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훈영 기자] KBS 이인호 이사장에 대한 좌파진영과 언론노조 측의 사상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KBS 역사 전문 장영주 PD가 과거 자신의 역사다큐를 비판한 이인호 이사장에게 “지금이라도 제작진과 KBS에 사과를 하실 의향이 있나”고 반발하고 나섰다.
좌파진영으로부터 ‘우편향’ 비난 공세에 시달리는 이 이사장이 과거 2008년 9월 8일자 동아일보에 낸 기명칼럼에서 KBS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키며 왜곡했다는 비판을 했던 대상인 <한국사전(傳)>의 당시 책임 CP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2008년 9월 8일 <동아일보>에 실린 ‘KBS의 이승만 왜곡’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KBS <한국사傳>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일본에 대한 거족적인 울분에도 공감하지 않고 권력을 위해서는 동지를 배반하기를 서슴지 않았으며, 광복 후 맥아더의 등에 업혀 권력을 장악하면서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시킨 미국의 앞잡이”로 묘사하고, “이승만이 테러식 투쟁방법에 공감하지 않은 사례를 들면서 민족적 반일 감정이나 울분에 공감하지도 않은 냉혈의 정략가인 듯 묘사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디어스에 따르면, 장 PD는 22일 KBS 국감에서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에 반대한 분이기에 대한민국 공로자로 그를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 상해임시정부는 정부로 평가받지 못했고 우리가 독립국가 국민이 된 것은 1948년 8월 15일 이후” 등의 발언을 한 이인호 이사장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23일 사내 전자게시판에 올렸다.
장 PD는 “단 한편의 이승만 관련 논문 저술 실적도 없는 러시아사 전공자가 하와이까지 가서 자료를 샅샅이 뒤져 만든 프로그램을 ‘친북좌파의 역사왜곡 공작’이란 말과 함께 사실 왜곡이라 단정했다”며 “당시 소송을 검토했지만 분을 삭이면서 제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공연히 뉴라이트의 정치공세에 이용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PD는 “어제(22일) 국정감사를 보면서 혹시 당신께서는 당시 <한국사전(傳)>이 정말 역사왜곡을 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장 PD는 그러면서 이 이사장에게 “당시 한국사전 프로그램의 어느 부분이 왜곡되었는지 적시해 달라”, “이승만에 대한 연구 실적을 말해달라”, “이승만의 ‘독립정신’ 원본을 정말 읽어 봤는가” 등에 대해 물으며 자신의 프로그램을 비판했던 이 이사장을 역비판했다.
“백년전쟁 옹호하는 장영주 PD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식인과 학자들의 비겁함이 문제다”
하지만 이인호 이사장에 대한 역사관 논란을 떠나 장 PD의 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역사학자인 이 이사장보다 자신이 더 이승만에 관한 전문가라는 우월의식이 엿보이는 태도와 장 PD 역시 좌편향된 역사관의 소유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장 PD 역시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매도했다는 비판을 받은 민족문제연구소 제작 <백년전쟁>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공정성․객관성․명예훼손금지 심의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판결한 법원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장 PD는 당시 법원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한 글을 PD 저널 등에 기고하면서 “전체적으로 법원이 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내용은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명백한 증거조차 부정하고 있다. 증거주의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반면 백년전쟁의 입증자료에서는 거의 오류를 찾기가 어렵다. 유일한 프로그램의 오류는 유영익 교수의 저서의 오류를 답습해 다른 사람의 사진을 노디김이라 착각해 표기한 것 정도일 뿐”이라고 백년전쟁을 편들었다.
언론관련 시민단체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역사를 단편적으로만 보고 결론짓는 것이야말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이승만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들은 그가 무오류의 완벽한 사람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그의 일부 잘못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에 지대한 공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좌파진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점, 일부 오류만 짚어 그의 전체로 매도해 왜곡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오랫동안 역사를 전문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해서 역사학자에 대해 ‘니가 나보다 뭘 더 잘 알아’라는 식으로 역사학자를 평가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장 PD보다 더 오랫동안 역사를 공부한 많은 학자들과 국민들 앞에 겸손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설득력이 있든 없든 일방적으로 역사관을 공격당하는 이인호 이사장의 모습을 보면서도 침묵하는 숱한 지식인과 학자들이야말로 오늘날 반대한민국, 좌파의 역사관이 득세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에 대해 “역사학자로서 자기 의견을 말한 것”이라며 “그(이인호 이사장)의 과거 경력과 활동에 비춰 보면 역사관이 KBS 업무를 추진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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