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한국통인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일본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문제와 관련 깊은 안타까움을 표명하는 내용의 칼럼을 일본의 저명 오피니언 사이트에 공개했다.
무토 전 대사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에 한국에서 일본대사를 지냈다. 외교관으로서 일본인들 중에서 이 전 대통령과 그 누구보다 깊은 관계를 맺어왔던 무토 전 대사는, 이번 칼럼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능력과 업적을 소개하고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이를 알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 정권의 이 전 대통령 체포 의도로 남북회담 정국 조성이 있지 않은지 의구심을 표명했다.
감옥에 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비극
무토 전 대사는 먼저 3월 23일 새벽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뢰, 배임, 탈세,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체포된 사실부터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에, 국가정보원에 특별활동비를 상납시킨 것 외에, 이 전 대통령이 실질적인 소유자라고 여겨지는 자동차 부품회사를 통하여 거액의 비밀자금을 만들고, 이에 더해 소송비용을 삼성전자에 부담시키는 대가로,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특별사면을 해주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수뢰액은, 110억원 (약 11억엔), 만들어낸 비밀자금은 350억원 (35억엔) 에 달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심문이 22일에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이 전 대통령이 출석을 거부했기 때문에, 서류심사만으로 심문이 이루어져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무토 전 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의 동지 노무현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수뢰 등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자살했기에 때문에 ‘보복’이라는 견해가 한국에서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
한국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의 말로는 비참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이번이 네 번째라고 무토 전 대사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감옥에 간 대통령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암살당했으며, 이승만, 최규하라는 두 전직 대통령은 데모와 쿠데타를 겪고 퇴진당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이 모두 체포당했다. 국외자인 무토 전 대사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한국 정치가 엽기적으로 느껴질만 하다.
어째서, 이렇게도 불행한 말로를 걷는 것인가? 이것은, 대통령 재임 중에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어, 누구도 이를 거스를 수 없지만, 일단 권좌에서 멀어지면, 이때까지 억압받아 왔던 사람들이, 일제히 반항으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조선왕조시대부터 「삼족을 멸한다」 라는 말이 있다. 재상(宰相)이 바뀔 때, 그 전임자의 부모, 형제, 처자식을 말살하지 않으면, 자신이 보복을 받는다고 하는 공포심을 나타낸 말이다.
이러한 전통이, 아직도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근래에, 보수정권과 혁신정권 (革新政権, 진보정권) 이, 대략 대통령 2명의 임기인 10년을 주기로 교체되어 왔다. 정권교체가 일어나면, 이때까지 정권의 핵심에 있었던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지고, 찬밥 신세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다음에 정권을 빼앗을 때에 보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해온 것이, 한국이라고 하는 나라다.
무토 전 대사는 이어서 한국의 고질병이라고 불리는 정권과 재벌의 유착 문제를 거론했다. 이 전 대통령도 삼성과의 관계가 시비됐는데 결국 그 덫에서 못 벗어났던 것 아니냐는 것.
정권은 재벌을 적극 이용한다. 무토 전대사는 “2월 9일부터 25일까지 평창올림픽이 개최되었으나, 역대 정권은 이러한 스포츠 경기 분야마다 선수육성을 위한 스폰서 역할을 각 재벌에게 분담시켜 왔다”면서 “또, 사회복지활동을 할 때에도, 재벌들에게 돈을 내게 하고, 정부는 각 재벌의 선전활동을 하는 것이 중심적인 역할이었다”고 꼬집었다.
재벌이 정권에 이용만 당하는 것은 아니다. 재벌도 정권을 이용해 성장을 도모한다. 단, 이는 양날의 칼이어서 해당 대통령의 실각과 동시에 관계 재벌회장도 체포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무토 전 대사는 진단했다.
무토 전 대사는 “얼마 전, 한국 롯데의 신동빈 (일본 이름 · 시게미츠 아키오[重光昭夫]) 회장이 체포되어, 징역 4년의 실형 판결을 받았는데, 그가 이명박 정권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고 여겨지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반일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을 일본인들이 알아줘야
무토 전 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 여부에 대해서 자신이 논평할 입장은 아니라면서 이어서 대신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물상을 논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일본의 오사카(大阪) 출생으로,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한국으로 귀국하였지만 가난하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였다. 고려대학교에 다닐 시절에는, 학생회장을 맡으면서 체포된 이력도 있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여 현대건설(現代建設)에 입사하였다. 그는 입사 당시 종업원이 90명이었던 기업을, 46살에 회장직에서 물러났을 무렵에는 종업원 10만명이 넘는 기업으로 발전시켰다. 하루에 5시간 이상 잔 적이 없고, 18시간씩 일했다고 여겨지고 있다.
무토 전 대사는 이 전 대통령의 이러한 과거를 거론하며 “이 전 대통령은 입지전적인 인물임과 동시에, 경제인의 감각으로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은 청계천 개발 관련 이야기를 전했다.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었던 이야기인데, 그는 서울시장을 맡았던 시절에, 시내 중심부를 흐르는 작은 청계천을 재개발하려고 하였다. 그곳에는 이미 고속도로가 놓여져 차들이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 처음부터 지역 주민들이 매우 크게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재개발에 의해 땅값이 상승하여, 시민이 모여드는 것으로 거리의 활성화가 실현되자 주민들이 (재개발 요구에) 설득되었고, (재개발) 결과, 주민은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또, 지하철에서 파업이 일어나려고 했을 때에는, 지하철 공사(公社)의 간부들에게 지하철 운행 연습을 시켜서, 파업 중에도 지하철을 계속 운전시키는 것으로 파업을 가라앉혔다. 게다가, 노동조합과의 교섭에서는,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시장(副市長)이 매듭지은 타결 내용을 충실하게 실행하여, 시장 퇴임 후에 노조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고 한다. 이제까지 (역대) 시장이 제대로 실시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노조가 놀랐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은, 경제인의 감각 그 자체이다.
무토 전 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인인만큼, 즉석에서 판단하여 결정하였고 행동도 빨랐다”면서 “또 해외에서의 활동 경력이 길어,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인 상황에도,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가장 이해가 깊었기 때문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자신보다 한 수 높다고 인정하는 존재였다고 한다”고 이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경제인으로서의 감각이 미국 대통령도 인정할 정도로 외교에서도 큰 빛을 발했다는 것.
주한 일본대사로서 특히 고마웠던 것은 이 전 대통령이 한일관계의 중요성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토 전 대사는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일의원연맹 회장(당시)은,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자원개발이나 인프라 건설을 할 때에는, 일본기업과 협력하라고 주장하였고, 여기에 따르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스스로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그런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8월 10일,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분쟁지역인 독도를 찾은 점이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본에서는 이 전 대통령은 독도 상륙 문제로 인해 반일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정치인이다. 한일관계를 중요시한 이 전 대통령이 왜 일본에서 그런 평가를 감수하고 독도에 상륙했는가.
무토 전 대사는 이 전 대통령의 독도 상륙에는 다음과 같이 일본도 한국을 몰아세운 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반일 정치인으로 치부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실은,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과 교섭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의무에 대한) 부작위로서 헌법 위반이다」 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은) 교토(京都)에서 열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수상(당시)과의 일한정상회담에서, 「위안부에 대해 따뜻한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 라고 간청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다 수상이 이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일강경노선"으로 전환한 것이다.
타이밍이 좋지 않게도, 이때까지 일한(日韓)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었던, 이상득 씨가 체포 · 수감되어, 이 전 대통령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일본에 대해 (깊은) 이해를 표해온 이 전 대통령이, 타케시마(竹島, 독도) 사건 이래, 「반일」 성향으로 오해받아 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남북회담 위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체포한 것은 아닌가”
무토 전 대사는 자신이 이 전 대통령의 체포가 ‘정치보복’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문재인이 과연 정치보복이나 권력투쟁을 방지하려는 방향으로 국가권력기구의 개편을 추진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좌파가 그냥 다 해먹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2017년 6월 19일,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가 설치되었다. 이 위원회는, 조직의 쇄신과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해구 · 전 성공회대 교수는, 청년 시절부터 좌파학자들과 함께 「한국정치연구회」 에서, 마르크스 · 레닌주의에 심취해 온 인물이다. 그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이제까지 국가정보원이 가지고 있었던 모든 권한을 박탈하여, 단순한 정보수집기관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것이다.
이외에, 「법무 · 검찰개혁위원회」, 「경찰개혁위원회」, 「5・18 (광주 사건) 특별조사위원회」, 「군 적폐청산위원회」 등의 위원회들도, 좌파활동가를 비롯한, 국가보안법을 부정하는 활동가나,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위원회가, 어떤 의도로 설치되었는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혁신계 (革新系, 진보계열) 가, 이러한 권력기구의 압력에 노출되어 왔다고 하는 분노가 근저에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권력을 빼앗아 버리겠다고 하는 노림수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좌파가 그냥 좌파도 아니고 종북좌파라는 것이다. 이에 무토 전 대사는 “한국에서는 노조를 중심으로 (한 단체에 대해), 북조선의 영향력이 꽤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정설(定説)로서, 국가권력기구의 개편은, 도리어 북조선의 영향력을 강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면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남북대화도 뭔가 정상적인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는 않다. 무토 전 대사는 “북조선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임박해 있어, 문 대통령은 점점 ‘마에노메리 (前のめり, 상체를 앞으로 빼서 고꾸라질 뻔함)’ 자세가 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 전 대통령까지 체포당하게 되자, 한국 국내는,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지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무토 전 대사는 “주요 언론은, 대화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총론(総論)적으로 찬성이다”면서 “다만, 북조선의 핵미사일 포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고, 현재의 단계에서는, (정부에게) 교섭의 진행 방식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토 전 대사가 말하는 주요 언론이란 현재는 언론계에서 소수파가 된 보수우파 언론을 말하는 듯 하다.
일본과 한국은 권력구조가 다르다. 한국의 대통령은 그나마 언론의 견제라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그야말로 무소불위가 될 수 있다. 이에 무토 전 대사는 “한국의 대통령은 일본의 수상과는 달리, 국회에서 (질의응답으로) 공격받는 일은 없다”면서 “그래서 언론까지 비판에 신중해지게 된다면, 대통령을 견제할 세력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라고 개탄하며 한국 언론이 점점 어용화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무토 전 대사는 이 전 대통령의 체포가 남북정상회담 전에 이루어진 사실에 주목했다. 무토 전 대사는 “이 전 대통령의 체포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전에 이루어진 것에 대해, 국내의 반대를 봉쇄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면서 “그러나, 영향이 있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씁쓸함을 표현하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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