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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엔화약세 지속..금리차 노린 투기가 원인>

엔화 실질 가치 '프라자 합의' 이래 최저 수준

日 초저금리 정책 유지되는 한 당분간 지속 전망



일본의 엔화 약세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 주요국 통화 가운데 엔화만이 나홀로 약세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에는 4년 2개월만에 미 달러당 122엔대까지 하락했다. 달러와 유로 등 주요 통화에 대한 실제 교환가치를 의미하는 실질실효환율은 1985년 9월 '프라자 합의' 이후 21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의 초저금리가 주요 원인이다. 금리가 사실상 제로나 다름없는 엔화 자금을 빌린 뒤 금리가 높은 달러나 유로화로 바꿔 해당국의 주식, 채권 등에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일본의 수출 기업들은 신바람을 내고 있다. 자동차 등 주력 상품의 국제 경쟁력이 저절로 높아짐에 따라 주요 수출 기업들이 오는 3월말 결산에서 사상 최고이익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등 각국에서는 과도한 엔화약세를 경계하고 있다. 자국의 수출 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현재까지는 엔저를 용인하는 입장이지만,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의 금융정책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지 않을까 전망된다.

오는 9일부터 독일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연석회의에서도 일본의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한 엔화 약세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의 성명서에 과도한 엔화 약세를 경계하는 표현이 포함될 경우, 엔화 약세 기조가 바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엔화 가치, 21년만의 최저 수준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교환가치는 작년 5월 109엔대로 상승한 뒤 줄곧 하락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달러당 122엔대까지 떨어졌다. 일본의 주요 제조업체들은 오는 3월말 결산하는 2006회계연도에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환율로 114.04엔을 상정한 바 있다. 예상을 대폭 뛰어넘는 엔저인 것이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저인 157-158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와 유로화 등 세계 15개 주요 통화에 대한 엔화의 종합적 가치를 보여주는 실질실효환율(73년 3월=100)을 보면, 엔화는 현재 약 21년만의 최저 수준이다. 일본은행이 발표한 1월의 실질실효환율은 97.7로 주요국들이 달러 강세(엔화 약세)를 시정하기로 결정한 85년 9월 '프라자 합의' 이후 21년 4개월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실질실효환율은 수치가 낮을 수록 엔화 약세, 높을 수록 강세를 나타낸다. 달러당 240엔대였던 85년 당시 94.8이었으나 95년 4월에는 165.5로 엔화 초강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일본의 초저금리가 최대 원인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의 최대 원인을 일본의 초저금리에서 찾고 있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국내외 기관투자가 등이 주요국 가운데 금리가 가장 낮은 엔 자금을 단기금융시장 등에서 차입한 뒤 외환시장에서 금리가 높은 국가의 통화로 바꿔 그 나라의 주식, 채권, 원유, 금 등의 상품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다.

최근에는 일본 개인들도 금리가 높은 외국 상품에 투자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엔화를 달러나 유로 등 다른 통화로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엔 매도 수요가 있기 때문에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화와 다른 통화 간의 금리차가 워낙 커 환율 변동 위험에도 불구하고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작년 7월 제로금리 정책을 해제했으나 단기금리 유도 목표는 연 0.25%에 불과하다. 미국의 연방금리(FF)가 연 5.25%, 유럽의 주요 정책금리가 연 3.50%인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금리차를 노린 헤지펀드 등이 외국계 금융기관 등을 통해 엔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한 뒤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에서도 구체적인 실태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계 금융기관의 일본 지점들이 국내 단기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엔자금은 약 6조3천580억엔으로 한해 전에 비해 약 4조2천억엔이나 급증했다.

▲일본 수출업체에는 '순풍'

엔저가 지속되면서 일본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호전, 순익이 대폭 늘고 있다. 다수의 일본 기업들은 적정 환율을 달러화 대비 114엔 수준으로 보고 2006년도 경영계획을 짰지만 큰 폭의 약세로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대표적 수출 상품인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일본의 수출대수는 한해 전에 비해 18%가 늘어난 600만대에 달했다. 국내 생산차의 수출 비율이 52%로 2대 중 한대가 수출됐다. 유가 급등으로 저연비의 일본차가 각광을 받는 점도 있지만, 달러와 유로에 대한 엔 약세로 일본차의 판매가격이 낮아져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2006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일본기업 가운데 최초로 2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1년 1조엔을 돌파한 지 5년만에 2배가 되는 것이다. 엔화로 환산한 이익이 증가한 점이 영업이익확대에 기여했다.

혼다자동차도 작년 4.4분기에 엔 약세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5% 늘어난 2051억엔을 기록했다. 엔화 약세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분만 100억엔 이상으로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에 맞먹는 규모다.

캐논도 세계 시장에서의 디지털카메라 판매 호조로 2006년도 연결 순이익이 사상 최대인 5천억엔에 달한 전망이다. 일본 제조업체로서는 순이익 기준 1조5천억엔을 예상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와 5천억엔을 전망하고 있는 혼다, 닛산 자동차 등 3대 자동차에 다음가는 실적이다.

▲엔저 당분간 지속 전망..G7 회의도 변수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지난달 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인상을 일단 보류하기로 함에 따라 당분간 엔저 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자금을 빌려 다른 통화의 고금리 상품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환율 변동이 심할 경우 금리차 수입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안정적인 금리차 수익을 낼 수 있는 엔약세 기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여당이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움직임을 강력히 견제하고 있어 일본은행이 2월 이후에도 쉽게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는 분위기다.

'엔 캐리 트레이드'를 위한 자금은 무역 등 실제 수요를 동반하지 않은 발 빠른 투기성 자금이어서 금리차 축소나 외화표시 상품의 자산가치 폭락 등으로 일거에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 특히 자금이 구미는 물론 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주식이나 상품 시장 등으로 까지 흘러들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행의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총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금융정책이 시장을 교란시켜 영향을 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초저금리가 세계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일축했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의 통화 당국에서는 과도한 엔화 약세를 문제시하는 발언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G7의장국인 독일의 페어 슈타인브뤽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오는 G7 재무장관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며 엔저 문제를 거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유럽의 수출 업체들 사이에 유로화 초강세와 엔 약세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유럽 기업들로서는 엔약세가 경쟁력 저하에 그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도쿄=연합뉴스)
lh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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