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원래 대학 운동권이었던 김문수나 이재오가 보수당으로 가 국회의원을 하고, 원래 보수였던 김부겸이 민주당으로 와 국무총리까지 한 것은 그렇게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극우’로 통했던 변희재가 윤석열 타도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은 상상 속엔 없는 일이다.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한 변희재도 원래는 진보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박정희 신화에 매료되어 이후 보수의 길을 걸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진중권과 함께 토론을 열 정도로 보수를 대표했다. 한때는 전광훈과도 친분을 나누었다.
좌우합작 운동 벌이는 변희재
그런 그가 지난해부터 소위 ‘좌우합작운동’을 하며 역시 극우 색채가 뚜렷한 최대집 전 의사협회장과 함께 윤석열 반대 운동을 펴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윤석열 검찰이 태블릿PC를 조작하여 박근혜를 탄핵시켰다는 것이다. 태블릿PC 조작 건은 이미 2018년에 변희재가 제기해 그 건으로 변희재는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지금은 보석 중이다.
이후 변희재는 ‘태블릿PC 조작’에 관한 여러 책을 냈고, 수많은 방송에 나와서 같은 주장을 펼쳤다. 처음에는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조작되었다고 하더니 요즘은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의 태블릿PC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변희재는 그에 관련된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윤석열과 한동훈은 독안에 든 쥐” 라는 발언을 자주했다.
변희재 고소 안 하는 한동훈, 이유는?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변희재가 책이나 방송을 통해 그토록 자주 태블릿PC 조작을 주장하며 거기에 윤석열과 한동훈이 개입했다고 주장해도 묘하게 저쪽에서 따로 변희재를 고소, 고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자신을 미행하거나 자신의 집 초인종만 눌러도 고소, 고발을 남발했던 한동훈이 변희재를 고소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아, 뭐가 있긴 있나보다’ 하고 태블릿PC 조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나마 이 내용도 유튜브에나 나왔지 지상파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송영길 통해 지상파 탄 태블릿PC 조작설
변희재가 주장하는 태블릿PC 조작설이 지상파를 탄 계기는 엉뚱하게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때문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한동훈이 태블릿PC 조작을 저질괴담이라고 하자 23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희재씨가 이 문제를 제기했다가 명예훼손죄로 현재 구속돼서 1심에서 2년 실형을 받았잖나. 1년 살고 지금 보석으로 나와 있는데 보석 조건이 사건과 관련된 집회 및 시위에 참여하지 말 것인데, 변희재 씨가 나오자마자 지금까지 일관되게 태블릿PC 조작 주범이 윤석열, 한동훈이라고 지금 고소까지 해놓고 한동훈씨 집 앞에 가서 지금 매주 데모까지 하고 있다. ”
송영길의 이 말은 변희재를 구속하라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게 아니라, 변희재가 그토록 태블릿PC 조작설을 말해도 윤석열과 한동훈이 변희재를 고소, 고발하지 못한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기존 언론들 태블릿 피시 조작설 다루기 시작
송영길의 인터뷰가 나간 후 그동안 침묵했던 기존 언론들이 이 기사를 다루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유튜브에서 돌아다니던 태블릿PC 조작설이 처음으로 지상파로 보도됐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한 변희재로선 ‘단비’를 만난 셈이다.
송영길 역시 변호사 출신으로 법조인이고,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까지 했으므로 변희재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송영길은 변희재가 낸 책을 여러 차례 정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자신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지상파에 나와 그 발언을 한 것 같다.
한동훈이 변희재 고소하지 못한 이유 추론
송영길은 "윤석열, 한동훈, 이원석은 도둑이 제 발 저려 변희재 놔두나" 라고 일갈했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이유는 다음 다섯 가지로 추론할 수 있다.
(1) 변희재의 주장대로 태블릿PC가 실제로 조작되어 거기에 반응하면 방송을 타 전 국민이 알게 되기 때문에
(2) 전혀 사실이 아니라 대응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3)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그 사건으로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4) 진실이 밝혀지면 대구, 경북의 민심 동요로 국힘당이 내년 총선에서 참패하기 때문에
(5) 태블릿피PC가 조작된 게 사실로 밝혀지면 그동안 검찰이 수사한 모든 게 조작으로 규정되어 검찰 폐지론이 대두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제 태블릿PC 조작설은 여론의 도마에 몰랐고, 어떻게 하든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박근혜의 탄핵과도 관련이 있어 대구, 경북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차기 총선 및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자기집 초인종만 눌러도 고소한 한동훈
정말 이상한 것은 자기 집 초인종만 눌러도 고소, 고발을 남발했던 한동훈이 변희재가 저토록 자신을 구속시켜 달라고 하소연을 해도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괜히 ‘긁어서 부스럼’이라 생각해서인지, 진짜 뭔가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하긴 태블릿PC가 조작되었다는 게 만약 밝혀지면 박근혜의 아성인 대구와 경북이 난리가 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년 총선은 하나마나가 되고, 나아가 조작에 개입한 사람들이 모조리 구속될 테니 함부로 나설 계제가 되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 놔두면 변희재는 더 신이 나서 태블릿PC 조작설을 설파하고 다닐 텐데, 이것이야말로 수구들로선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진영에 관계없이 즉각 재수사해야
두 말이 필요 없다. 이 사건은 진영에 관계없이 반드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누가 당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장동 수사를 보라. 유동규를 석방해준 검찰이 김만배가 한 말만 의존했다가 재판장으로부터 핀잔을 얻어듣고 있지 않은가?
대장동 사건도 처음엔 이재명 게이트 어쩌고 하더니 50억 클럽과 박영수가 핵심이란 게 점점 드러나고 있다. 그러자 검찰이 갑자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가상화폐 사건을 캐비닛에서 꺼낸 것이다. 그러나 국힘당 의원들의 공천 헌금 사건이 터지고, 김기현 아들이 가상화폐 회사 간부란 게 드러나자 이번에는 엉뚱하게 수능 공교육 내 출제를 들고 나왔으나 역시 역풍만 맞고 있다.
외계인이 침입하면 다같이 싸워야
변희재를 극우로 여겼던 필자도 최근엔 그의 진심을 믿는다. 그렇다, 전쟁을 하다가도 외계인이 나타나면 같이 싸우는 게 순리다. 윤석열 정권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외계인이다. 역사상 이토록 무능하고 비열하고 잔인한 정권은 없었다. 모두 나서 저 친일매국 감찰독재 공화국을 무너뜨려야 할 것이다.
경제가 무너지고, 외교 파탄, 안보 파탄에 이어 노조 탄압, 언론 탄압, 야당 탄압만 하고 본부장 비리는 모두 덮는 저 간악한 세력을 그냥 두고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모두 전사가 되어 싸우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마치 일제강점기 독립 운동하는 기분으로 모두 일어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