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 진영간 '검증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잇단 '폭로전'의 타깃이 되고 있는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측은 '무대응' 전략을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섣불리 대응할 경우 오히려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하에 겉으로는 '정권교체를 위한 당의 단합'을 강조, 직접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연일 대책회의를 갖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한 것.

이 전 시장측은 일단 모든 사안을 당내 경선준비위원회 등 공식기구의 판단에 맡긴다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다.

차제에 당에 대한 신뢰를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에 비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당내 장악력을 확보하는 한편 추후 경선과정에서도 당내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정두언(鄭斗彦) 의원은 2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이 전 시장의 비서 출신인 김유찬(金裕璨)씨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허위사실 유포, 후보비방, 명예훼손 등에 모두 걸린다"면서 "(캠프) 내부에서 강력 대응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 전 시장은 단합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제하고 있다. 당에 맡긴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의 이런 분위기는 최근 검증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론지지율이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 고무된 면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번 검증 논란의 배후에 박 전 대표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되치기'를 시도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 의원은 "(김유찬씨의 기자회견은) 전형적인 구태정치이며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공작"라며 "김씨는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책을 내겠다며 가제본한 원고를 들고 다녔지만 상대방(여당) 후보는 이를 무시했다. 그런데 당내에서 이를 문제삼고 있다"며 박 전 대표측을 겨냥했다.

진수희(陳壽姬) 의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 전 대표 캠프 유승민(劉承旼) 의원의 후보검증론에 이어 정인봉(鄭寅鳳) 변호사와 김유찬씨의 기자회견, 박사모의 총동원령에 이르기까지 최근 사태는 '조직적 팀플레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정치공작 여부와 배후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측은 최악의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로 법률자문단을 통해 법적 검토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일단 당의 판단에 맡기되 도저히 안 될 경우에는 법적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최근의 검증논란에서 한발 벗어나 이날 오전 양재동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시각장애인 체험 전시회인 '어둠속의 대화, 서울'을 관람했다.



(서울=연합뉴스)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