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간 `후보검증' 논란이 본격 확산되고 있다.

지도부의 거듭된 `자제령'에도 불구,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이 11일 자신에 대한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응전'의 입장을 밝히고, 이에 검증론의 첨병에 선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캠프의 법률특보인 정인봉(鄭寅鳳) 변호사가 12일 반박 기자회견을 하면서 검증공방은 점점 가열되는 양상이다.

특히 그동안 `휘말려 봤자 득이 될 게 없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이 전 시장 측이 `공세모드'로 전환할 태세여서 논란은 갈수록 증폭될 전망이다.

정 변호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시장의 전날 검증론 비판 발언에 대해 "흠집을 낸다는 말 자체가 틀렸다. 흠집을 낸다는 것은 멀쩡한 물건을 긁어서 만드는 것인데 제가 하려는 검증은 그저 눈가림으로 자신의 흠을 감추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흠집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실상을 밝힌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또 "제가 기자회견을 하려던 내용이 만일 거짓이거나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정치의 한 구석에 몸담고 있는 제가 스스로 자살하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면서 "저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누가 봐도 확신할 수 있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용을 밝히지 말라고 해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제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잠시 쉬라는 음표에 따라 쉬고 있을 뿐"이라며 추후 공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측 주호영(朱豪英) 비서실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검증하네 마네 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문제가 있다면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그에 대한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반박했다.

주 비서실장은 특히 "정 변호사가 캠프 법률특보인 만큼 그의 주장이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로 밝혀질 경우 박 전 대표도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캠프 관계자도 "박 전 대표 캠프에서 누구는 때리고 누구는 말리고 하면서 `치고 빠지기'식의 치졸한 수법을 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증론을 놓고 최고위원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李在五) 최고위원은 "설 제사상이나 밥상에 한나라당에 대한 희망과 정권교체에 대한 확신을 올려 놓아야 한다"면서 "내부에서 서로 싸우면서 분열과 갈등, 혼란을 주제로 올려 놓으면 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배신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주자들도 욕심이 있겠지만 이것이 당의 정권교체에 도움이 돼야지 아니면 당이 어려워진다"면서 "설사 의구심이 있더라도 당의 갈등이나 혼란으로 몰아가기 보다는 당이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검증하고 싶은 자료가 있으면 20가지든 200가지든 당 경선준비위나 최고위에 제출해 공정하게 검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전 대표 진영을 `검증론'을 우회 비판한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특히 "우리가 우리 후보들을 비난하는 이병완(李炳浣)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선관위 고발을 검토하듯 이런 (검증) 문제에 대해선 당 대표 의지대로 당이 통제하고 규제해야 한다"며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 전 대표 측 전여옥(田麗玉)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중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어떤 말을 할 때 진정성을 주려면 후보가 아니라 당을, 당이 아니라 국민을, 국민을 넘어 이 나라를 생각한다는 진정성이 전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부의 중립은 어려운 일이나 가장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또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지도부의) 이 막강한 책임을 모두가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최고위원의 이 발언은 지도부의 중립을 강조하는 형식을 빌려 이재오 최고위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증공방이 확산되자 지도부는 거듭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아직도 일각에서 후보검증을 이유로 소모적 공방을 벌이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후보는 가만히 있는데 후보측 인사들이 나서 걸러지지 않은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공정.정책.상생이라는 3대 경선원칙을 해칠 경우 해당행위로 간주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정형근(鄭亨根) 최고위원도 정인봉 변호사의 기자회견 논란과 관련, "검증 운운하면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 놓고 취소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치명적 상처를 주는 것이므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며, 이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인봉 변호사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마자 마이크가 꺼져 한때 정치적 배경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국회 사무처는 "현역 의원이 아닌 데다 사전에 기자회견도 공식 신청하지 않아 마이크를 껐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