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욱 칼럼]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 독점과 보편적 시청권의 경계에서

인싸잇=유용욱 주필 |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이상할 만큼 조용히 지나갔다. 폐막 소식을 접하고서야 “언제 올림픽을 하고 있었나”라는 반응이 나왔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참가 선수들은 여느 때처럼, 아니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싸웠지만 국민적 관심 수준이나 체감 온도는 분명히 달랐다. 문제의 핵심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아니라 ‘중계방송’이었다.

 

 

이번 대회는 종합편성채널 JTBC가 단독 중계한 첫 동계 올림픽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냉정했다. 개막식 시청률은 1%대에 머물렀고, 한국 선수의 첫 금메달 순간조차 자사 채널에서 놓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촌극마저 벌어졌다. 단일 채널이 독점해서는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객관적 숫자와 어이없는 상황으로 명백히 증명된 셈이다.

 

이런 JTBC의 ‘위험한 선택’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모순이 누적돼 발생한 잘못된 판단의 결과다. JTBC 수뇌부는 201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고가의 중계권을 단독으로 확보한 뒤, 국내 지상파(이를 관계자들 사이에선 ‘Korea Pool’이라 부른다)를 대상으로 한 재판매를 통해 비용을 회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은 자신들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Korea Pool(지상파)은 ‘과도한 가격’을 이유로 협상에 응하지 않았고, 그 결과 JTBC는 ‘흥행’과 ‘재무’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았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은 드러난 문제에 대한 책임의 ‘방향’이다. 일부에서는 지상파가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한 공영성을 이유로 다소 무리는 따르지만 그 손해를 감수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필자의 KBS 스포츠국 근무 경험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는 본말이 전도된 비상식적 주장이다.

 

불순한 의도에 기반한 무리한 베팅으로 독점 구조를 만든 쪽이 시장 실패의 1차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더구나 올림픽이라는 행사가 가진 범국민적, 사회적 성격을 고려하면, ‘아무리 비싼 값을 주더라도 확보만 하면 무조건 되팔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지나치게 상업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JTBC의 이 실패가 특정 방송사의 손익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상파 중계가 사라지자 올림픽 관련 뉴스 노출은 급감했고, 올림픽을 매개로 형성되던 사회적 대화와 공유의 장도 함께 위축됐다. 이는 단순한 시청률 하락이 아니라 보편적 시청권의 실질적 약화다.

 

현행 방송법은 ‘시청 가구 90% 이상’에 도달하면 올림픽 중계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형식논리로만 접근하면 JTBC도 이 기준을 충족한다. 그러나 유료 플랫폼에 가입해야만 접근 가능한 구조와, 안테나만 있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지상파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지나친 해석이다. 결국 법은 최소한의 기준을 정했을 뿐, 공공성의 충분조건까지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보면, 적어도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에 한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지나치게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제적 행사에 대한 국민 접근성을 폭넓게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아니라 시장 실패에 대한 ‘교정 신호’로 읽어야 한다.

 

최근 펼쳐진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상황과 전제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바람직한 해법은 명확하다. 첫째, 올림픽·월드컵과 같은 초대형 국제행사는 ‘보편적 시청권 대상 행사’로 지정해 무료 지상파 중계를 원칙으로 하되, 디지털·케이블은 보완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단독 중계권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독점 시 의무적 재판매 조건과 합리적 가격 산정 기준을 명문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셋째, 패럴림픽처럼 공공성이 더 큰 이벤트를 선택적으로 배제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중계권 심사 단계에서 제약을 둘 필요가 있다.

 

올림픽은 하나의 상품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사회적 경험이다. 모두가 같은 장면을 보고, 같은 순간에 환호하거나 아쉬워했던 기억을 남기는 것이 올림픽의 고유한 가치였다. 이번 동계올림픽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단순하지만 확실하다. 그 가치를 시장 논리만으로 다룰 때, 올림픽은 흥행에도 실패하고 공공성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동계올림픽 흥행 실패에 이은 논쟁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자율성 보장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 구성원 다수가 참여 가능한 이벤트 보장을 위한 사회적 선택의 문제인가가 관건이다. 다음 올림픽 국내 중계권 협상을 앞둔 협상 참가자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우리는 ‘누가 중계했는지’를 기억하는 대회를 볼 것인가, 아니면 ‘무엇을 함께 봤는지’를 기억하는 올림픽을 되찾을 것인가. 선택의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