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하야 대신 탄핵을 추진해 법치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유력 대선주자를 포함한 일부 정치권은 '대통령 하야' 또는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 12일에는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민중총궐기도 예정돼 있다. 북핵사태와 사드배치, 미국 대선 등 국내외 상황이 위중한 상황에서 무질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모양새다.
이에 좌우를 떠나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종교계 등에서 무책임한 하야 촉구보다는 질서정연한 탄핵절차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당 내 친노좌파 세력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지역평등시민연대' 주동식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난 박근혜 하야 반댈세' 에서 "나도 광화문 광장에 나갔다. 하지만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결정은 법적인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는 절차는 딱 하나, 법률에 정한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서이며, 그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것 역시 헌법이 정한 임기를 마치거나 아니면 탄핵 절차에 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법적 절차가 확립되고 사회 전체적으로 그 절차를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그 사회는 발전을 시작한다"며 "그렇지 못한 사회는 어떤 발전도, 존중받을만한 인류사적 가치도 만들어낼 수 없다"며 법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기독교계 연합단체인 '국가기도연합' 1000여 명은 지난 6일 서울역광장에서 '미스바 구국기도회'를 열고, 혼란을 틈탄 불순세력에게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양동안 명예교수는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는데, 나도 역겹고 화가난다"면서도 "그러나 그런 분노를 이용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주위를 환기시켰다.
양 교수는 "박 대통령을 처벌하더라도 법에 따라야 한다"며 "대통령이 불법적 방법으로 강제 퇴임되는 건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생명이 단절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의 생명이 끝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탄핵이라는 법적 절차가 있음에도 대통령을 몰아내자고 주장하는 현직 시장에 대해선 "민중혁명을 통해 체제를 바꾸겠다는 말과 같다"고 비난했다.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도 8일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라'는 칼럼에서 "지금 언론은 일사불란하게 온갖 비판기사를 쏟아내면서도 국회를 향해 “탄핵해라!”라고 주장하는 언론은 단 한군데도 없다"며 "마치 누구에 의해선가 코디되고 있는 느낌마저 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위대 역시 광화문에서 '하야·퇴진'을 주장할 뿐,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무수한 단체 중에 여의도 국회 앞에 가서 “탄핵하라!”라고 외치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며 거듭 의구심을 드러냈다.
박 주필은 이에 대해 "(하야를 외치는 세력은)탄핵은 절대로 입밖에도 꺼내면 안 된다. 시스템이 마비되어야 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특히 "탄핵이라는 '절차-원칙-시스템'을 외면하고, 언론의 나팔과 시위대의 함성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게 최순실의 작태와 뭐가 다른가"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