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세월호 유족의 대리운전기사 폭행사건과 이와 관련해 핵심 인물로 떠오른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에게 쏟아지는 비난여론을 KBS가 축소보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건 발생 당일 KBS의 보도를 확인한 결과 사실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왜곡보도로 낙마사태를 주도했던 KBS가 이번엔 특정 정치세력과 진영을 위해 축소·물타기 보도 등 감싸기식 보도를 한 셈으로, KBS가 특정세력과 진영을 위해 기능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KBS는 세월호 유족의 대리운전기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 당일 17일 아침 주요뉴스로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이 사건이 발생한 때가 17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으로 그날 아침뉴스로 충분히 집중보도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반대로 SBS의 경우 아침 6시 프로그램인 모닝와이드 1부를 통해 유족의 대리운전기사 폭행 사건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또한 SBS는 영상을 흐릿하게 처리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라는 사실만 전했음에도 대리운전 기사의 증언 인터뷰를 중점적으로 전하면서 김현 의원이 “나 안 때렸어요”라고 말하는 동영상 부분도 분명하게 전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들을 짚은 것이다.
SBS ‘권력자’ 김현 “나 안 때렸어요” 보도, 반면 사건 축소보도에 급급했던 KBS
그러나 KBS는 홈페이지와 뉴스 동영상 등을 확인해 본 결과 이날 아침 5시뉴스 뿐 아니라 6시 프로그램인 <뉴스광장>에서도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뉴스광장> 2부에서 겨우 15번째 꼭지로 전달됐다. 현재 정국 최대 이슈인 세월호 유가족 관련 소식이 새누리당 소속 기초단체장의 계란 세례 봉변 뉴스인 12번째 꼭지 “창원시의원, 의회서 안상수 시장에게 ‘계란 투척’” 보다도 뒤로 밀린 것이다. 이후 KBS <뉴스930>에서는 이 사건을 10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경찰이 폭행사건을 조사한다는 단순 전달에 그쳤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가 현 정국을 얼어붙게 한 최대 이슈가 된 가운데 벌어진 유족의 폭행 사건은 논란이 될 최대 이슈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다. 이에 따라 SBS 등 타 방송과 종편 등은 이날 이 사건을 집중 보도했음에도 KBS는 낮 12시뉴스와 오후 5시 뉴스까지 경찰이 조사에 들어갔다는 식으로 똑같은 단신 뉴스로만 처리했다. KBS가 주요뉴스 리포트로 제대로 보도한 건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임원진이 전원 사퇴한 뒤인 저녁 7시뉴스에서였다. 게다가 KBS는 이 사건이 시간이 흐를수록 파문이 더욱 확산되자 시간대별로 처음엔 15번째(뉴스광장) 꼭지로, 그 다음엔 10번째(뉴스930) 꼭지, 9번째(뉴스12), 3번째(뉴스5)로 옮기면서 여론의 추이를 보며 뉴스 비중을 옮기는 ‘눈치’까지 본 듯한 모양새였다.
SBS 피해자인 대리운전기사 증언 보도, KBS는 “쌍방폭행” 폭행 유족 측 입장 강조
세월호 유가족의 폭행 사건을 마지못해 보도한 듯한 KBS 리포트의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SBS가 아침6시 뉴스 시간을 통해 폭행 사건 증거동영상을 전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대리운전기사 이모씨와 유족의 폭행을 말리던 시민과 목격자들의 발언을 주요하게 전달한 반면, 이날 오후 7시뉴스 시간에서야 겨우 폭행 사건을 주요뉴스로 전한 KBS는 “쌍방폭행”이라는 유족 측의 입장을 유독 강조했다.
KBS7시 뉴스에서는 유가족의 폭행 사건을 두고 “시비가 붙었다”고 전하면서 ‘대리기사가 유가족들이 폭행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하며, 여럿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대리운전기사가 아닌 유가족 측의 병원 치료 소식을 전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측의 병원입원 소식부터 전한 이러한 KBS의 보도행태는 일반 상식과는 동떨어진 셈이다.
KBS는 “현장에 있던 유가족들은 자신들도 폭행을 당했다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며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오늘 오후 회의를 열어 김병권 위원장과 김형기 수석 부위원장, 유경근 대변인 등 임원 9명이 모두 자진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실망한 국민께 사과한다며 관련자들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라고 전했다.
더욱이 KBS는 자막을 통해 "실망한 국민께 사과...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란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을 충실히 전하면서도 대리기사나 유가족의 폭행을 말리던 시민과 목격자들의 증언 등은 상대적으로 무시했다. 대리운전기사와 목격자의 증언이 등장한 건 밤9시 뉴스에서였다. SBS가 아침 6시뉴스에서 이들의 증언을 전달한 것에 비해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늦은 것이다.
지상파 방송 인터넷 모두가 “김현” 말할 때 혼자 감춘 KBS, “KBS 해체 고려해봐야”
KBS가 세월호 유가족 대리운전 기사 폭행 사건을 다루면서 SBS 등과 큰 차이를 보였던 건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KBS는 이날 시간대 별로 마지못해 폭행 사건을 전달하면서도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현 의원을 전혀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SBS가 오전 아침 6시 뉴스에서부터 김현 의원의 모습과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보도한 것과 달리, KBS는 저녁 메인뉴스인 9시뉴스나 11시뉴스에서 모두 김현 의원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가 이렇게 철저하게 권력자인 가해자를 두둔하고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를 외면하는 식으로 축소보도한 사례가 또 있을까 싶다”면서 “역사에 남을 최악의 편파방송 가운데 하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비평가는 “타 지상파 방송이나 인터넷 언론들이 모두 연루된 핵심 인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을 거론하는데 KBS 혼자 모른척 하고 거론하지 않으려 애쓴 KBS의 눈물겨운 노력이 안쓰럽다 못해 불쌍할 지경”이라며 “이 정도의 편파라면 도대체 KBS와 새정치민주연합, 혹은 김현 의원과 무슨 커넥션이라도 있는 건 아닐지 보통 국민이라면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창극 왜곡보도를 주도한 KBS가 세월호 유가족 측 폭행 사건을 이런 식으로 축소보도하는 등 국민 기만이 극에 달했다”면서 “언론노조가 보도를 주도하며 이런 식의 편파 불공정 방송이 지속된다면 국민이 낸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KBS 해체도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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