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9시경 부산외국어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고 있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갑자기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고로 대학생 9명과 이벤트 회사 직원 1명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추가 매몰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가 난 체육관은 대부분 구조물이 샌드위치 패널로 이루어진 임시 건물과 비슷하게 지어진 건물로 최근 1주일 동안 경주 지역에 50cm가 넘게 내린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체육관이 일반적인 2층 건물과 달리 중앙 부분 등에 기둥이 없었던 탓에 지붕이 쌓인 눈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체육관에선 부산외대 총학생회 주관으로 열린 신입생 환영회가 한창이었으며 중국어·베트남어·미얀마어과 등에 속한 신입생 1012명 중 565명이 참가한 상태였다.
사고는 공연 열기가 고조될 무렵 무대 쪽 천장부터 무너지기 시작해 학생 수백 명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는 등 체육관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이들 중 미처 피하지 못한 100여 명이 무너져 내린 지붕에 깔렸다고 당시 현장 출동한 경찰이 밝혔다.
아랍어과 신입생 이희민(19)군은 “강당 앞쪽 부분 천장이 갑자기 쩍쩍 금가는 소리를 내는 듯 하더니 가라앉기 시작했다”면서 “너무 놀라서 하나뿐인 뒤쪽 문을 통해 나가려 했는데 뒤쪽 천장이 한꺼번에 무너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규화(19)군은 “갑자기 천장에서 전구가 터지면서 천장이 구겨지며 내려앉았다”며 “친구들과 함께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신입생 윤채윤(19)양은 당시 긴박했던 사고 순간은 떠올리며 “한창 레크레이션 공연을 보고 있는데 친구들이 ‘어어’하면서 놀라는 소리가 들리고 앞쪽 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해 친구 손을 잡고 뒤쪽 문으로 뛰었다”며 “뛰던 중 뒤쪽의 지붕이 왕창 무너져 지붕에 다리가 깔렸고 친구의 손을 놓쳤는데 혼자서 다리를 빼내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신고 접수를 받은 소방당국은 바로 현장에 구조대를 급파했지만 경주 마우나리조트가 해발 500m의 산 정상에 있는데다 도로가 좁고 눈까지 쌓여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구조대원 대다수는 진입로 입구에 구조차량을 세워둔 채 수백m를 걸어서 현장에 진입하는 등 가까스로 현장에 도착했으나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던 학생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무거운 철골 구조물에 뒤엉킨 채 깔려 있어 구조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사고 현장엔 소방 및 경찰 관계자, 해병 1사단·육군 50사단 장병 등 400여명이 투입됐으나 구조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소방 관계자는 “체육관이 폭삭 내려앉은 탓에 절단기로 입구를 막은 패널 구조물을 잘라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구조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체육관에 매몰된 나머지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인근 주민 박모(45)씨는 “이 리조트는 평소 눈만 오면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인데 사고 당시에도 눈이 내려 구조장비와 인력의 접근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신 10구는 울산지역 병원 및 장례식장 등에 옮겨졌으며 부상자들도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 병원 측은 “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가족들로 병원이 북새통”이라며 “일부 유족 및 가족들은 오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주 경찰은 사고수습이 마무리 되는 대로 부산외대 및 경주 마우나리조트 관계자 등을 불러 정확한 붕괴 원인을 수사할 예정으로 최근 며칠 사이 폭설이 내려 수십cm의 눈이 쌓였음에도 제설작업을 하지 않고 행사를 진행하게 된 경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심민희 기자 smh1775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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