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있어 패배자는 말이 없다.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미덕이고, 와신상담(臥薪嘗膽), 절치부심(切齒腐心)하여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 그런 패배자들을 위로하는 말로 ‘절반의 승리’라는 말이 있다. 어느 정도의 득은 있었다는 표현이지만 허울 좋은 포장일 뿐 결국 냉정한 승패의 세계에서는 의미 없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번 전당대회는 홍문종 후보에게 있어 절반의 승리가 아닐까.
총 5명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이번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커트라인에 안타깝게 들지 못한 후보는 기호6번의 홍문종 후보이다. 후보등록 전부터 여러 언론에서 다크호스로 언급되었지만 유력후보로 보기는 어려웠다. 김무성, 서청원 양강 후보의 치열한 1~2위 싸움이 진행되고 있었고, 김을동 후보는 일치감치 여성 최고위원으로 내정되어 있었다. 3~4위 자리를 둔 김태호, 이인제, 홍문종 세 후보의 치열한 접전은 예견되어 있었다.
3명의 후보들은 각각의 출신지역을 대표하는 강한 지역색을 가지고 있었다. 김태호 후보는 경남도지사 경력, 이인제 후보는 충남 출신의 대선후보, 홍문종 후보는 새누리당 경기도당 위원장 출신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동향인에 대한 애착이 떨어지는 수도권 출신의 홍문종 후보가 타 후보에 비해 불리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당심은 달랐다. 홍문종 후보는 수도권 출신이라는 약점과 낮은 인지도를 사무총장으로서의 탁월한 운영능력과 신뢰감을 주는 언행으로 돌파했다. 후보자 캠프도 훌륭했는데 각종 패러디물 등을 활용한 밝고 경쾌한 선거운동방식은 전당대회의 흥행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그래서인지 선거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여러 언론에서 진행한 당원대상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후보를 앞서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전당대회 당일, 홍문종 후보는 1만명의 핵심당원(현장투표자)의 가슴에 '홍문종'이라는 존재를 강하게 새기는데 성공했다. 9명이라는 많은 수의 후보가 나선 전당대회에서 각자 자신들의 기호를 알리고자 애를 썼는데, 홍문종 후보는 6번이라는 자신의 기호를 공화당의 기호6번 후보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에 빗대어 홍보하는 영상을 후보자 연설전 상영했다. 그리고 이어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기호 6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강의 기적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일 현장에 있던 필자는 큰 감동을 받았다. 인사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질문이 필수 코스처럼 되어버린 지금, 많은 후보자들이 자신의 안위를 우선하여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부정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던 사람으로서 스스로 박정희의 이름과 성과를 말하는 새누리당의 대표최고위원 후보를 보면서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보수인지 진보인지, 중도인지 좌파인지 우파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홍문종의 바보 같은 선명함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투표결과 또한 그러했다. 국민참여선거인단(직접투표)에서 홍문종 후보는 이인제 후보보다 약 4천여 표를 더 얻었다. 당원들은 홍문종의 능력과 진심을 믿고 있다는 결과였다. 그러나 여론조사결과를 득표로 환산하자 이인제 후보가 약 8천여 표를 더 얻어 역전했다. 대선후보였던 이인제 후보의 인지도가 효과를 보이는 순간이었고 이 후보 측은 '불사조 이인제'를 외치며 환호했다.
홍무종은 패배했다. 그러나 이것은 감히 절반의 승리라고 단언 할 수 있다. 국민들은 홍문종을 모르지만, 당원들은 홍문종을 안다. 그리고 1만 명의 핵심당원들은 박정희를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소신 있는 사람으로 홍문종을 기억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이 서청원, 홍문종 두 친박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였다는 주장이 있다. 여당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은 당연한 일이지만, 만약 특정후보를 지지하기 위해서 참석했다면 용기와 소신을 가진 진짜 친박 홍문종을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뉴스파인더 김승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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