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 200억원대 규모의 도박장을 운영해온 전문 도박꾼 일당과 이들을 비호한 조직폭력배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경기도 일대 야산에 몰래 도박장을 차려놓고 총 200억원 규모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도박개장)로 `하우스' 운영자 박모(55.여)씨 등 4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전문 도박꾼 김모(61)씨 등 3명을 상습 도박혐의로 구속하고 지모(57.여)씨 등 3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군소 폭력배들이 도박장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막아 도박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도운 혐의(도박개장)로 신모(47)씨 등 조직폭력배 2명을 구속했다.
신씨 등 2명은 도박꾼들 중 부유층으로 보이는 여성들에게 접근한 뒤 성관계를 맺고 이를 가족에 폭로한다고 협박해 10억여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도박장 운영자 박씨 등은 작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기 김포와 양주, 고양, 시흥 등의 외딴 마을 비닐하우스 등에 14개 도박장을 차려놓고 매일 장소를 바꿔 100여 명을 모아 한 차례 판돈이 수 천만원에 이르는 `중독성' 화투 게임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박씨 등은 진입로가 많지 않아 외부인의 접근을 쉽게 감시할 수 있는 외딴 시골 마을 야산 등에 비닐하우스를 만든 뒤 인적이 드물어지는 새벽 1시부터 아침 7시까지 도박장을 운영했으며 하루 판돈 규모는 모두 3∼5억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도박장 기획 수사대의 차량 번호판을 미리 알아놓고 마을로 들어가는 자동차를 일일이 감시했고 도박장 개설지로 개가 많은 마을을 선택해 먼 거리에서도 외부인이 우회 접근하더라도 바로 낌새를 알아챌 수 있도록 하는 등 철저히 보안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도박꾼들 모집할 때도 첩자가 끼어들 것을 우려해 도박 장소를 알려주지 않았고 도박장에서 3∼4㎞ 떨어진 지점에 집결한 뒤 도박장 근처에 매복이 없는지 등을 미리 살피는 정찰대가 `O.K 사인'을 보내지 않으면 도박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식으로 조심에 조심을 더했다.
이 전문 도박단은 도박장 운영책과 딜러, 수사기관 감시책, 도박금 배분책, 모집책, 사채 대출책, 심부름꾼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소규모 기업처럼 도박장을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운영책이 일당 300∼4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챙겼고 신씨 등 조직폭력배들도 보호비 명목으로 1인당 일당 100∼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도박꾼들이 즐긴 `총책딜(속칭 `도리짓고땡'의 변형)'은 한꺼번에 100여명이 함께 참여, 판돈이 순식간에 수 천만원까지 치솟는 화투게임"이라며 "이 도박의 경우에는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도박꾼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도박현장에 왔다가 현장에서 실신해 숨질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현장을 덮쳤을 때 산 속으로 달아나 체포하지 못한 도박꾼 60∼70여명의 신원과 행방을 추적하고 있으며 조폭들이 받은 보호비나 판돈이 조직 운영비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없는지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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