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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러시아어 정말 할 줄 아나?

통일대비하여 러시아어 전문가 대규모 확보 절실!


잊혀진 쏘련말의 기억

우리가 알고 있는 러시아는 1992년 1월 1일부터 시작된 독립국가연합(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가이다. 철의 장막(iron wall)이라고 불렸던 소련(Union of Soviet Socialist Republics 혹은 Soviet Union)의 대부분을 이어받은 국가로써 우리나라가 1990년 9월 30일 수교하기 전까지는 적성국가(a hostile country) 였다.

적성국가라는 것은 교전 중인 적국을 이롭게 하는 나라로써 북괴와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중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분류되었다. 실제 1983년에는 우리나라 대한항공 “KAL 007기”를 미사일로 격추하여 269명의 생명을 차디찬 사할린 바닷 속으로 보낸 분명한 공산적성국가였다.

자유진영의 미국을 상대로 하여 군비경쟁을 벌였던 쏘련(당시 쏘련으로 표기하는 곳이 더 많음)은 그야 말로 우리나라에게는 공산진영의 공포로써 존재했던 시절이었다. 특히 6.25동란의 원흉이 쏘련 이었고, 북괴를 지원한 것도 쏘련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쏘련과 관련된 것을 접촉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세계문학사에 일정 기여를 하였던 러시아문학 조차도 연구하는 사람이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때 대부분의 러시아문학은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이거나 미국인에 의한 러시아문학을 들여온 것이라 2중 3중 변환을 통하여 우리나라에게 소개되는 슬픈 학문이 러시아 문학과 러시아 어학이었다.

그래서 당시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는 33개 러시아 알파벳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불과 외대(1950), 고려대(1974) 등 2곳에 불과하였다. 이후 80년대 후반 서울대, 조선대, 부산외대에 개설되기는 하였으나 6공화국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빨갱이와 간첩의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상황이었다. 북방외교 이전에는 유일하게 88서울올림픽 개최에 따라 참가한 쏘련이 유일한 교류였다고나 과언이 아니었다.



당대 최고의 쏘련어 전문가가 정상회담 하룻만에 실력부족으로 중도하차!

1990년 12월 14일 역사적으로 적성국가로 간주하였던 쏘련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러 방문하는 천지개벽할 일이 생겼다. 불과 몇 달전에 미국에서 고르바쵸프와 접촉을 하고 1990년 9월 30일 쏘련과 국교를 맺으면서 급거 모스코바에서 정상회담을 하게된 것이다.

당시 신문에서 모든 것이 쑈킹한 상황이었지만, 쏘련어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서 정상회담 통역을 위해 당대최고의 석학이 모여있는 고려대학교의 학과장을 역임한 교수 출신을 외무부 2급으로 특채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신데렐라”로 소개되었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쏘련말에 대한 무지는 대단하였다. 하지만 그 신데렐라는 불과 하룻만에 정상회담 도중에 통역문제로 하차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몰고 왔으니,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쏘련말 실력이었다. 그것은 적성국가였던 쏘련의 말을 배우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미국인에게 쏘련말을 배우는 수 밖에 없었으니 죽은 말과 틀린 말이 당연하였으리라 본다.

그 정도로 당시 쏘련말에 대한 이해의 수준은 지금의 러시아어 이해와는 전혀 말이 안 될 정도로 엉터리 였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이웃 일본이 러시아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어서 다행히 간접적으로나마 쏘련말에 대한 이해와 자료 확보가 가능하였다. 비록 일본어로 번역되었지만 같은 어순으로 되어있는 일본어로 번역된 러시아 자료가 우리에게는 고귀한 자료가 되었다.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치밀하게 쏘련말을 연구한 일본

일본이 아시아의 최강자로 등극하게 된 것은 청일전쟁 이후 러일전쟁 승리가 될 것이다. 이것은 일본의 과거 메이지유신이후 가장 국력이 왕성하게 된 계기를 러일전쟁의 승리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1904년부터 1905년까지 일본이 국력이 총집결하여 당시 세계 초강대국의 하나였던 러시아를 괴멸시켰다.

일본의 경우 조선, 중국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전을 벌여야 하는 존재가 당시 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하던 러시아라고 인식하고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였다고 한다. 대한해협에서 발틱함대를 괴멸시키기 전부터 러시아를 연구하고, 문화를 연구하여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키는 공작에도 참가할 정도로 준비하였다고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적성국가의 말과 문화를 철저하게 이해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했는데, 일본의 경우 철두철미하게 준비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또한 현대에 와서도 쏘련에 의해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북방영토 4개섬을 되찾기 위하여 쏘련과 외교를 하지 않으면 안되기에 쏘련말에 대한 수요는 전략적으로 많다. 그래서 일본의 명문대학에서는 노어노문학과가 한국보다 전통과 역량이 훨씬 세다. 특히 적성국가로 분류하여 쏘련 말과 책이 금지되었던 군부정권의 시절에는 유일한 자료원이 일본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었다.



세계사에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영어가 아닌 외국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반도에 큰 변화의 물결이 몰려올 것 같다. 그것이 바로 북괴의 붕괴가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북괴 김정은의 짓거리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급작스럽게 북괴가 붕괴할 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일본인 납치” 문제를 반인류적 범죄라고 단죄를 요구하는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김정은을 회부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북한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군부에서 자신들의 살길을 찾기위해 김정은 대신 김정남을 옹립하여 친중국 정권으로 교체시키는 상황도 전혀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만약 북괴가 갑자기 붕괴가 되면 북한땅 뿐만 아니라 바로 북한을 통한 대러시아 교류가 폭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러시아의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지금부터 러시아어 전문가가 많이 양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쏘련이라는 적성국가가 사라진 상황에서 우리에게 경제적 혜택을 줄 경제교류를 위해 러시아어가 필요할 상황이 나타날 것이다. 최근에는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문제를 담당하는 UN북극이사회에 옵저버 자격을 취득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제 러시아의 중요성이 1990년 북방외교 이후 또다시 떠오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무지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국익을 위하여 모두 자신의 지혜를 담아내고 특히 러시아어에 대한 관심이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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