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영방송인 JIBS제주방송이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상임고문으로 내정했다가 전국언론노동조합 제주방송지부 반발에 부딪히자 철회했다. 미디어오늘 등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의 상임고문직 계약기간은 6개월로, 제주방송에서 광고영업과 신사업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조 제주방송지부는 내정 사실이 전해지자 8일 오전 임시 노조총회를 열고 김 전 사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어 “무능한 경영능력과 학살에 가까운 노조탄압을 자행해 온 그가 JIBS에 발을 들여놓으려 한다”며 반발했다. JIBS는 내정 사실이 알려진 후 수 시간 만에 노조 반발과 압력을 못 이기고 인사를 취소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반발한다고 경영진이 인사권을 쉽게 포기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럴 거면 애초에 인사는 왜 한 것인가”라며 “언론노조는 자신들 비위를 건드린 인물이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 가만두지 않는다는 실력행사를 한 것 같다. KBS, MBC 경영진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제주방송의 인사 논란과 관련해 언론노조 측이 보여준 위력행사가, 강경파가 휘어잡은 야권 전체 지형의 한 단면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워치 편집장)는 “친노·386·시민단체 출신의 강경파가 앞장서 진두지휘하는 야당이 매번 선거에서 패배하는 결과에 야당지지 언론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라며 “새정치민주연합 안에선 강경 정치세력이, 밖에선 한겨레나 언론노조 측과 같이 강경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이 무조건 ‘공격 앞으로’만 외치다가 계속 실패한 것이 최근 야당의 역사”라고 지적했다.
박 비평가는 “친야 언론 그 가운데에서도 민주노총 산하의 방송사 언론노조는 국민을 위한 공정한 언론이라기보다 지나치게 정파적이고 자기이익 지키기에만 급급한 귀족노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언론노조에 찍혀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상을 주는 게 단기간에는 효과적인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언론노조의 그러한 강경 행보가 국민에게 부정적 이미지만 심어줄 뿐, 도움이 안 된다. 스스로를 국민 다수로부터 고립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악랄한 독재정권’ ‘참혹한 노조대학살’ 등 시대착오적인 투쟁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언론노조에 대해 많은 국민이 외면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며 “언론노조의 부당한 공격에 당당한 현 MBC 경영진과 달리 노조에 굴복해 경영권과 인사권을 침해받고도 무기력한 JIBS제주방송의 모습이 유감스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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