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추진모임 등 범(汎)여권이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의 최종 결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탈당까지 고민중인 손 전 지사가 밝힐 결단의 폭과 내용이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새판짜기에 분주한 범여권 정계개편의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중대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은 일단 한나라당 내에서 개혁 성향으로 통하는 손 전 지사가 경선 불출마를 넘어 탈당 결심까지 밝힐 경우 범여권과 한나라당간 이념적.정책적 차별성을 확인시켜주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역력하다.

우리당 최재성(崔宰誠) 대변인은 "이번 일은 단순히 경선 불참이냐, 탈당이냐 수준에서 바라볼 일이 아니다"며 "햇볕정책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면에서 한나라당이 `손학규식 정치'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영길(宋永吉) 사무총장은 "이번 대선은 한국 진보진영이 `올드 레프트 패러다임'이라는 낡은 틀에 갇혀 한나라당이 틀어주는 레코드판을 들을 것이냐,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민족발전을 위한 제3의 길을 열어갈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라며 "손 전 지사는 후자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민병두 의원은 "손 전 지사가 탈당하면 정당간에 혼재된 이념적 스펙트럼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손 전 지사의 움직임은 대선 승패를 떠나 평화개혁세력이 탄탄해지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치세력이 이념적 성향에 따라 재편되는 기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범여권에서는 손 전 지사의 탈당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공개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합신당모임 양형일(梁亨一) 대변인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에 있는 한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하는 장식용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고,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원내대표는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과 노선이 맞지 않기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뿌리내리기 어렵다. 시대적 요청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경선불참을 선언하면서 탈당을 유보한다는 것은 우스운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손 전 지사가 탈당하면 `전진코리아'를 베이스로 해서 독자적인 신당 흐름을 모색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비(非)열린우리당-반(反)한나라당'을 기치로 내건 전진코리아에 주목했다.

범여권은 손 전 지사가 탈당해 `제3의 정치세력화'를 꾀할 경우 지지부진한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작업에 속도를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정당별 유불리 계산 면에서는 섣부른 관측이 될 수 있다면서 신중한 입장이다.

우리당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손 전 지사가 탈당 후 제3지대를 형성하면 그곳이 지각변동의 진앙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통합신당모임 노웅래(盧雄來) 의원은 "새로운 정치 틀을 만들기 위해 나온다면 정파간 기존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여러 복잡한 시나리오가 많아 범여권 정계개편의 유불리를 쉽게 따질 순 없다"고 말했고, 오영식(吳泳食)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비단길이 깔려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고 험로를 감수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