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따른 국가 주권 약화 가능성을 협정 반대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가 8일 ISD와 관련된 대표적인 국가 패소 사례 2건을 소개했다.
법무부는 ISD 관련 소송으로 국가가 투자자(기업)에 패소한 이유는 ISD 제도 자체의 결함과 불공정성 때문이 아니라 중재를 초래한 정부의 조치나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 메탈클래드 사건 = 미국의 폐기물 처리업체인 메탈클래드(Metalclad)는 1993년 멕시코 연방정부로부터 폐기물 매립시설의 건축ㆍ운영 허가를 받았다. 이어 주 정부에서 토지 사용 허가를 받은 코테린사를 인수해 멕시코시티 북쪽 400km 떨어진 과달카사르에 매립장을 지으려 했다.
메탈클래드는 연방 정부로부터 필요한 절차가 모두 끝났다는 통보를 받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과달카사르 주민들이 각종 암에 걸리고 현지 신생아들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죽어가자 주민과 시 정부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과달카사르 시는 1994년 10월 메탈클래드가 시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공사를 중단시켰다. 회사는 연방정부의 권고에 따라 시에 건축 허가를 신청하고 공사를 끝냈으나 시는 1997년 결국 매립장 부지를 생태보호지구로 지정해 사업을 좌절시켰다.
이에 회사는 중재를 제기해 멕시코 연방정부로부터 1천600만 달러를 보상받았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멕시코 연방 정부의 패소 원인은 연방 정부가 지방정부의 반대로 사업이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도 사업을 계속하도록 조장ㆍ권고했기 때문이다. 우리 법으로도 행정상의 확약, 신의 성실의 원칙 등에 따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방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이 중재 패소로 이어진 것으로 한마디로 멕시코 정부가 질만해서 졌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한미 FTA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달리 보건ㆍ환경ㆍ안전ㆍ부동산 정책 등을 위한 규제 조치는 원칙적으로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 이런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 에틸 사건 = 휘발유 첨가제인 MMT 생산유통업체인 에틸(Ethyl)사는 1997년부터 캐나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수출해왔다. 그 무렵 MMT가 파킨슨병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캐나다 정부는 MMT 수입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에 에틸사는 중재를 제기했고 캐나다 정부는 1998년 에틸사에 1천3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문제가 된 MMT금지법을 폐지하는 조건으로 회사와 화해했다.
이 사례는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만든 규제 조치가 피소돼 국가가 패소한 사례로 거론됐다.
법무부는 "캐나다 정부가 패소한 이유는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MMT를 규제해야 한다면 캐나다에서의 생산과 사용까지 모두 금지해야 하는데도 유독 수입만 규제했다는 점이다. 캐나다 정부가 에틸사에게 같은 사업을 하는 캐나다 기업과 불평등한 처분을 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eyebrow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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