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과거 한일 군사정보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꾸준히 펼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친노좌파 정치세력과 진보언론은 23일 정부가 최종 서명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이하 군사정보협정)에 대한 반대여론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 올라타 박근혜 정부를 친일 정권으로 매도하고 나선 것이다. 반정부 여론이 워낙 막강하자 평소 안보에 있어서만큼은 소신보도를 하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매체들도 일제히 침묵하거나, 비판에 편승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과 언론의 대대적인 선동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과 네티즌들은 동요하지 않고 반박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SNS에선 과거 좌파정권도 한일 군사정보 교류를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를 찾아내 야권의 이중잣대를 조롱했다.
안보 외치던 국민의당도 매몰된 ‘친일 프레임’
야 3당은 어제 한·일 군사정보협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마자 ‘졸속 협상’이라며 한 목소리로 정부를 비난했다. 친노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안보를 중시하겠다던 국민의당까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빌미로 별개의 사안인 국가 안보 정책까지 싸잡아 비판하고 나선 것. 일본과의 모든 정책 논의와 협조에 ‘친일’ 프레임을 덮어씌워 정부에 반대하는 행태는 친노 세력의 일관된 흐름이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22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민이 인정하지 않는 굴욕적 매국협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당은 밀실·졸속·굴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용납할 수 없고 모든 책임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민주 윤호중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에 의해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대통령이 한·일 군사정보보협정 같은 국가안보, 국민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추진할 자격과 권한이 있는가”고 되물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의결할 자격을 상실했다”며 “자신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퇴진을 준비해야 할 대통령일 뿐이다"고 논평했다.
문제는, 창당 이념 중 하나로 안보를 내세웠던 국민의당도 초심을 잃고 더민주 제2중대 행보를 계속했다는 점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의 탄핵, 퇴진을 앞두고 국회와 아무런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일본 아베 정부가 자위대를 무장하는데, 아무런 역사적 정리 없이 공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 3당은 이날 협정 체결을 주도한 한민구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 최순실 핑계로 반대 여론몰이할 사안 아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보·국방 전문가들은 대체로 협정 체결에 공감했다. 정치와 안보는 별개사안이며, 특히 올해들어 2번이나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논리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겸 합참 정책자문위원은 최근 서울경제 기고문을 통해 협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우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가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전 반드시 갖춰야만 하는 법적 절차”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모두 32개국과 협정을 체결했다”고 상기시켰다. 협정 체결 국에는 냉전시대 적대국이던 러시아도 있다.
또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자위대의 군대 인정과는 하등 관계가 없으며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기존 일본과의 정보 공유는 2014년 12월 체결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에 따라 미국을 경유해 이뤄져왔다”며 “정보란 중계자 없이 서로 직접 거래해야만 진짜 필요한 깊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정 이전부터 한일간 군사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급박한 안보 위기 상황도 언급했다. 위기 상황에서 일본의 정보자산을 활용해야할 필요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양 위원은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실시했지만 우리의 정보·감시·정찰자산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일본의 정보채널을 구축하는 것은 안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힘주어 설명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도 15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순수하게 군사적인 측면에서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적 정보는 확실히 우리가 일본보다 강하지만, 대잠수함 초계기, 정찰위성, 이지스함 등을 통한 정보는 일본이 강하고, 심지어는 통신감청정부라든지, 조총련계를 통한 인간정보도 우리가 얻을 것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은 5~6기에 이르는 정찰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신형 정찰위성은 해상도 30㎝급으로, 우리 아리랑 위성 55~70㎝급보다 정밀하다. 북한의 핵 관련 시설과 동태를 파악하는 데 일본 측 사진 및 영상정보 수집 능력이 필요한 배경이다. 여기에 이지스함 6척, P-3C 및 P-1 해상초계기 77대, E-2C 등 조기경보기 17대, 탐지 거리 1000㎞ 이상인 지상 레이더 4기 등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강점은 지리적 이점을 통한 감청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휴민트(HUMINT)’ 정보 수집 능력에 있다. 일본은 고위급 탈북자와 정보원 등을 통한 정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일 양국은 김정은 정권이라는 공동의 적국에 맞서 서로 군사 정보를 교환하면 각자의 국가 안보에 큰 도움이 된다는 데 이견이 없었던 셈이다.
궁색한 반대 논리...친노좌파 ‘내로남불’ 이중잣대도 화제
최순실 정국의 혼란을 이용해 야권이 전면적인 반대 여론 몰이에 나섰지만, SNS에선 좌파의 이중잣대를 조롱하는 자료가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유머저장소는 14일 업로드한 자료에서 “한일 군사정보협정이 실검(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로 문제가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일본과 새누리당 두 키워드의 조합이면 눈이 홱 뒤집혀서 이성을 잃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페이지는 “지금 야당 정치인들의 말에 따르면 1998년 한일 군사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김대중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이며, 2007년 한일 군사협력 강화를 합의한 노무현 역시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매국노”라고 증거 자료를 곁들여 날카롭게 비판했다. 해당 게시물은 좋아요 2250개와 댓글 176개, 공유 128회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실제 1998년 김대중 정부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일 군사 실무회의 정례화와 국사정보채널 확대에 합의했다. 당시 9월 1일자 연합뉴스 기사는 “천용택 국방장관과 누카가 후쿠시로 방위청 장관은 1일 도쿄에서 열린 국방장관회담에서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는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군사위협이라는데 공감하고 양국간 군사정보 교류를 확대하는 등 군사협력체제를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보교류와 관련해선 “국방장관회담에서는 또 양국간 군사적 대화채널을 다양화할 필요성에 공감, 연간 1차례씩 열리는 현행 정책실무회의와는 별도로 합동참모본부와 방위청 통막간 실무대화 및 해군간 실무대화를 조만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7년에도 한일 군사협력 강화 논의가 있었다. 당시 2월 26일자 뉴시스 기사는 “김장수 국방장관과 규마 후미오 일본 방위상은 이날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번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로 나아가는 매우 의미있는 첫 걸음이었으며 북한이 합의내용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상호 긴급연락 체체 운영을 활성화하고 국방 설비에 관한 정보 교류 등 군사협력을 강화키로 했다”는 소식을 타전했다.
결국 북핵이라는 공동의 위기 앞에서 한일 양국은 꾸준히 협력을 모색해왔던 셈이다. 여기에는 좌우가 없었다. 그럼에도 대선 승리를 위한 계산에만 몰두하는 야 3당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반정부 여론에 편승해 이번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체결한 정부를 친일파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최순실 정국에 휩쓸려 사실상 이성이 마비된 행태를 보였다.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일정보보호협정 서명식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사진기자들은 이날 국방부 현관에 열을 지어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거부를 하는 코미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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