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가 5년 전에 한국일보를 끊은 이후로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있기에 굳이 신문을 정기구독하지 않아도 뉴스에 대한 갈증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신문산업의 미래에 관한 비관적 전망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겨레신문의 경우에는 비관을 지나 체념의 경지에 다다른 지가 이미 오래다.
나야 전형적인 보수우익의 가치관을 지닌 인간이므로 한겨레신문 문닫는다고 별로 상관할 바는 아니다. 허나 한겨레신문이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이 크다고 확신하는 터이기에 한겨레 홈페이지에 접속할 적마다 배너광고를 한번씩 꾹 눌러주곤 한다. ‘행복출발’에 눈요기 삼아 들러보니까 예쁜 이혼녀들이 많더라고.
재정적으로 비틀거리는 한겨레신문이 이제는 도덕적 질타마저 얻어먹는 모양이다. 한미FTA 체결을 지지하는 간지가 끼워진 상태에서 독자들에게 배달됐기 때문이란다. 좌파네, 진보네 하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입에 거품을 물고 한겨레의 변절과 배신을 격렬히 비난하는 중이다.
대한민국 진보진영이 자본주의를 단시일 내에 타도하리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천진난만한 발상이다. 현재의 실력을 고려하면 단시일은커녕 영원히 기성질서를 바꾸지 못한다. 당장 뒤엎을 능력이 없으면 빈대행세를 하면서 적군의 군량미라도 꾸준히 축내야 옳다. 영리한 좌파는 항상 우파를 등쳐먹기 마련이다. 모택동이 장개석과 싸울 때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시는가? 홍군은 국민당 군대를 분쇄하지 않았다. 국부군을 상대로 교묘하게 사기를 쳤다.
가장 훌륭한 CEO는 마음씨 착한 사장이 아니다. 성격 지랄 맞아도 날짜 밀리지 않고 월급 꼬박꼬박 챙겨주는 경영자다. 한겨레신문이 기자들을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제때 임금을 지급할 수만 있다면 자유무역협정을 옹호하는 전단지는 물론이고 박정희 사진이 새겨진 국민교육헌장을 액자형태로 돌린다고 해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다. 당신들이 집문서 저당 잡혀 한겨레신문 관계자들 먹여 살릴 결심 아니라면 배알 뒤틀려도 어쩔 수 없다.
이 머저리 같은 좌파들아! FTA 찬성하는 광고지 삽입해 배달됐다고 한겨레 망하지 않는다. 기자들이 기사작성 팽개친 채 수시로 거래은행 웹사이트에 들어가 급료 입금됐는지 확인하는 순간 자빠지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진보는 사상의 진보가 아니라 결제의 진보다. 한겨레신문이든 오마이뉴스든 특정광고 계속 집어넣으면 구독 중단하겠다고, 시민기자 노릇 그만두겠다고 소란을 피우고 있는 웰빙좌파들을 이참에 깨끗이 정리했으면 좋겠다. 상상력 과잉인 세력을 생산력 풍요한 집단으로 물갈이하라는 뜻이다.
한겨레의 FTA 홍보간지에 분노하는 양반들께서는 속히 황학동 도깨비시장으로 직행해야 마땅하다. 녹슨 철필과 낡은 등사용품 구입해 댁들만의 우아하고 순수한 진보적 언론매체를 구현하기 바란다. 저 철딱서니 없는 소녀진보들이 세계를 변혁하겠답시고 설쳐대고 있으니 한나라당 지지율이 50프로를 웃돌지.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서구적 의미의 진보좌파가 한국에서는 무능과 무책임의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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