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에 불려간 뒤, 태블릿 감정 포기한 정호성 정호성은 이른바 박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에서도, 가장 충성도가 높다고 외부에 알려진 인물이다. 실제 정호성은 탄핵 당시 안종범과 함께 가장 먼저 구속이 됐고, 헌법재판소 증인으로 나와서 박 대통령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정호성의 행태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강용석 만큼이나 이상한 구석이 발견된다. 검찰·특검 수사 당시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에 대한 감정을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은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적용된 박근혜 대통령과 정호성 비서관, 둘 뿐이었다. 검찰 측은 최서원의 직접 검증을 막기 위해 최서원을 공범에서 제외시켰다. 똑같이 공직자에게 해당되는 뇌물죄에서는 최서원을 박 대통령과 공범으로 엮은 것과 비교하면, 검찰의 의도는 뻔한 것이었다. 특히 검찰과 특검은 태블릿 포렌식을 할 때 최서원 측의 참관도 허용하지 않았고, 그 이후 실물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그 정도로 검찰과 특검은 최서원의 검증을 철저히 막은 것이다. 뒤에서 상세히 설명하겠지만, 재판이 다 끝나고 최서원이 “검찰과 법원이 내 것이라 했으니 내가 직접 돌려받아서 검증해보겠다”고 태블릿 반환소송을 내자, 기겁한 검찰은 “최서원은 소유자도, 사용자도 아니다”라며 180도 말을 뒤집으면서 태블릿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즉 처음부터 검찰은 태블릿이 최서원의 손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자세로 버텼던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더 중대한 혐의에 대응하기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탄핵이 끝난 이후에 재판이 시작됐다. 그 재판조차 후일 불법적인 추가 구속 문제로 보이콧했다. 결국 태블릿을 검증할 수 있는 인물은 정호성이 유일했다. 그러던 차에 정호성 전 비서관은 2017년 1월 10일 특검에 출석했다. 이 날은 두 가지 이유에서 중요한 시기였다. 우선 정 전 비서관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2016년 11월 5일 구속됐다. 정 전 비서관이 재판에 넘겨진 이후 변호인으로 선임된 차기환 변호사는 2017년 1월 5일, 제1차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검찰 측 태블릿의 증거능력에 동의하지 않고 감정을 요청했다. 또한 손석희 등 JTBC 측 기자들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여론을 동원해 태블릿을 최서원의 것으로 찍어누른 뒤 대충 넘어가려던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순간이었다. 탄핵세력으로선 이 때가 최대의 위기였다. 정 전 비서관은 원래 이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3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돼 헌법재판소에 출석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전날(9일) 돌연 불출석사유서를 내고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특검으로 불려갔던 것이다. 이렇게 결정적인 시점에 특검에 다녀온 이후 정 전 비서관은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 정 전 비서관은 본인 재판의 2차 공판기일(2017년 1월 11일)과 3차 공판기일(2017년 1월 13일)에 연속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4차 공판기일(2017년 1월 18일)에 출석해 느닷없이 “태블릿PC 감정이 필요없다”고 선언했다. 그래놓고 그는 2017년 1월 19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제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 말씀자료를 최 씨에게 보내 의견을 참고했다”고 증언했다. JTBC의 태블릿PC가 최서원의 것이 맞는지에 대한 감정을 포기한 채, 최 씨에게 연설문을 보냈고 의견을 참고한 것은 사실이라고 증언한 것이다. 사실상 언론과 검찰의 ‘태블릿PC를 통한 최순실 국정농단’ 프레임을 인정,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서 자신의 선처만을 바란 꼴이다. 물론, 정 전 비서관이 법정에서 정확한 워딩으로 “태블릿은 최서원 것”이라고 증언한 적은 없다. 평소 최 씨가 태블릿을 사용하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태블릿 감정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태블릿은 최서원의 것이라던 검찰 주장을 추인한 셈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검찰이 태블릿에서 나왔다고 일방적으로 제시한 문건에 대해, 자신이 최 씨에게 보낸 것이 맞다고 인정해버렸다. 정 전 비서관을 부른 건 특검의 문지석 검사였다. 정 전 비서관은 2017 년 1월 10일 오후 2시 특검에 출석해서, 다음날인 11일 새벽 2시 40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정 전 비서관이 조서를 모두 열람하고 귀가한 시간은 새벽 3시 16분이었다. 조서열람 시간까지 포함하면 무려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것이다. 원칙적으로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피고인을 불러서 수사할 수는 없다. 특검은 정 전 비서관을 불법적으로 부른 셈이다. 정 전 비서관은 중차대한 헌법재판소 증인 출석까지 취소한 뒤, 특검이 부르자 순순히 따라간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이 문지석 검사에게 14시간 조사를 받은 결과물은 고작 27쪽짜리 진술조서가 전부다. 이날 진술의 핵심은 초반 3~4쪽에 나온다.
이 대목에 대해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는 『대통령을 묻어버린 거짓의 산 1권』 195쪽에서 “정호성은 문지석 검사에게 자기 죄를 스스로 인정하고, 태블릿의 위법성을 법정에서 다투지 않겠다고 진술했다”며 “정호성이 사실상 ‘항복선언’을 하자 문지석 검사는 그 이후부터 사건과 무관한 내용을 신문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호성이 태블릿 진상규명 포기를 선언한 이후 검사는 “진술인의 학력은 어떻게 되는가요”,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가요” 등 기초적인 질문으로 전환했다. 이때는 이미 13차례나 검찰·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후였다. 사실상 의미 없는 문답을 주고받은 것이다. 누구라도 4쪽 이후의 진술서를 읽어보면, 필요한 답을 이미 얻었으니 불필요한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억지로 지면을 채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것이다. 이후 검찰과 법원, JTBC는 정 전 비서관의 태도를 아전인수로 해석해 “ 정호성도 최서원의 태블릿이라고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이 침묵하는 사이 2017년 10월 23일,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호성은 그 태블릿이 최순실 씨가 쓰던 태블릿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증거 동의를 했다”며 대놓고 거짓 증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익명의 검찰 관계자들이 정호성을 인용해 거짓말을 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 ‘변희재의 태블릿, 반격의 서막’, 172-17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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