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논문에 사용된 '도북자'(逃北者), '반도자'(叛逃者)에 대해 여야 간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 측은 도북자는 북한을 도망친 자, 반도자는 북한을 배반하고 도망친 자라는 뜻으로, 북한식 배반자, 변절자의 중국식 용어라는 것이다. 반면 여당 측은 가치 중립적인 중국식 용어일 뿐이라 반박한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탈북자의 원래 용어가 '不法越境者(불법월경자)라는 점을 착안해본다면, 쉽게 추론이 가능하다.
중국 당국은 현재까지도 탈북자의 정치적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당국 입장에선 불법월경자로서, 체포하여 북한에 송환시킬 대상일 뿐이다.
2024년 1월 24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에는 탈북자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불법적으로 중국에 입국하는 사람들로, 난민이 아니다"고 기본의 입장을 반복했다.
즉 중국 정부 당국 입장에서 탈북자라는 용어는 없고, '不法越境者(불법월경자), '도북자'(逃北者), '반도자'(叛逃者)라는 북한의 입장이 반영된 용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탈북자 수가 늘어나는 2000년대 이후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자, 홍콩은 물론 중국 언론에서도 점차 탈북자란 용어를 써왔다는 것이다. 북한 인권 전문매체 데일리NK의 2012년 6월 1일자 기사 중 일부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러니한 점은 중국의 탈북자 권리를 대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중국은 3월 이후로 북한 난민들에 대한 민감하고 동정적이기까지 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것은 탈북자 단속 정책과 무관하게 인식의 발전이라 볼 수 있다. 탈북자라는 말은 이제 중국 언론에서 공식 용어로 사용되고 있고, 재중 탈북자 문제에 대한 논의로도 확산되었다.
탈북자 문제는 장기간 동안 홍콩의 친(親) 베이징 전문지이자 조선중앙통신에 의해 인용되기도 하는 ‘피닉스 위클리’지의 3월 15일자 커버스토리의 이슈 대상이었다. 최근 중국어로 번역된 바바라 데믹의 글은 매스미디어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고, 중국 온라인 백과사전에서만 볼 수 있었던 탈북자들에 대한 정보는 이제 ‘바이두’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탈북자 문제를 다룬 영화 ‘크로싱’과 불어로 출간된 김은선씨의 회고록 ‘북한, 지옥 탈출 9년’도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즉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탈북자 용어 대신, 북한식 용어를 써왔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언론에서 보편적으로 탈북자란 용어도 써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칭화대 석사학위 논문에서의 용어는 어떻게 써야했을까. 핵심은 탈북자를 국제 기준의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느냐의 여부이다. 만약 해당 논문에서 탈북자의 난민의 지위를 인정한다면, 절대 북한과 중국식 '도북자'(逃北者), '반도자'(叛逃者)란 용어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
즉 김민석 후보자에게 탈북자의 국제적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느냐 여부를 물어봐야 하고, 만약 그렇다고 답한다면 왜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식, 그리고 중국공산당식의 용어를 썼는지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