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조전혁 교수는 내 친한 친구 남편이다. 친구 남편이기도 하지만 내 친구의 친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같은 반이다. 여고 동창이면서 대학교도 같이 다닌 친구의 열애 시절을 옆에서 쭉~ 지켜봐 온 나는 과히 그들만의 요란한(일 년 365일 중 360을 매일 만난 ...) 연애사의 산 증인이 아닐 수 없다.
둘 다 정열적이고 화끈한 성격이라 조금은 차분하고 절제를 하는 성격의 소유자인 내 기준으로 그 둘은 참 '뜨겁게' 연애를 했었다. 그러면서 학교 공부는 언제 했을까 하는 것이 지금까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의 아내 사랑은 계속 되고 있어서 모든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인간 조전혁은 변함이 없다. 변한 거라곤 그전엔 좀 샤프한 이미지였던 그가 지금은 ‘호빵맨’이 되었다는 거 빼곤 말이다. 샤프한 이미지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에 비해서 그렇다는 거지 그는 외견상 전혀 샤프하지 않다. 오히려 털털하고 직선적이다. 대학 시절에도, 그 후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 친구들을 자기 친구들처럼 너무나 허물없이 대했던 ... 조금은 예의 빠지는(?) 그야말로 경상도 남자다. 그런데 그의 글을 읽어보면 외모나 말하는 품새와는 전혀 다르게 샤프하다. 어찌 이런 미스매치(mismatch)가... ?
그런데 그는 요즘 흔히 말하는 ‘상남자’이다. 감히 말하건대 보기 드문 남자다. 거친 듯 하면서도 따뜻하다. 굽히거나 눈치 보거나 눈앞의 이익을 위해 머리 조아리지 않는다. 인간사 살아 보니 장점이 단점이기도 해서 이런 그의 성품으로 인해 내가 보기에는 그 자신 뿐 아니라 그와 같이 사는 내 친구의 삶도 순탄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런데 이 순탄하지만운 않은 삶을 그는 피하지도 돌아가지도 않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저런 염려로 숨 막힐 것도 같고, 적잖이 두려울 것도 같은데, 그는 그 특유의 얼굴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마~ 우짜겠습니까? 해야 할 일인데 해야지 예!" 이렇듯 뚝심 있는(?) 내지는 대책없는(?) 남자를 난 보지 못했다.
그가 국회의원을 하던 때 해외에 주재하던 내 남편이 잠깐 서울에 들렀을 때 그에게 안부 차 전화를 했다고 한다. 잠시 머물 때라 어머니 전화를 빌려서 했는 데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조전혁입니다! 조금 전에 전화하셨습니까?" 하고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남편과 전화하면서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랐던 기억이 있다.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모르는 번호에 그렇게 바로 직접 전화를 하나?” 하고...
역시 그는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 귀국해서 친구와 함께 만났을 때에도 그는 여전히 전혀 거들먹거림이라곤 없는 옛날 그 조전혁이었다. 또 시부상을 당했을 때 그가 교통사고인가로 목발을 짚고 장례식장에 온 적도 있었다. 참 고마웠다.
이런 남편을 둔 내 친구가 부럽긴 하지만 한편 내 남편으론 ‘노 땡큐’닷! 내 깜량은 아닌 관계로... 그런 면에서 내가 보기에 내 친구랑 조전혁 교수는 천생연분이다.
PS: 이들 부부에겐 딸이 둘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아빠가 그렇게 잘 데리고 놀고 예뻐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 버릇을 가르칠 때는 또 그렇게 단호할 수가 없었단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참 반듯하다. 예의 바르고 상냥하면서도 밝고, 독립적이면서 아빠 엄마와 굉장히 친밀하다. 그 아이들을 보면 “참 잘 자랐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조전혁 교수는 아이들에게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얼마든지 데려오라 한단다. "어쩔라고?" 내 친구가 깜짝 놀라서 “자긴 못 본다” 했더니, “글쎄 내가 키운다니까” 하고 큰소리치는데 내 친구가 자기 딸들을 어렸을 적부터 목욕도 시키고, 대학교 수업까지 데리고 가면서 키운 전력이 있으므로 “그럼 그러든지...” 하고 말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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