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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온정주의ㆍ전관예우' 사라질까

1심 판결 최대한 존중…4월 양형위원회 출범



각급 법원 형사 항소심 재판장들이 26일 회의를 열고 심리 방식을 개선키로 의견을 모은 것은 현행 항소심이 1심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다.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형사 사건 항소율은 합의 사건의 경우 50%를 웃돌고, 단독 사건은 30% 안팎을 기록하는 등 항소율이 10% 안팎인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높다.

더욱이 지난해 전체 고등법원 형사 사건 중 36.9%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바뀌어 4% 미만인 다른 나라에 비해 10배에 가까운 변경률을 보였다.

이로인해 형사 피고인 중에는 항소만 하면 감형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심지어 법률심 기관인 대법원에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 온정주의에 무너지는 사법부 신뢰 = 전국 법원 형사 합의부의 항소율은 2004년 59%, 2005년 56.2%, 2006년 51.9% 등 감소 추세에 있지만 외국에 비해서는 매우 높다.

독일은 경죄 사건의 경우 항소율이 13~22%이고, 일본은 전체 공판 사건에서 10.6~11.8%, 미국 연방법원은 10~19% 정도의 항소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항소율이 특히 높은 까닭은 무엇보다 양형 부당이 항소 이유로 돼있어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으로서는 일단 항소를 해보자는 심리를 갖게 되고, 실제로 항소심에서 10건 중 3건이 감형되기 때문이다.

교도소 내에서 면회ㆍ이감시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와 형이 확정된 기결수의 처우가 달라, 가장 낮은 형량의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항소를 하게 되면 형이 확정될 때까지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행정법규 위반 사건의 피고인은 영업정지처분 효력을 늦출 수 있다는 실리적 계산도 항소 이유에 깔려 있다.

항소심에서 관대하게 감형해주는 관행의 폐단은 무엇보다도 전관예우가 끼어들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정치인, 기업인이 연루된 사건의 항소심에서 전직 고위 법조인들이 변호인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재판부가 `사회적 기여' 등 이런 저런 이유로 형을 깎아주는 모습은 거의 관행이다시피 했다.

이런 관행 때문에 사법부는 재벌이나 정치인에 대한 양형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불신을, 흉악범에 대한 양형에서조차 `온정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항소심이 여러 구실을 붙여 감형을 해주면 사실심의 기초인 1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심리가 만연하게 되고, 1심 재판부도 양형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판결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항소심의 높은 파기율은 1심과 항소심 사이에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결국 양형의 점진적인 하향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개선안을 추진하게 된 설명했다.

◇ 1심 존중…통일된 파기 기준 마련 = 대법원은 4월 양형위원회를 꾸려 2년 일정으로 양형과 관련된 구체적 기준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1심을 파기할 때 통일된 기준에 따라 하도록 하는 한편 1심 형량이 법관의 재량 폭 안에 있어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가급적 1심 판사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항소심의 1심 파기와 관련해 기록을 신빙성의 판단 근거로 삼는 항소심에서 1심의 판결 내용과 증인 진술에 대한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생생하게 증언을 청취한 1심 결과를 뒤집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공판중심주의 확대로 1심에서 모든 증거와 주장을 심리하게 되면, 항소심은 1심 재판과 관계없이 처음부터 다시 심리하는 복심(覆審)이 아니라 원심에 나타난 자료에 따라 원심 판결이 옳은지 그른지를 심사하는 사후심(事後審)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대법원이 항소심과 1심 재판의 관계를 재정립하기로 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대형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900억 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5일 1심에서 혐의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돼 법정구속은 피했지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채무탕감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산업은행 재직 당시 현대차측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상배 전 부총재도 1심에서 징역 6년, 이성근 전 본부장은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고 항소했다.

법조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사건 청탁 대가로 1억2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지난해 말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서울=연합뉴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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