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다현 기자ㅣ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 중단을 발표하기 직전 원유 선물시장과 암호화폐 기반 예측시장에서 대규모 이상 거래가 잇따라 포착되면서 내부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경고 이메일을 발송했으며, 의회에서는 예측시장 전면 금지 법안이 발의됐다.
발표 15분 전 2분 미만에 1조원... “역사상 최대 내부자 거래일 수도”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트루스소셜에 이란 공습 중단을 발표하기 15분 전인 오전 6시 49분부터 6시 50분 사이, 2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브렌트유·WTI 원유 선물 계약 약 6200건이 체결됐다. 규모는 7억 6000만 달러(약 1조 1200억 원)에 달한다. 발표 직후 유가는 급락하고 주가지수 선물은 반등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리치 토레스는 SEC(증권거래위원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공식 서한을 보내 “이 거래의 속도, 규모, 구조에는 분명히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며 정식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역사상 최대 내부자 거래 사례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밝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국가 안보 기밀을 이용한 거래에는 “반역”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고 직격하며 “전쟁과 평화에 관한 결정이 국익이 아닌 시장 조작에 복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썼다.
폴리마켓 연결 계정 3개, 휴전 타이밍 정확히 맞춰 누적 18억 원 수익
원유 선물시장과 별개로 예측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도 이상 거래가 확인됐다. 온체인 분석업체 버블맵스에 따르면 ‘djijaij83jdo4jdlwjflsg’, ‘Elonfax89678’, ‘Skoobidoobnj’ 등 계정명을 반복 변경해온 3개의 연결 계정이 이번 이란 휴전 시점 베팅만으로 60만 달러(약 9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 계정들은 지난해 이란 핵시설 공습, 이스라엘의 ‘떠오르는 사자 작전’, 올해 2월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개시 시점도 잇따라 정확히 예측해 누적 120만 달러(약 18억 원) 이상을 수익으로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4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발표 수 시간 전 최소 50개의 신규 계정이 ‘휴전 성사’에 집중 베팅했다. 당시 폴리마켓의 ‘휴전 성사’ 예측 확률은 8.8%에 불과했다. 한 계정은 7만2000달러를 베팅해 20만 달러 이상을 회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 직전까지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죽을 것”이라고 경고한 시점에 이뤄진 베팅이었다.
트럼프 장남, 폴리마켓 자문역 겸 투자자... 이해충돌 비판
이번 논란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폴리마켓 연루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8월 자신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1789 캐피털’을 통해 폴리마켓에 투자하고 자문역(Strategic Advisor)직을 맡았다.
민주당 하원의원 세스 몰턴은 “트럼프 주니어는 이 플랫폼의 투자자이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경쟁사 칼시(Kalshi)의 자문역도 겸하고 있다.
백악관 내부 경고에도 의혹 지속... 의회, 금지 법안 발의
백악관 관리국은 지난달 24일 전 직원에게 “자신의 지위를 부적절하게 활용해 선물시장에서 베팅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상 거래가 포착된 다음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 대변인 데이비스 잉글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끄는 유일한 이익은 미국 국민의 이익”이라고 밝혔다. WSJ은 내부 정보 유출이나 행정부 관계자의 베팅 활용에 대한 직접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친화 성향의 PBD팟캐스트 공동 진행자 톰 엘스워스도 “정부 내 일부 집단이 대통령 발표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행동했을 것”이라며 “역겹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솔 상원의원은 “예측시장이 전쟁을 카지노 게임으로 만들고 국가안보 정보 유출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앤디 김 상원의원과 함께 전쟁·군사작전 관련 예측시장 전면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폴리마켓과 칼시의 자율 규제 강화 발표에 대해 “비판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