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국 사회의 반일강박관념 문제를 비판해온 한 진보좌파 시민단체가 서울고법의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2심 유죄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7일,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반대하는 모임’(이하 강반모)는 성명서 공개를 통해서,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2심 유죄 판결은 이미 1심 무죄 판결에서 제시된 여러 올바른 취지들을 부정하는 것이며, 여러 학술연구에서 드러난 바 있는 역사적 팩트들을 왜곡하는 것임은 물론이거니와,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반모는 아울러 ▲ 권력자들의 무기로 활용되는 경우가 잦아 폐기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명예훼손죄 법률 자체의 문제, ▲ 매춘(성매매)에 과도한 선악적 관점을 부여하고 있는 순결이데올로기의 갖가지 폐단 문제, ▲ ‘일본군위안부 소녀상’에서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주류 진보좌파의 동상 권력 문제에 대해서도 이제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반모는 일본군 위안부소녀상 조각가와 조각가의 소속 단체가 소녀상에 대한 권리 문제로 지저분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사례를 거론하며 민족주의와 상업주의의 결합 문제도 제기했다. 또한 영화 ‘군함도’의 뉴욕 타임스퀘어의 광고 속 인물이 징용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으로 밝혀졌던 사례도 거론하며 반일강박관념이 결국 국제망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문제도 꼬집었다.
최근 국사편찬위원회는 홈페이지 ‘우리역사넷’에 교과서 이미지 자료라며 “일제의 강제 징용으로 홋카이도 개척 토목 공사장에 끌려가 학대당한 한국인 노동자들”이라는 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본 하시마 도민회에 의해 해당 사진의 노동자들도 결국 전원 일본인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해 강반모는 “(착취당하는 징용노동자상을 만든다는데) 우리는 결과적으로 일본인 노동자상을 만들고 있는 셈이 된다. 괜찮은가”라고 반문했다.
강반모는 “‘제국의 위안부’ 사건 초기 토론하자더니 소송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지원단체가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면서 “만시지탄이지만 연구자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시민들이 참여한 공개토론회를 통해 위안부와 징용노동자 문제의 진실을 밝혀나가자”며 대화와 토론을 촉구하면서 성명을 마무리했다.
강반모는 한국인권뉴스 최덕효 대표, 민주노총 애니메이션 지부장 류재운, 유투브 정치평론가 유재일, 낙성대 경제연구소 이우연 연구위원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비주류 진보좌파 시민단체로, 징용노동 과장 왜곡 문제 등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적 반일강박관념 문제에 저항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아래는 강반모의 이번 성명서 전문이다.
[입장]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2심: 무죄파기, 명예훼손 유죄에 대하여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세종대)가 항소심에서 명예훼손 부분에서 유죄가 인정돼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7일 재판부(서울고법 형사4부 부장판사 김문석)는 박 교수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재판부가 "박 교수가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이를 접한 독자들은 위안부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고 경제적 대가를 받으며 성매매를 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한 부분인데, 이러한 가정은 그간 여러 연구에서 드러난 역사적 팩트 및 양형 사유의 고려사항으로 ‘학문과 표현의 자유’ 등이 위축되면 안 된다고 언급한 대목과도 크게 상충된다.
박 교수는 2심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므로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참고로 지난 1심 재판부(서울동부지법 형사 11부 부장판사 이상윤)의 무죄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도 유의미하겠다.
당시 재판부는 △책의 견해는 비판과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 △공적인 사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더 넓게 인정돼야 하고 명예훼손에 대해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점 △학문적 표현은 옳은 것뿐만 아니라 틀린 것도 보호해야 한다는 점 △위안부 전체에 대한 기술로써 피해자를 특정해서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위안부는 제국주의, 국가주의에 동원된 피해자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추상적, 비유적 표현으로 순수한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 구체적인 사실 적시로 볼 수 없는 점 △매춘이라는 표현 역시 종합적으로 보면 자발적 위안부라는 것으로 명시적 적시나 묵시적 암시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를 판시한 바 있다.
1심과 2심 재판 결과 앞에서 관련 쟁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명예훼손죄는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며, 위안부 문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해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변호사의 절반이 현행 ‘명예훼손죄’가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폐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4년 강용석(전 새누리당 의원)의 저속한 발언이 "여성 아나운서에 대해 수치심과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경멸적인 표현"이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한국아나운서연합회 소속 여성 아나운서들의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 고소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판단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아울러, 세계적으로도 이른바 선진국 권에서 명예훼손죄는 별 의미가 없다(미국의 경우 1년에 약 2건에 머물 정도). 명예훼손죄는 주로 후진국 형으로서 ‘체제 유지’나 권력자들의 자기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종종 남용된다.
둘째, 성매매(혹은 매춘)에 대한 과도한 종교적 선악구도의 관점이 가져오는 문제다.
여성가족부에서 교육부 홈페이지로 이관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목소리”(38명)에는 취업사기와 강제연행이 6:4 정도로 혼재돼 있으며, 평균 연령은 17~18세 수준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취업사기와 강제연행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강제연행 당한 ‘14세 소녀 20만 명’이라는 식으로 기정사실화 하여 단일한 피해자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이러한 관점은 오늘 “모든 성매매 여성이 모두 인신매매 당한 피해자”라는 취지의 성매매 금지법을 연상케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극빈 여성들이 처했던(처한) 구조적 강제, 즉 당시 ‘일본 제국주의’와 오늘 ‘자본주의’라는 역사적 시공간의 의미일 것이다. 혹시 오늘 종교적 근본주의인 순결이데올로기에 기반한 금지주의 정책을 강행하고 이에 대한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역사를 무리하게 소급하려는 의도는 아닐까.
지난 4일 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신문, 방송이나 기타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일제가 군 위안부 피해자를 강제동원하고 학대한 사실을 부인하거나 왜곡하고, 매춘부라 칭하여 그 명예를 훼손하는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일개 의원이 역사적 현상과 용어를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금지법안을 제출하는데 그 흔한 공청회 한번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관련 연구자들은 왜 침묵하는가.
셋째, ‘일본군위안부 소녀상’은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징용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징용상 설치는 인천 부평, 서울 용산에 이어 경남, 제주, 대구, 부산(일본영사관 앞), 평양에까지 전국적으로 확대된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정대협(윤미향 대표), 민족문제연구소(임헌영 소장) 및 송영길, 설훈, 심상정, 노회찬 등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촉구 추진위원회’(추진위) 조직력이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마침 서울 종로구가 도시공간예술위 심의를 거쳐 26일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소녀상(평화비)을 공공조형물로 등록해 힘을 보태준다. 이런 추세라면 지자체들도 일사천리로 소녀상과 징용상의 공공조형물 등록에 가세할 것이다. 이처럼 동상 설치 운동이 법제도에 힘입어 가속화 된다면 국제관계를 고려해서라도 역사적 사실관계에 더욱 유의해야 할 것 아닌가.
민족주의와 상업주의가 만났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
2년 전 모 작가가 일본군 위안부소녀상 작업과 관련하여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 소속 단체로부터 공공전시 주관단체로서의 운영 권리를 가로챈 것에 대해 책임을 추궁당한 것이다. 지금 모 작가는 단체와 소송 중이며 회원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더욱이 그 작가는 쇼핑몰을 구축해 ‘기림주화’ 판매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사람들은 ‘민족주의 돈벌이’가 아닌지 우려하기 시작했다.
영화 「군함도」의 뉴욕 타임스퀘어의 광고 속 인물이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를 포함해 국내 교과서에 실린 대표적인 사진 두 장이 모두 일본 하시마(군함도) 도민회 측 자료에 의해 일본인으로 확인됐다. 폐갱에서 거의 누운 자세의 팬티 차림으로 석탄을 캐고 있는 치쿠호에서 찍은 사진 두 장의 시기도 1955년과 1961년으로 일제 치하와 무관하며, 1961년 사진은 촬영 작가(사이토 고이치)가 필름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일제의 강제 징용으로 홋카이도 개척 토목 공사장에 끌려가 학대당한 한국인 노동자들”이라며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 ‘우리역사넷’에서 <교과서 속 이미지 자료>로 소개되는가 하면,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기념비에도 이미지가 새겨져 있는 10명의 단체 사진도 일본인이라고 한다. 하시마 도민회는 “10명 모두 일본인이며 1926년 홋카이도 토목공사 현장에서 학대받은 사람들”이라며 당시 보도된 아사히카와 신문(1926년 9월 9일자)을 제시했다.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서있는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보라. 헐벗고 앙상한 모습을 한 이 징용상 모델은 「군함도」 광고와 교과서 속 인물 이미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대로 진행한다면 우리는 결과적으로 일본인 노동자상을 만들고 있는 셈이 된다. 괜찮은가.
토론하자. 생산적인 논쟁을 통해 견해 차이를 좁혀나가자. 『제국의 위안부』 사건 초기 토론하자더니 소송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지원단체가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연구자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시민들이 참여한 공개토론회를 통해 위안부와 징용노동자 문제의 진실을 밝혀나가자. 국제사회와 한일관계에서 보다 성숙한 한국민의 모습을 보여주자.
2017년 10월 27일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반대하는 모임
(김영선, 류재운, 심경자, 유재일, 이석호, 이우연, 임진현, 최덕효, 최영묵, 한세희 등 가나다순 151인)
한국인권뉴스 대표 최덕효 (연락처 : 010-9191-5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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