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매체 국민TV가 3일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했던 북한 무인기의 청와대 항공촬영 사진에 대해 “대형 오보”라고 보도했다가 이튿날 “성급한 보도였다”며 사과 공지문을 냈다. 현재 해당 기사는 홈페이지에서 내려졌고 다시보기 영상에서도 삭제된 상태다.
앞서 국민TV는 인터넷 영상방송 ‘뉴스K’를 통해 ‘[단독] 조선일보 대형 오보… 북 무인기 靑 항공사진은 가짜’ 기사를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지난 24일 경기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 촬영 사진 일부를 입수해 보도한 청와대 항공 촬영 사진이 오보라는 내용이었다. 국민TV가 오보라고 주장한 근거는 사진이 전 세계 위성사진을 인터넷에 제공하는 ‘구글어스’의 현재 위성사진과 일부 다르고 2012년에 촬영된 구글어스 사진과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뉴스K’는 해당 보도에서 “조선일보가 북한 무인기 촬영 사진이라고 한 최근 사진은 2012년 구글어스 위성사진과 같다"며 "조선일보는 이 사진을 어디서 입수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뉴스K’는 보도 한 시 간 뒤,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서 내렸다.
국민TV는 2012년 3월 20일 촬영됐던 구글어스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 사진에는 건물 앞 공터가 컨테이너나 가건물이 없고 비어있다는 점을 근거로 조선일보가 보도한 사진이 2012년 촬영됐던 사진인 것처럼 보도했다. 현재 구글어스에 나오는 청와대 부근 사진은 2013년 3월 25일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TV는 “2012년에 텅 빈 곳에 2013년 건물이 생겼는데 2014년 3월 24일 북한 무인기가 찍었다는 사진엔 2012년의 모습이 담겼다”며 “조선일보 보도 사진은 2012년 구글어스에 촬영된 것과 똑같다. 조선일보가 대형 오보를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4일 오전 노종면 국민TV 방송제작국장은 공지를 통해 “4월3일자 뉴스K의 '조선일보 오보' 기사는 성급한 보도였음을 겸허히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K는 조선일보 기사가 오보라고 판단한 배경에 대해 “사진 분석 결과 최근 촬영 사진이라면 공터로 나온 특정 장소에 건물이 위치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선일보의 오보라는 판단을 했다”며 “해당 장소가 보안시설이어서 현장에 접근할 수 없었지만 구글어스의 시기별 위성사진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해당 장소가 오랜 기간 공터로 있다가 지난해 건물이 들어선 곳임을 확인했고 이를 근거로 조선일보가 오보를 했다고 보도했다”고 밝혔다.
뉴스K는 그러나 “그럼에도 뉴스K의 보도가 성급했다고 인정하는 이유는 해당 장소의 건물이 다시 철거되고 공터로 환원됐을 가능성을 보도 전에는 간과했기 때문”이라며 “추가 취재를 좀 더 진행한 뒤 입장을 밝히고 싶은 유혹도 있었으나 보도가 성급했음을 뒤늦게나마 인지한 이상 해당 사진의 진위와 무관하게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정도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뉴스K는 더 나아가 “보도로 혼란을 드린 점 시청자와 독자, 그리고 해당 언론에 정중히 사과 드린다”며 “더 신중한 뉴스 프로그램으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고 북한 무인기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더 세심한 문제의식으로 취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기본 확인 절차만 했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을...오보에 직접 사과도 안 해” 비판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하지만 본지가 보도한 사진은 3일 오후 7시쯤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사진과 일치했으며, 촬영 당시의 정보를 알려주는 사진의 메타 정보에도 촬영 시간이 24일 오전 9시 22분으로 나타났다.”면서 “국민TV 측은 특히 2013년 공터에 놓여 있었던 컨테이너나 가건물이 현재 다시 철거됐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기본적인 확인 절차도 없이 마치 본지가 2012년 사진을 2014년 사진으로 보도했다고 단정 지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본지 취재 결과 해당 가건물은 공사를 위해 가져다 놓은 컨테이너들로 확인됐다. 컨테이너는 공사가 끝난 후 철거됐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또 구글어스가 2013년 3월 촬영한 사진에는 서울 삼청동 근처 국립현대미술관 건물이 건설 중이었지만, 무인기가 찍은 사진에는 건물이 완공돼 있었다. 이는 공터가 아닌 주변 다른 건물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만 확인했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국민TV 보도 내용은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급격히 확산됐고 본지 사진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증폭됐다”며 “3일 오후 국방부에서 공개한 무인기 촬영 사진과 본지 보도 사진이 같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정부와 국방부가 국민을 속이는 것’ 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TV가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했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국민TV는 본지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오보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북한 무인기의 청와대 항공촬영 사진을 둘러싼 이 같은 조선일보와 국민TV측 오보 해프닝에 대해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신념과 확신이 사실 확인이라는 언론의 기본도 잊게 만든 사건 아닌가 싶다. MBC 파업 때 언론노조 MBC본부나 노조를 지지하는 언론매체들의 수많은 오보도 비슷한 경우”라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팩트 확인이 간단했던 것을 조선일보를 때리고 싶은 강한 욕망이 그런 절차마저 잊게 한 것이다. 좌파진영의 언론들이 국민TV와 같은 그런 비슷한 오류에 빠져있다. 진영논리에 눈이 멀어 기본을 잊는 오류를 언론은 저질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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