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1일)로 예정됐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전체회의가 30일 오후 전격 취소됐다.
방통위는 당초 31일 회의에서 KBS,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차기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의결을 앞두고 있었다.
방통위는 30일 오후 3시 20분께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KBS·방문진 이사 추천·선임 의결을 포함한 4개의 의결안건과 5개의 보고안건에 대해 회의를 31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곧 회의 일시와 안건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정정했고, 오후 5시 30분께 “일부 안건에 대해 위원들 간 협의·정리해야 할 사안이 남아있어 연기됐다”고 다시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 등 알려진 바에 의하면, 위원들 간 협의·정리할 사안의 핵심은 KBS·방문진 이사 추천·선임과 관련한 부분으로 분석된다.
전날 야당 측 추천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이사 후보자의 3연임을 금지하고, 정파적 나눠먹기식 인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한데다 이후 일부 여당 추천 이사로 거론되는 인물들과 관련해 논란이 일면서 방통위가 회의를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회의 날짜는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지만 다음 달 5∼6일께 회의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KBS 이사회는 11명으로 구성되며, 방통위가 분야별 대표성을 고려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문진 이사회는 9명으로, 방통위가 방송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 대표성 등을 고려해 모두 선임한다.
야당 측은 여당 측 차기환 이사와 김광동 이사의 사상초유의 3연임설을 우려하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상태이다. 여권에서도 특정인사의 공영방송 이사직 독식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김 이사의 경우 언론과의 거짓인터뷰가 자질논란 시비로 번져 방통위 측으로서 오늘 회의를 불가피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송가 주변에선 현 방문진의 김원배·차기환·김광동 이사와 고영주 감사가 차기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차기환·김광동 이사의 경우 지난 8기(2009년)와 9기(2012년) 방문진 이사를 지낸 만큼 이번에도 이사로 선임될 경우 전례를 찾기 힘든 ‘3연임’ 기록을 세우게 된다. 또한 현 KBS 이사장인 이인호 이사장의 연임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은 기자회견에서 “특정인의 3연임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이사직 독점으로 이사회 구성의 다양함을 해치고, 정치권과의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지해야 한다”며 “비상임 이사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인사들이 공영방송 이사회에 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KBS·방문진 이사 후보자 일부의 ‘3연임’ 가능성을 언급하며 “9년 동안 공영방송 이사를 하는 건 상식적이지도 않고 유례없는 일”이라며 “방통위가 유례없이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 끼워 팔기까지 하려고 하려는 이유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에게 공개 질문을 할 테니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뉴스파인더 정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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