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고질적인 소통 부족이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 등을 불러왔다고 지적한 언론이 최근 박 대통령이 비박을 제외한 친박 인사들만 청와대에 불러 만찬을 가진 사실을 놓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이 자신이 편한 사람들만 만나는 것으로는 원활한 국정운영과 국민소통을 이루어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일보는 31일 <朴 대통령, '제 식구'만 따로 만나 제대로 소통 되겠나>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새누리당 친박계 3선 이상 의원 7인을 불러 만찬 회동을 가진 사실에 대해 “모임이 이뤄진 시기와 참석자들의 면면은 다른 정치적 오해와 평가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우선 “박 대통령이 집권 이후 가장 많이 받은 비판이 '불통(不通) 정부'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청와대 밖 사람들과 공식 행사가 아니면 만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심지어 청와대 참모나 장관들로부터 대면(對面) 보고를 받는 것조차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청와대 회동은 대통령이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청와대 밖의 여론에 귀를 열려는 첫 시도로 해석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자기 식구만 만난 대통령, 국정운영에 얼마나 도움 되겠는가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금 '비선(袐線) 실세 의혹'을 계기로 지지도가 떨어지며 정치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전면적인 국정 쇄신' 요구가 나오고 있다.”며 “박 대통령으로선 자신을 향해 박수 쳐주는 사람보다 국정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내년에 공무원연금 문제를 비롯한 개혁 과제들을 이뤄내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계파(系派)나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밀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여당 내 '친위(親衛) 세력'인 친박계의 중진들만 따로 불렀다. 이들이 과연 국민이 대통령에게 어떤 아쉬움과 불만을 갖고 있는지 가감 없이 전달했을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또 초청을 받지 못한 여야 의원들은 대통령이 자기 식구들만 따로 만났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조선일보는 또 “친박계가 청와대 회동 며칠 뒤 김무성 대표의 당내 인사에 제동을 걸고, 30일엔 의원 40명이 공개적으로 송년회를 열어 세(勢)를 과시했지만 그것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며 “박 대통령은 친박·비박,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과의 접촉을 늘림으로써 이번 회동이 불러온 오해와 논란들을 불식해야 한다. 그것이 내년도 국정 운영에 원군(援軍)을 얻는 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면 대통령부터 보다 개방적이고 통합적인 리더십으로 변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이제 이런 주문을 하는 것 자체를 지겹게 여기기 시작했다.”고 일침했다.
박 대통령 김 대표 ‘왕따’시키고 계파 간 갈등에 기름 끼얹었다는 비난들을 수 있어
동아일보도 같은 날 <대통령이 親朴만 챙겨서야 ‘소통 리더십’ 발휘할 수 있겠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동안 ‘정윤회 문건’ 파동을 비롯해 골치 아픈 국정 현안이 많았기에 박 대통령으로서도 한 해를 보내면서 누군가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었을지 모른다.”며 “그런데 그 대상이 하필 친박 핵심들이어서는 국민에게 좋은 느낌을 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시기적으로도 좋지 못하다. 지금 새누리당 내 친박, 비박계의 갈등은 거의 비등점에 다가간 상황이다. 여의도연구원장 임명과 경기 수원갑 당협위원장 선출 문제를 놓고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청와대 신년회에 초청받은 새누리당 인사 명단에 친박계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포함된 반면 당 서열이 더 높은 비박계 이군현 사무총장이 빠진 것을 두고도 의도적이라는 뒷말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어 “친박계 의원들로 구성된 국가경쟁력강화포럼 멤버들은 어제 송년 오찬 자리에서 김 대표를 향해 ‘전당대회의 득표율에 비해 대표가 혼자 당직 인사를 전횡하는 모습이다’ ‘여도 야도 아닌 이런 상태로 당을 이끌어 가면 안 된다’며 노골적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참석자들이 대화 내용을 세세히 공개한 것을 보면 김 대표더러 들으라고 한 소리”라며 “같은 날 김 대표는 기자단 오찬에서 ‘나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당 대표가 됐다’면서 친박계의 비판에 강하게 반박했다. 이런 계파 갈등이 지속되면 당에 위기가 닥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사실 올해 7월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이런 갈등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개헌 문제와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 등을 두고 김 대표와 청와대가 한때 얼굴을 붉힌 적도 있다”며 “이런 마당에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왕따’시키고 친박 핵심들만 비공개로 만났으니 계파 간 갈등에 기름을 끼얹는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김 대표 체제를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 신문은 “대통령이 언급한 애국가 가사처럼 ‘괴로우나 즐거우나’ 국정을 논의할 파트너는 여당을 이끄는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라며 “여야를 초월해 국정을 펴야 할 대통령이 특정 계파의 수장 같은 인상을 줘서야 어떻게 전체 정치권과 국민을 대상으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호성 기자 lhsmedi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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