진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특히 김용철 이사가 명단을 제날짜에 가져오지 않으면 김종국 사장을 해임시키겠다는 협박 발언을 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MBC 독립과 직결된 문제이고 MBC 사장 임면권을 가진 방문진 현 이사들의 불법행위를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김용철 이사의 발언은 김재철 전 사장 해임이 권력을 남용한 방문진에 의해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자료가 될 것이다.
시청률 1등 MBC, 김용철 협박 발언 등은 모두 김재철 해임 무효의 증거자료
필자는 김 전 사장 해임이 왜 원천 무효가 될 수밖에 없는지 앞서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MBC 지역사·계열사 임원인사는 MBC 대표이사의 고유권한이며 이를 방문진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임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법적으로 따져 부당한 불법 해임이라고 지적했다. 방문진법이나 정관에는 사장 해임에 관한 그 어떤 구체적 조항이나 단서가 나와 있지 않다. 인사를 자신들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MBC 사장을 마음대로 해임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방문진은 자체 관리지침에 따라 부당하게 해임시켰다. 그 어떤 관련법에도 명시돼 있지 않은데 고작 관리 지침을 이유로 공영방송 사장을 임기 도중 해임시켜 버렸다. 김재철 전 사장이 임기 도중 해임된 최초의 사례라는 사실은 현 방문진 이사들의 권한 남용이 얼마나 위험수준에 이르렀는지 그 부당성을 증명한다.
게다가 방문진 관리 지침에 나와 있는 상법에 의해서도 김 전 사장 해임의 불법성은 증명된다. 방문진이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상법 385조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기가 남아 있는 이사를 주주가 단순히 주관적 신뢰관계가 상실됐다는 이유만으로 해임하는 것은 부당해임이라고 판시했다. 먼저 상법 제385조 1항을 보면 “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2004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사 해임 사유가, 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 해당된다. 또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등과 같이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비로써 임기 전에 해임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방문진이 김재철 전 사장을 해임시킨 근거가 되는 이 법에 의해 따져보면 김 전 사장이 방문진과 상의하지 않고 인사를 단행했다는 이유로 해임시킨 것은 부당해임에 해당된다. 김 전 사장이 법령이나 정관에 나와 있는 위배된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경영자로서 직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도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추진에 실패해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관계가 깨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김 전 사장이 재임시 다져놓은 각종 경영성과가 지금 MBC 시청률 1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1등을 달리고 있는 MBC 성적표는 방문진의 김재철 해임의 부당성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될 뿐이다. 결국 김 전 사장이 방문진의 지시사항을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비위를 거슬렀다는 것 하나만이 해임사유였던 것이다.
김용철 이사 등이 최소한의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은 방문진 이사 사퇴뿐
그런 점에서 김용철 이사의 ‘사장 해임 발언’ 사실은 방문진 권한 남용의 결정적 증거가 된다. 김종국 사장이 명단을 제때 가져오지 않으면 MBC 사장을 또 갈아치울 수 있다는 발언은 마찬가지로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방문진이 김재철 전 사장을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임기 도중 해임시킨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김재철 전 사장 해임의 불법성을 우파시민사회 인사들과 함께 헌법소원 제기를 통해 증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용철 이사의 김종국 사장 해임 협박 발언이 고스란히 담긴 방문진 회의록을 그 증거로 제출할 것이다. 이번 사안은 그 부당성과 불법성이 너무나 뚜렷해 김 전 사장 해임 무효 결과가 명약관화하다.
또 하나 명백히 밝히고자 하는 것은, 방문진에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헌법소원을 통해 김재철 전 사장 해임 무효가 나오는 즉시 방문진 이사들에게 권한 남용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 시민사회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법적·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지게끔 할 것이다. 특히 김용철 이사의 권한 남용 수준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김재철 해임, 김종국 사장에 대한 협박 등 방문진 파행과 불법행위의 주범이다. 이렇게 오만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자가 부사장 등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으니 노무현 정권시절 MBC 방송이 그 모양 그 꼴이 아니었나. MBC 노조의 불법정치파업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방문진이 김재철 해임으로 덮어버린 모든 부당함과 불법행위들을 낱낱이 꺼내 밝히고 바로잡아야만 종결될 수 있다. MBC 사태의 진정한 주범 방문진이 지금이라도 책임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은 사퇴뿐이다. 끝까지 자리 욕심으로 일관한다면 김용철 이사 등은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는 점 분명히 알아두기 바란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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