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세월호 침몰 사건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PD에 대해 ‘성향’을 문제 삼아 교체했다고 일부 좌파언론이 꼬투리를 나섰다.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 측의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 보고서를 근거로 해서다.
MBC본부가 26일 발표한 민실위보고서에 따르면 ‘MBC 다큐스페셜’에 소속된 이 모 PD가 세월호 침몰 사건 100일을 맞아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는 내용의 기획안을 제출했지만 담당인 김현종 MBC 교양제작국장이 해당 PD에 대해 “투쟁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3일만에 지시를 번복했다. 이에 따라 ‘다큐스페셜’ 세월호 편은 PD가 교체됐고, 다음 달 중순 전후를 목표로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스 등 기사에 따르면 김현종 국장은 세월호 참사 3일째인 4월 18일 ‘다큐스페셜’ 세월호 편 제작지시를 내렸고, 이 방송은 임원회의 보고를 마친 뒤 해외 코디네이터까지 섭외해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김현종 국장은 4월 21일 “다른 방송(타 방송사)과 차별성이 없을 것”이라며 제작을 중단시켰다.
이후 이모 PD가 비극적인 사건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내용으로 다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는 기획안을 내자, 김 국장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민감한 아이템”이라고 규정하고 해당 PD가 맡는 조건으로는 아이템을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허 이유에 대해 이모 PD가 전국언론노동조합에 파견된 적이 있어 ‘투쟁성이 강하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럼 왜 처음부터 이모 PD에게 제작하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김현종 국장은 “당시에는 마땅히 제작할 사람이 없어서 그랬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민실위는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회사의 시선, 프로그램 제작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측은 김 국장에 대해 “MBC의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을 망가뜨린 인물로 평가된다”면서 그가 시사제작국장을 맡을 당시인 지난 2012년 ‘PD수첩’ 작가 6명을 해고하며 “MBC노조 파업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MBC ‘컬투의 베란다쇼’에서 이상득, 정두언, 심재철 의원 등 여권 인사의 거짓말을 풍자하는 내용을 다뤘다는 이유로 “담당 PD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편향된 방송이 됐다”며 PD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고, 결국 해당 PD는 ‘취업규칙 위반’을 들어 근신 7일의 징계를 받았다고 비난했다.
“이념·투쟁성 따지는 언론노조가 성향 검토한 MBC 비난할 자격 있나”
이 같은 MBC본부 측 주장에 대해 MBC 내 한 관계자는 “국민의 재산인 공중파를 이용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편향된 시각으로 방송을 제작하려는 것을 막는 것은 방송사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언론노조의 비판은 주객이 전도된 주제넘은 행동”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언론노조 소속으로 투쟁성이 강한 PD와 기자들이 과거 어떤 보도를 해왔는지를 알면 MBC의 조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사무총장은 “언론노조가 반보수, 반새누리의 극단적 이념투쟁식 보도를 하는 세력이라는 건 언론노조 스스로 강령에서 분명히 드러내고 있고, 지금까지 그들이 해온 보도도 그러한 틀에서 현재의 야당과 좌파세력에 유리하고 여당에는 불리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언론노조 소속 기자와 PD들, 또 그런 언론노조 측을 지지한 작가들이 만든 대표적 허위왜곡 보도가 바로 광우병 왜곡보도”라면서 “그런 편파성과 진영의식을 언론노조가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데도 공영방송인 MBC가 세월호와 같은 참사보도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그런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큼에도 PD의 성향이나 언론노조식 투쟁력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것이야말로 무개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본부 노조가 PD성향을 이유로 프로그램 제작자를 교체했다고 비난하지만,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때에는 과연 똑같은 이유로 우파 성향의 기자와 PD, 간부들을 거부한 적은 없었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면서 “오히려 그때야말로 오로지 성향만으로 사람을 재단한 것은 아니었는지 당신들의 양심에 묻고 싶다. 그 어떤 조직보다 이념과 투쟁성을 따져 사람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언론노조가 MBC가 성향으로 판단했다고 비난하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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