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칼럼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해외 매체에 태블릿 조작 사건을 알리기 위해 작성한 원고 초안입니다. |
[ 변희재·미디어워치 대표이사 ]
좌파 정치권력에 줄서있던 어느 검사가 보수파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관련 결정적인 증거를 조작했다. 이로써 당시 보수파 현직 대통령은 탄핵, 구속되었으며 30년형을 구형받았다. 그런데 증거를 조작한 이 검사가 이후에 좌파 측이 아니라 보수파 측의 지지를 받아 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과연 이런 일이 실제 벌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과연 저 검사의 증거조작 범죄는 대체 어느 정치 세력이 단죄할 수 있을까.
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화다. 그리고 이 실화의 주인공들은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등 전현직 대통령들이다. 그리고 필자는 바로 윤석열 현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수사하다가 벌어진 증거 조작 사건을 파헤치다가 2018년 5월에 구속돼 1년여간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또한 필자는 올해 안에 윤석열이 장악한 검찰과 법원에 의해 두번째로 구속이 되는 일이 확실시 되고 있다.
2016년 10월 24일, 한국의 언론사인 JTBC 방송사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비선 측근이자 민간인인 최서원(최순실)이 대통령보다 위에서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데 사용했던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을 최서원과 관련된 옛 사무실에서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태블릿에는 청와대 기밀문서가 200여 건이 들어있었기에 이는 박근혜와 최서원이 공동으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주요 증거가 되었고 이에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필자는 JTBC 방송사의 ‘최순실 태블릿’ 보도가 있은지 약 한달 후에 박근혜 측 인물인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의 요청으로 해당 보도를 다시 살펴보았다. 보도된 내용만 보더라도 국정농단의 주요 도구로 알려진 그 문제의 태블릿이 최서원의 것이란 증거는 태블릿에 찍혀있는 최 씨의 사진 두 장 뿐이었다. 태블릿이 최 씨의 것이라면 최 씨의 자녀나 손주, 그리고 최 씨가 자주 다녔다는 승마장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진은 없었다.
필자가 봤을 때 ‘최순실 태블릿’은 애초에 그 개통자 김한수 전 청와대 뉴미디어 국장의 것이라고 한다면 그게 더 설득력이 있게 여겨졌다. 청와대 직원의 태블릿이라면 당연히 200여 개의 청와대 기밀문서가 발견된 것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 아닌가. 나중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포렌식을 통해서 밝혀진 사실이지만, ‘최순실 태블릿’에서는 김한수가 관여한 창조경제센터 홈페이지 관련 작업 기록이 발견됐다. 또한 김한수의 딸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발견됐다.
필자는 JTBC의 보도를 다시 살펴본 후 곧바로 “JTBC가 보도한 태블릿은 최서원이 아닌 김한수의 것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에게서도 “최서원은 태블릿을 사용할 수 없는 컴맹”이라는 증언이 쏟아졌다. 이에 국민들 사이에서 태블릿 조작 의혹 여론이 번져나가자 검찰에 이어 박근혜에 대한 수사를 담당한 특검 제4팀의 윤석열(팀장), 한동훈(부팀장)은 이른바 ‘제2의 최순실 태블릿’을 공개한다. 이는 최서원의 조카인 장시호가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으로서 “컴맹 최서원은 태블릿을 사용할 줄 모른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용도였다. 특검이 최서원의 것이라며 또 다른 태블릿까지 꺼내들자 결국 박근혜는 JTBC의 첫 태블릿 보도가 있은지 넉달만에 탄핵되었고 곧바로 구속되었다.
JTBC 측은 ‘최순실 태블릿’ 조작 의혹을 제기한 필자를 고소했다. 이에 필자는 결국 2018년 5월 30일에 당시 윤석열이 지검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검에 의해 OECD 주요 선진국의 현직 언론인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재판도 없이 명예훼손죄로 사전구속되었다. 그리고 약 6개월 후에 필자는 5년형 구형에, 2년형 선고를 받게 되었다. 필자는 1년을 복역하고 2019년 5월에야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하지만, 필자에 대한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김한수가 애초 ‘최순실 태블릿’의 통신요금을 개인적으로 직접 납부해왔던 사실을 검찰이 은폐했었음이 드러났다. 개통도 김한수가 했는데 통신요금까지 김한수가 냈다고 한다면 태블릿을 최서원의 것이라고 주장하기가 어려우니 검찰이 김한수의 통신요금 납부 증거를 감춰버렸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통신요금을 김한수 개인이 아닌 김한수의 회사에서 자동납부해왔던 것처럼 만들기 위하여 검찰이 태블릿 개통과 관련한 이동통신 신규계약서도 위조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신규계약서 위조는 검찰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가담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대통령을 옭아매기 위한 태블릿 조작에 검찰권력, 통신재벌, 언론재벌 등 한국사회의 부패 기득권층이 모두 개입해있었던 것이다.
윤석열과 한동훈의 특검 제4팀이 꺼내들었던 ‘제2의 최순실 태블릿’의 조작도 그 실체가 대부분 밝혀졌다. 특검은 ADB란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기록을 남기지 않고 이 태블릿 내의 주요 데이터를 삭제했다. 그래서 실제 해당 태블릿에는 문자, 사진 등의 주요 데이터가 없다. 이 태블릿을 조작한 용의자로 추측되는 특검 측의 인물 사진이 실수로 한 장 찍혀있을 뿐이다. ‘제2의 최순실 태블릿’의 끝번호는 9233이고, 최서원의 회계비서 안모 씨의 핸드폰 끝번호도 9233이다. 안모 씨의 개인 이메일 사용기록도 발견되었다. 특검은 이러한 사실을 모두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한 뒤에 ‘제2의 최순실 태블릿’을 최서원의 것이라고 발표했던 것이다.
필자는 2023년초 윤석열과 한동훈의 특검 제4팀의 조작 가담 문제와 관련해 ‘나는 그해 겨울 저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펴냈고, 책의 부제로 “최서원의 태블릿은 윤석열과 한동훈이 날조했다”라는 부제를 추가했다. 그리고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5차례 이상 공문을 보내 태블릿 조작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고, 한동훈의 자택 앞에서 3번 이상 자백 촉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사실, 윤석열과 한동훈은 검찰 출신답게 정권을 잡은 이후 MBC라는 거대 방송사부터 뉴탐사라는 작은 언론사까지 자신들을 비판하는 논자들에 대해 무차별 고소, 고발을 일삼아왔었던 인사들이다. 하지만, 유독 필자가 시비한 태블릿 조작 문제에 대해서는 그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JTBC 측이 고소한 사건의 항소심에서 ‘최순실 태블릿’이 조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6년째 일관되게 ‘최순실 태블릿’ 기기 본체에 대한 정밀 재감정을 요구했었다. 항소심 판사들은 태블릿 감정을 미루면서 피일차일 시간만 보냈었고 인사이동으로 재판부가 여러 차례 교체되었다.
그러다가 올해 5월 항소심 재판부에 엄철이라는 이름의 재판장이 부임했고 그는 마치 정권의 지령이라도 받은 듯이 이전 재판부가 채택한 증인과 증거를 무차별적으로 취소시키면서 필자에 대한 유죄 선고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엄철 재판장은 자신의 행위가 훗날 시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 재판 과정에 대한 녹음 요청도 모두 묵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필자는 연말 안에 졸속 선고를 통해 재구속이 확실시 된다.
한국의 현 대통령 윤석열은 검사 시절에 전임 대통령 박근혜를 증거 조작으로써 누명을 씌운 범죄자라고 하는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이러한 진실을 낱낱이 밝혀낸 언론인이 오히려 재차 구속될 위기에 처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진영 논리 탓이다.
윤석열은 증거를 조작하여 박근혜를 탄핵, 구속시키며 후임 문재인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위에 오른다. 윤석열은 좌파 정권에 아첨하려고 보수 인사 1천여 명을 수사했고 2백여 명을 구속시킨다. 이런 정치보복 수사는 문재인을 흡족하게 하여 그는 이후 검찰총장 자리에까지 오른다. 그러나 윤석열은 문재인의 측근인 조국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며 문재인 정권과 충돌, 결국 자신이 앞서 그토록 탄압했던 보수진영으로 넘어가 대선 후보가 된다. 보수진영에서는 문재인에게 보복수사를 감행해 문재인을 감옥에 넣을 만한 인물은 윤석열 뿐이라며 대거 윤석열 지지로 몰려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윤석열이 박근혜 수사 당시에 저지른 태블릿 조작 범죄는 좌파도 보수파도 모두 침묵, 은폐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에 의해 누명을 덮어쓰고 억울하게 대통령직에서 쫓겨나고 감옥까지 간 박근혜는 사면 석방된 이후 윤석열의 극진한 대우를 받고 있다. 최근에 박근혜는 총선에서 자신의 최측근 공천까지 관철시켰다. 필자는 일찌감치 박근혜 측에 윤석열의 태블릿 조작 관련 모든 자료를 제공해준 바 있다. 어찌보면 박근혜는 윤석열의 범죄를 덮어주는 대가로 그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가족의 뇌물죄를 수사하며 윤석열과 좌파 사이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문재인 세력과 민주당도 역시 필자를 통해 윤석열의 태블릿 조작에 대한 모든 증거를 다 확보해놓고도 절대 이를 공론화하지 않는다. 문재인은 윤석열에 의해 감옥에 가더라도 태블릿 조작의 진실 만큼은 영원히 파묻어주겠다는 것인가.
필자는 애초에 태블릿 사건을 단순히 JTBC 방송사의 특종 과욕으로 인한 오보 사건 정도로만 파악하고서 이 사건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검찰이 개입해있었고, SK텔레콤이라는 한국의 통신재벌이 개입해있었다. 더구나 문재인과 박근혜, 대한민국 정치의 좌우 양대세력 모두 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 그러니 이들에 줄을 서있는 언론도 역시 침묵할 수밖에 없다.
이 진실을 확인하고 외쳐왔던 필자는 조만간 구속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진실을 감옥에 가두어 놓는데 성공할까. 이런 식으로 진실을 파묻는데 성공한 대한민국은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미국, 일본 등 우방국들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