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을 배출한 것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대표적인 친-트럼프 및 자유보수 매체가 그간에 한미대화 및 미북대화의 전제조건이었던 북한에 대한 현금 지원을 경계하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해 화제다.
제임스 줌왈트는 미 해병대 예비역 중령으로 베트남전 당시 해병대 보병 장교 파병을 필두로 파나마 작전 및 1차 걸프전에 참전한 백전노장이다. 또 외교 안보 정책에 관한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해온 안보 전문가이기도 하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현금인출기인가
줌왈트는 칼럼 서두에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현금인출기로 전락한 현실 문제부터 짚었다.
“오늘날 개인 현금인출기(ATM)는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분명한건 통장에 예치한 잔고 한도 내에서만 현금 인출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예외가 있을까? 가령 수백만 달러를 아무런 잔금도 없이 일시에 인출할 수 있다면? 불가능하게 들리는가? 지난 수 년 동안 이를 가능하게 한 주체가 있다. 바로 북한이다.”
이어서 줌왈트는 “그 동안 평양의 수뇌부들이 미국과 한국을 마치 자기 개인 현금인출기로 활용했다는 것이 입증됐다”라면서 “북한은 아무런 자금을 예치하지 않고도 수백만 달러의 현금을 자본주의 사회의 은행가처럼 물 쓰듯이 써왔다”라고 지적했다.
줌왈트는 그 실제 사례로 지난 2월 25일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북한의 200여명의 수행 대표단(이중 실제 선수단은 불과 22명)이 북한으로 복귀한 후 남긴 5성급 호텔 고지서를 들었다. 줌왈트는 2백 64만 달러의 호텔 측 청구서를 한국 정부가 대신 지급한 사실에 대해서 개탄했다.
그러면서 줌왈트는 “핵 미사일 무기 체계를 거의 완성 단계로 개발한 나라가 올림픽 참가 체재비용조차 납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열악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줌왈트는 “북한의 올림픽 대표단은 대회 기간 중에 호화 호텔에 숙박했다”며 “객실당 정원의 2배 이상 투숙 인원을 배치했는데, 이는 숙박비 절감 차원의 문제가 아닌 탈북을 방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라고 지적했다.
현금으로 북한을 쉽게 달래보려는 행태가 결국 북핵 개발을 불렀다
줌왈트는 “남쪽 형제의 현금 지원을 기반으로 평양은 평창올림픽에서 미소 공세를 펼칠 수 있었다”고 전제한 후, “이렇게 한편에서는 북한 응원단의 미소 공세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꾀하면서 북한의 독재자인 독사(rattlesnake)와도 같은 김정은은 다른 한편으로는 열심히 핵개발을 위한 다음 단계 포석을 구상했던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인가. 줌왈트는 “평양의 현금 지급기로 전락한 미국과 한국은 누구 탓할 필요 없이 다 자업자득인 것이다”며 “이는 지난 수년간 북한에게 성실히 현금을 상납했기 때문이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줌왈트는 대화 국면을 대가로 북한이 현금 지원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북한의 이러한 행태가 지난 2000년, 한국 전쟁 이후 최초로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을 짚었다.
줌왈트는 당시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선수금까지 요구했던 사례도 제시했다. 당시에 물밑 협상 중에 선수금이 입금 되지 않자, 급기야 회담 일정이 일시 연기 되는 소동까지 있었다는 것.
줌왈트는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평화와 협력의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면서 “정상회담의 대가로 지원된 대북 현금의 추정치는 대략 최소 2억 달러에서 5억 달러 사이로 알려졌다”고 했다.
줌왈트는 남북정상회담 현금 거래 이후로 북한의 수뇌부가 한국을 현금인출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데 확신을 갖고서 2000년도 호주 시드니 올림픽에도 역시 현금을 대가로 남북 단일팀 입장을 허락했음도 지적했다.
줌왈트는 “김정일은 남북정상회담을 현금수익원(Cash Cow)으로 즐기면서, 지난 2009년 서울에서 개최될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10억달러를 남한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며 “물론 현금은 지급되지 않았지만, 이는 북한에서한국이 국내 정치에서의 필요성으로 인해 남북정상회담을 탐낸다는 것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정권에 연료처럼 공급되는 현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단절시켜야
사실, 북한은 한국이 오직 얼마만큼의 현금을 지불할 것인가에 대한 저울질만 하고 있을 뿐이다. 2000년도 정상회담에서 유일하게 합의된 사항은 두 번째 회담은 서울에서 개최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07년에도 또다시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 되었고, 김정일은 역시 현금 지원을 요구했다. 남한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조건으로 역시 대북 현금 지원을 약속했다.
줌왈트는 이러한 반복된 현금 지원으로 인해 이제 북한은 자국의 식량난이나 선수단에 대한 지원은 관심 밖이며, 오히려 적국(미국, 한국)의 선의에 기댄 현금 지원을 당연시 여기기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줌왈트는 “식량난을 겪는 자국민을 무시한 체, 평양은 그 와중에도 현금을 핵개발에 전용해왔다”라면서 “더욱 심각한 것은 자국민을 위한 원조를 위해서는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북한에게 지난 몇년간 미국과 한국이 자체 예산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줌왈트는 “결국 우리(미국과 한국)는 효과적으로 미국과 동맹국 주변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개발을 지원한 셈이 됐다”고 거듭 한탄했다.
줌왈트는 “현금은 윤활제처럼 테러리스트의 엔진을 정교하게 유지시킨다”라면서 “현금 지원이 IS를 부상 시켰고, 미국이 IS의 자금줄을 차단하자, 테러 조직은 와해됐다”라며 평범한 진리를 설파했다. 줌왈트는 이 진리가 김정은 정권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줌왈트는 “현금 지원은 북한 김씨 왕조의 생명을 지속시켰다(Cash also has helped to keep the Kim dynasty in power in North Korea)”라며 “무의미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수백만달러를 쓰건 말건, 혹은 남북 올림픽 단일팀에 수백억 달러의 지원을 하건 말건, 이는 악랄한 북한 정권을 생명을 지속시킬 뿐이다(Whether it is hundreds of millions of dollars paid for worthless summit meetings or two million dollars paid to cover North Korean athletes’ expenses for their meaningless participation in the Olympics, it all only serves to prolong the life of a brutal dictatorship)”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줌왈트는 “북한 정권에 연료처럼 공급되는 현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단절시켜야 한다(That fuel line must be permanently severed)”는 강한 주문으로 칼럼을 끝맺었다.
한국은 또다시 북한에게 현금 지급을 준비하는가
3월 6일 현재 시각, 김정은을 만나러 북한에 올라간 정의용 보좌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이 비핵화 협의야 말할 것도 없고 미북 대화 중재도 전혀 하지 못한채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고장난 레코드’를 또다시 들고 나올 것 같다는 뉴스가 나왔다. 줌왈트의 브라이바트 칼럼은 마치 이를 예견한 듯 보이기까지 한다.
미국도 한국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적어도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농간에 대해서 한국의 실수가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는 않을는지 모르겠지만, 북한의 농간에 대한 미국의 실수는 곧 한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결국 문재인 정권에 의해서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만큼은 실수하지 않기를 부디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